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 의한 그리고 모두를 위한 기업시민 경영이념의 실천

 

 

 

[기업시민의식의 도래]

기업시민의식(corporate citizenship)은 기업이나 조직이 사업을 운영해 나가는데 있어서 지역 공동체에 대한 사회·문화·환경적 책임 그리고, 주주나 이해관계자에 대한 경제·재정적 책임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세계의 수많은 영리 기업들은 지난 1세기 동안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여 더욱더 즐겁고, 편리한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해왔으며, 이러한 기여에 합당한 수익을 누려왔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노력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반드시 긍정적인 측면으로만 발전시켜온 것은 아니었다. 밝은 면을 어둡게 덮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부정적인 측면에서 여러가지 사회·환경적 부작용들이 발생해왔다. 이제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훼손 문제라든가, 사회적 불평등내지는 격차에서 비롯된 대인간 그리고 집단간 갈등 문제는 그동안 책임을 져야 하는 조직들의 외면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할 세상과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만큼 치명적인 요소가 되었다.
서구 사회의 선도 기업들에 비해 조금 늦은 감은 있으나, 우리 나라의 주요 기업들도 기업시민의식에 공감하며 책임 있는 경영을 위해 비전을 수정하고 실행 계획을 적극적으로 마련 중이다. 결단을 내리면 임직원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하나가 되어 일사천리로 공동의 목표를 추진하고, 앞서가던 사람과 조직들을 기어이 따라잡고 결국에는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우리 기업과 구성원들의 모습을 여러 산업에서 수 없이 많이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업시민의식의 고도화에 있어서도 우리 나라 기업들이 전세계 다른 기업들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우수한 사례들을 많이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의미에서, 국내 기업 중 가장 선두에서 기업시민의식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는 포스코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본 보고서에서는 포스코의 4개 계열사들의 직원들로부터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정량적 연구결과와 함께 4개 계열사들이 도전적으로 운영해온 다양한 정성적 사례들을 소개하겠다. 이를 통해, 이론과 실무적인 측면에서 기업시민 경영이념의 정착을 위해 걸어왔던 지난 몇 년간의 과정을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여정과 같은 길을 걷게 될 수많은 다른 기업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해보겠다.

[기업시민 경영이념의 내재화를 위한 포스코 직원들의 헌신]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생전에 “전략은 조직문화의 아침 식사 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라는 말을 남겼다. 아무리 전략이 훌륭해도,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될 수 있는 적합한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업은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중요한 조직문화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정착시키는 것도 어렵지만 변화시키는 것은 더욱더 어렵다. 한 개인이 자신에게 익숙한 사고방식과 행동을 고치는 것도 힘든데, 과거 수십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성공으로부터 학습되고 공유되어 조직구성원들의 태도와 행동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일은 오랜 시간동안 많은 저항과 장애물들을 마주하게 된다.
2019년에 기업시민 헌장을 선포한 이후, 새로운 경영이념과 핵심 가치들을 기존의 조직문화에 반영하기 위한 임직원들의 노력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2021년 6월 한 달간 포스코엠텍, 포스코SPS, 엔투비, 포스코휴먼스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4개 계열사의 많은 직책자(그룹장, 팀장)들도 설문조사에 참여하였지만, 직원의 관점에서 자신과 동료가 실제로 변화관리 활동에 어떻게 동참해왔고 그로 인해 어떤 결과들이 발생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설문에 참여한 직원 414명의 응답 자료만을 다층 경로 분석(multilevel path analysis) 기법을 활용하여 분석하였고, 연구결과를 표1에 요약하였다.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변화 이후 긍정적인 미래의 상태를 개발하기 위해 구성원들과 소통하여 변화의 명분과 방향을 설정하는 비전수립 과정(envisioning process)은 조직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감정적, 태도적, 행동적 반응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직원들도 이미 기업시민이 필수적인 경영이념이라는 사실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즉, 직원들은 이러한 조직변화가 단순히 구호로 그치지 말고 구체적으로 실현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조직변화에 필요한 중요한 스킬, 능력, 자원을 갖고 있는 핵심 구성원들을 파악하여 이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변화를 실행하도록 적극적으로 관여시키는 참여 과정(participating process)은 변화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줄여주고, 변화에 대한 저항 행동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조직변화가 경영진의 강요나 타율에 의해서가 아니라 직원들의 참여를 통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때 직원들이 자신을 변화주도자(change agent)로 인식하고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저항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조직의 새로운 시스템(구조, 프로세스, 업무, 관계 등)을 설계하여 무엇이 언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디자인 과정(designing process)은 복잡하고 미묘한 결과를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직원들로부터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게 되면 조직변화를 지원하는 행동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변화에 부정적인 감정이나 냉소적인 태도가 높게 나타나게 되면 이는 저항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직변화가 지향하는 새로운 행동과 성과 기준을 마련하고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하면서 부정적인 행동을 억제하여 변화를 안정화시키는 강화 과정(reinforcing process)과 관련된 결과도 역시 복잡하지만 눈여겨 볼만하다. 조직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나 몰입하는 태도가 나타나면 변화에 대한 바람직한 행동으로 이어졌는데, 디자인 과정이 단순히 변화를 지원하는 행동을 유발했다면, 강화 과정은 직원들이 변화를 창의적으로 지원하도록 유도하였다. 그리고, 디자인 과정과 마찬가지로, 강화 과정 속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나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직원들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저항하는 행동까지 연결되지는 않았다.

기업시민 경영이념의 실천을 보여주는 포스코의 모범 사례

이러한 설문응답 자료의 정량적인 분석 결과와 일관되게, 각 계열사의 직원들이 전담부서와 협력하여 도전적으로 추진해 온 여러 모범 사례들을 참여, 디자인, 강화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직원들의 참여 과정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소통과 직책자들의 리더십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철강포장사업 전문기업인 포스코엠텍에서는 전직원을 기업시민 경영이념 실천을 위한 핵심인력으로 간주하고, 기업시민 추진 활동을 공유하는 ‘Monthly Report’를 발행하고, 기업시민 정보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통합지원채널인 ‘WITH블로그’를 운영 중이며, 실·부서 단위로 기업시민 실천을 지원하는 기업시민 커뮤니케이션도 운영 중이다. 철강가공 전문기업인 포스코SPS에서는 소통의 매개체인 직책자가 지켜야할 8가지 덕목을 정하여 이를 통해 팔팔하게 직원들과 소통할 수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고자 88리더십 캠페인을 전개 중이고, 지속가능하고 책임있는 경영에 대해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은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특별히 직책자들을 위한 밀레니얼 리더십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이러한 참여 과정 활성화제도와 프로그램들은 변화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나 저항과 같은 안좋은 결과를 줄이는데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
사회적 성과(social performance) 창출을 위해 조직을 재설계 하는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이자 사무지원, 클리닝, IT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스코휴먼스는 전체 인력 구조에서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약 50%까지 높여왔으며 장애직원들이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직무와 업무환경을 개선하였고, 이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맞춤형 Care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이러한 성공적인 장애인표준사업장 운영 사례는 삼성, LG,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에 의해 벤치마킹 되었다. 직원들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반응에 강화 과정이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점을반영하듯, 조사대상 계열사들 모두에서 강화 과정 활성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사의 구매·공급의 혁신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는 엔투비는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통한 탄소 저감 캠페인의 일환으로 건강 계단을 설치하여 탄소 저감과 직원의 건강 향상을 강화 중이고,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탄소 저감 실천의 날로 지정하여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실천 점검표를 작성하고 실천 우수 직원들을 포상하는 ‘RCReduce CO2 Day’를 운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엔투비는 기업시민 경영이념 실천을 위한 개인 필수 실천 항목을 선정하여 개인별로 실천 수준을 정량적으로 진단하게 한 후 자율적으로 개선을 유도하고 개인별 실천 지수를 연말 개인평가에 반영한다. 이 밖에 포스코엠텍은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기업시민 실천왕을 분기별로 선정 중이고, 포스코SPS와 포스코휴먼스는 기업시민 실천사례를 발굴하여 공유하고 우수한 그룹들을 시상하고 있다.

모두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기업시민의식

지금까지 포스코엠텍, 포스코SPS, 엔투비, 포스코휴먼스의 전담부서 및 임직원들이 지난 몇 년간 함께 생각과 힘을 모아 추진해온 기업시민 경영이념의 내재화 과정과 주요 모범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지면에서 모두 다 소개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은 제도와 프로그램들이 운영되었고, 이를 통해 사업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공동체와의 상생 측면에서 많은 가시적인 성과들을 창출하였다. 본 보고서에서는 참여, 디자인, 강화 과정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모범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직원들의 설문응답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단순히 구호에 그쳐서는 안되고, 직원들을 관여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못하며, 경영진과 직원이 함께 새로운 구조와 업무 방식을 설계하고, 더 나아가서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실천한 직원들의 노력과 헌신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4가지 과정이 모두 활성화될 때, 포스코가 ESG에 두루 기여하는 진정한 기업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으며, 포스코 구성원들도 개인적으로 기업시민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4가지 과정이 모두 중요하지만, 강화 과정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하고 싶다. 강화 과정이 직원들의 변화에 대한 감정적, 태도적, 행동적 반응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고, 특히 직원들의 창의적인 변화 지원 행동을 유발하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직원들의 기업시민 경영이념 실천 성과에 대한 적절한 인정과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변화의 대가이자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명예교수인 존 코터(John Kotter)가 그의 저서 “Leading Change”에서 개념적으로 주장한 바와 같이 변화가 어느정도 진행됐을 때 나타난 단기적인 승리나 개선에 주목하고 이러한 작은 승리에 기여한 직원들을 인정하고 보상해야 추가적으로 더 큰 도전과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을 염두에 두고 기업시민 경영이념 실천 성과를 공식적으로 평가하고 피드백을 제공하고 보상과 연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이번 조직변화를 임직원 모두와 우리 사회를 위한 방향으로 순항시켜야 할 것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