When a firm turns over a new leaf: Organizational learning from concealed misconduct and disclosed cases

김준(美 에모리대학교 박사과정)

– summary –

본 연구는 James March와 카네기 학파에서 시작된 조직학습이론에 기반하여 기업이 상습적인 불법행위에 빠지게 되는 매커니즘을 분석하였다. 조직학습이론은 그동안 경험으로부터의 학습과 조직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조직은 어떻게 경영상의 문제를 해결해가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여 왔다. 특히 경험 중에서도 실패의 경험은 성공의 경험보다 더 강력한 배움의 원천으로 여겨진다. 이론을 뒷받침하듯 실패를 경험한 조직은 이후 점차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종류의 오류(error)를 줄여나간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후 유사한 실패를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기업들이 현실에 나타나면서 ‘실패로부터의 학습이론’을 더 구체화시킬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본 연구 역시 이러한 학문적 흐름에 이론적으로 기여하기 위하여 조직의 오류가 외부에 공개되었을 때와 공개되지 않고 조직 내부에서만 인식되었을 때 조직의 학습곡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하였다.

본 연구는 기업의 불법행위를 하나의 오류로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는 제도적 규칙에 대한 위반행위를 오류로 보아온 기존 연구들에 기반한다. 예를 들어, 불법행위는 기업에게 있어 막대한 규모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고,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불법행위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매우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활동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현상을 실패로부터의 학습이론과 연결 지어 생각할 때 우리는 큰 모순점에 도달하게 된다. 유사한 불법행위를 반복해서 저지르는 기업은 왜 과거에 경험한 오류로부터 학습하지 않는 것인가?

위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가설들을 제시한다. 첫째, 기업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지만, 기업 외부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불법행위가 은폐되었을 때, 이후 해당 기업은 유사한 불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를 것이다. 둘째, 반면 기업이 저지른 불법행위가 관리 또는 감독 당국에 적발되었을 때, 기업은 해당 불법행위 이외에 다른 유사한 불법행위들도 줄여나갈 것이다.

조직학습이론에서 기업이 오류를 줄여나가는 유인은 오류로부터 발생하는 손실에서 비롯된다. 불법행위가 노출되었다는 사실은 기업에게 손실이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일종의 신호 역할을 한다. 반면, 기업의 불법행위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불법행위에 나서더라도 적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한편으로는, 현재 시장을 감독하는 기관의 감시수준이나 주의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유사한 종류의 오류를 줄여나갈 동기를 찾기 어렵게 된다. 기업 범죄에 관한 기존 연구에서는 기업이 불법행위 나아가기 위해 동기와 기회가 모두 필요하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런 기존 연구에 비추어 보면, 은폐된 불법행위는 현재 시장에 불법행위의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기가 있는 기업은 불법행위에 나설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다. 반면 외부에 기존의 불법행위가 노출된 기업으로서는 현재 시장에 불법행위의 기회가 없거나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설사 불법행위의 동기가 있더라도 실제로 실행으로 옮기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이러한 가설을 확인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코스피 100대 기업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저지른 공정거래법 위반 사례를 분석하였다. 계량적 분석 결과 표본 기업들은 스스로 혹은 다른 표본 기업들이 더 많은 불법행위를 은폐하고 있을 때 추가적인 불법행위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신이나 다른 기업들이 저지른 기존의 불법행위가 더 많이 적발되었을 때에는 추가적인 불법행위에 잘 나서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본 연구의 의의는 크게 조직학습이론에 대한 이론적 기여와 기업범죄 연구와 관련해 상습성이 형성되는 매커니즘을 발견하고 설명했다는 두 측면으로 정리될 수 있다. 우선 이론적으로는 기존의 조직학습이론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오류의 반복성이라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시하였다. 오류가 조직 외부에 알려졌을 때와 내부적으로 은폐되었을 때에 따라 조직의 학습 곡선이 달라지는 관계를 조명하였다.

또한 불법행위로 인한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하기 전에도 행위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만으로 예방효과가 있다. 이러한 예방효과가 해당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유사한 종류의 다른 불법행위에도 역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은 해당 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가시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특정 조직에 대한 스캔들이 발생하면 수사기관이나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곤 한다. 이후 수사과정, 취재과정 등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비위가 연이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언론 등 사회적 관심이 해당 기업에 집중되고, 사회적 자원이 해당 기업을 조사하는데 사용된 결과이다. 이러한 매커니즘을 인지하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하나의 불법행위가 노출되었을 때 다른 행위에 있어서도 조심스러워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 본 내용은 포스텍 기업시민연구소와 AKMS(한인경영학자협회)가 주관한 “제1회 Corporate Citizenship Research Award”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논문을 요약한 자료입니다.

 

제1회 Corporate Citizenship Research Award 수상소감

최근 미국 학계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학자들의 소식을 점점 더 많이 접하고 있으며,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막론하고 저명한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의 숫자도 과거와 비교해 크게 증가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큰 학문적 성취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경영학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매우 뛰어난 연구들이 매년 AKMS에서 상을 받고 있습니다. 기업시민연구상 수상작으로 저의 연구를 선정해주신 것은 저의 연구가 선배 학자들의 그것만큼 뛰어나다는 것보다 앞으로 선배 학자들의 뒤를 이어 의미있는 연구를 많이 하라는 격려의 뜻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사회를 위해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는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