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자산가치 피라미드와 선망 받는 브랜드

 

 

 

 

 

브랜드 자산가치의 원천

강력한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 강력한 브랜드란 소비자와 브랜드 간에 강력하고 긍정적인 장기적 관계가 구축된 브랜드를 의미한다. 브랜드 자산가치 피라미드Brand Equity Pyramid에 따르면 한 브랜드의 자산적 가치는 인지도-연상 이미지-충성도의 세 계층으로 구성된다.
‘인지도’는 가장 낮은 단계임과 동시에 가장 우선적으로 구축되어야 하는 브랜드 자산가치의 원천이다. 어떤 브랜드를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보다 높은 단계의 자산적 가치가 형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지도는 때로는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크루그먼Krugman이 제안한 순차 모형Sequence Model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관여도가 낮은 제품인 경우, 높은 인지도는 선호나 태도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구매행동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실제로 음료수나 과자 등 저 관여 제품군에서는 인지도와 매출 간의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걸 자주 경험할 수 있다.
인지도 보다 높은 단계의 브랜드 자산가치의 원천은 ‘연상 이미지’이다. 소비자가 단순히 “나는 ‘박카스’라는 브랜드를 들어봤어” 보다 “나는 ‘박카스’하면 ‘피로회복’이란 이미지가 머리 속에 떠올라”하는 경우가 더욱 높은 차원에서의 브랜드 자산가치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자산가치를 중장기적으로 보유하기 위해서는 광고나 홍보 등의 커뮤니케이션 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반드시 소비자들이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실체적 가치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연상 이미지는 특정 제품속성, 편익, 품질과 같은 제품관련 연상이미지일 수도 있고 (예: 순한 비누 아이보리, 변비에 효과가 좋은 락토핏, 안전한 자동차 볼보 등), 제품적 특징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브랜드 개성에 관한 연상이미지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그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기업이나 조직구성원 혹은 최고경영자와 관련된 이미지일 (예: 혁신적인 기업 애플이 만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SK가 만든 등) 수도 있다. 여기서 ‘브랜드 개성brand personality’이란 브랜드와 결부된 일련의 인간적 특징들, 즉 의인화된 브랜드 특징을 의미한다. 브랜드가 가지는 연상 이미지 중에서 브랜드 개성이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관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기술적 표준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브랜드가 사람처럼 여겨진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 사람이 마치 내 친구 같거나, 내가 동경하는 인물 같거나, 혹은 나를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조력자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조금 더 나은 제품이 등장했다고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미련없이 떠나겠는가? 이렇게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를 그와 가까운 하나의 사람으로 보고 마치 친구나 동료 혹은 연인과 같은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이 된다면, 그 브랜드는 더 이상 다른 브랜드에 의해 쉽게 대체되는 대체재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선망받는 브랜드와 브랜드 행동주의

피라미드의 최상층을 차지하는 브랜드 자산가치의 구성요소는 ‘브랜드 충성도’이다.
소비자가 “나는 ‘박카스’라는 브랜드를 알고, ‘박카스’하면 ‘피로회복’이란 이미지가 떠올라”를 넘어서서 “나는 피로할 때는 ‘박카스’만 구입할거야”의 경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파워 브랜드Power Brand’와 조금 차별화된 개념으로 ‘선망 받는 브랜드Admired Brand’라는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선망 받는 브랜드’란 브랜드의 자산가치가 최고 수준에 오른, 즉 브랜드 충성도 중에서도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한 브랜드를 지칭한다. 소위 강력한 팬덤이 형성된 브랜드를 의미한다. 내놓는 곡마다 빌보드 차트 최상위를 차지하게 만드는 BTS의 팬클럽 Army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로 전 지구가 하나로 연결된 세상에서는 전 세계에 걸친 강력한 팬들을 보유한 브랜드만큼 위력적인 것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소위 ‘선망 받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팬덤fandom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 핵심은 브랜드가 ‘소비자가 공감하고 추종할 수 있는 가치를 세상에 제시하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가’에 달려 있다. 미국에서 브랜드 거장으로 유명한 박충환C. W. Park 교수는 그의 책 <브랜드 선망Brand Admiration>에서 ‘선망 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언급하며, 일반적으로 파워 브랜드의 두 가지 요건으로거론되는 기능적 가치에 해당하는 ‘신뢰trust’와 감성적 가치에 해당하는 ‘사랑love’ 외에 세 번째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그 세 번째 요소는 바로 ‘존경respect’이다. 즉, 기업의 입장에서 그들의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가장 높은 수준의 충성도를 획득하기 위해선, 바꾸어 말해서 소위 ‘선망 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하나의 사회적 존재이자 인격체로서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제시하고 그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많이 거론되는 브랜드 행동주의Brand Activism라는 개념과도 연결된다.
사카Sarker교수와 코틀러Kotler교수는 그들이 공동 저술한 책인 <브랜드 액티비즘 Brand Activism: From Purpose to Action>에서 브랜드가 하나의 사회적 존재로서 그 추구가치와 목적을 단순히 소비자의 마음속에 표상하는 것을 넘어 관련된 각종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며 행동하는 현상을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 브랜드 행동주의)으로 개념화하였다. 물론 과거에도 브랜드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있어 왔고,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 경영 활동을 사회적 이슈에 연결시키는 마케팅) 등을 통해 꾸준히 실천되어 왔다. 그러나 기존 코즈 마케팅이 마케팅에서 시작해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었다면, 브랜드 액티비즘은 사회에서 출발해 마케팅으로 나아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브랜드 액티비즘이란 “브랜드가 세계관과 인격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서 각종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또는 환경적 이슈에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만드는 노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공감하고 추종하는 소비자는 단순히 브랜드의 소비주체인 고객의 역할을 넘어 ‘브랜드 시민’으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경영자가 생각해 보아야 하는 질문들

이상에서 설명한 브랜드 자산가치 피라미드는 경영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우리 브랜드는 과연 어느 수준까지 자산가치가 형성되어 있는가? 우리 브
랜드가 하위 단계의 자산가치에 머물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장애요인이 상위단계로의 진입에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는가? 상위단계의 자산가치가 구축되
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그리고 우리 브랜드가 충분히 높은 단계의 자산가치가 형성되어 있다면 이를 유지 및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활동들이 필요한가?
한편 선망 받는 브랜드라는 개념이 시사하는 바는 경영철학이 이제는 경영자의 필수적인 덕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 경영철학은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추종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SG경영 및 MZ세대의 부상과 함께 요즘 브랜드 전략을 이야기할 때는 그 기업의 경영철학을 살펴보게 된다. 왜 그 브랜드가 존재해야만 하는지 ‘존재 이유’를 이야기하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목적’에 대해 얘기한다. 그러지 못하는 브랜드는 이제 점점 설 땅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경영자들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고, 대답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브랜드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와 통찰이 가능해 질 것이고, 고객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