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한 가운데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한 지 벌써 1년 반이 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메르스와 같이 몇 개월 유행하다 없어질 일시적인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각했으나 이제는 인플루엔자와 같이 평생 같이 가야 할 감염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병원장에 취임하면서 2개월 남짓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긴급회의를 소집해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일반병동을 코로나 환자 치료를 위한 병동으로 개조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생활치료센터를 관리하고 코로나 감염으로부터 병원의 고유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일들을 수행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우스개 소리로 코로나 병원장이란 말을 듣고 있다.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짚어 보고 미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팬데믹의 관리 못지않게 중요하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국내 대응]

9월초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2억2천만명이 감염되었고 그 중 4백 5십만명이 사망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약 25만명이 감염되었고 2천300여명이 사망하였다. 많은선진국에서는 50%가 넘는 접종율을 보이고 있음에도 전세계적으로 4차 대유행의 홍역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행 초기부터 격리isolation, 추적tracing, 검사testing의 3대 기본원칙을 적용하여 각 지역마다 감염병관리지원단을 설치하고 감염병전담병원, 감염병중증환자전담병원 등을 지정하여 중증도에 따라 전담병원, 생활치료센터 등에 격리하여 치료하고 있으며 확진자가 발생하면 동선을 철저히 파악하여 접촉자를 구분하고 이들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여 밀접접촉인 경우는 2주간 자가격리를 하게 하며 전국에 선별진료소를 설치하여 많은 검사를 진행하고 있고 검체채취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방법으로 세계 최초로 Drive-through, Walk-through 방식을 도입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는 격리, 추적, 검사의 3대 원칙과 사회적 거리두기와 철저한 개인방역수칙 준수로 소위 한때 K-방역으로 일컬어지는 세계 최고의 방역국가 중 하나로 세계로부터 인정받았으며 현재 4차 대유행으로 1,000명대의 환자가 매일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를 잘 통제하는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결과들은 초기부터 방역당국의 재빠르고 적절한 대처가 주효했지만, 생계의 희생을 무릅쓰고 놀라울 만큼잘 따라준 국민들과 코로나의 최일선에서 수없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묵묵히 제일을 해준 의료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편,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불황으로 많은 기업들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 사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방역 및 예방 활동에 솔선수범하고 있으며, 지역의 의료 및 보건증진을 위하여 물적·재정적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국가만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하루빨리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 뿐만 아니라 기업의 역할이 앞으로 더 중요할 것이다.

 

[의료진들의 헌신과 공공의료기관의 역할]

지난 1년 8개월 동안 코로나의 최일선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준 의료진들과 지원 인력들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이 긴 시간을 의료체계가 버텨올 수 있었을까 하
는 의문이 든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상황에서 환자를 돌보다 사망하신 고령의 여의사와 간호조무사의 희생과 헌신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온갖 고충과 어려움을 이겨내며 환자들을 치료중인 수많은 우리들의 의료진들이 있다.

보호구를 착용하고 치료병동에 들어가면 보통 최소 4시간씩 일해야 하는데 환자 보호자가 없다 보니 그 답답한 보호구를 착용한 채 환자들의 식사, 배변처리 등 온갖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온갖 불만과 요구사항 등을 오롯이 혼자서 받아내야 하는 고충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또한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료진들도 확진 환자들이 언제 응급실에 들어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답답한 4종 보호구를 착용한 채 항상 긴장 속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 하에서 일하는 것이 오랬동안 지속되다 보니 일과 개인의 삶 사이에 균형이 붕괴된 것은 오래전이고 우울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의료진들이 늘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한때 의료인들의 헌신과 희생에 고마움을 표하기 위한 ‘덕분에’ 켐페인이 벌어져 힘든 의료인들이 많이 위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실직적인 대책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실직적인 처우개선을 위한 보상체계 마련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심리상담과 치료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많은 문제들이 노출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미래를 위해 꼭 논의 되어야 할 부분이 공공의료의 역할이다.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 환자 치료의 2/3를 담당한 의료기관이 국립대학교병원, 지방의료원, 보건소 등 공공의료 기관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기관중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의료기관 수의 5.5%, 병상 수의 9.6%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참고로 OECD 국가의 전체 의료기관 수 중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54%이다. 이번 상황에서 공공의료기관들이 그나마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이 상황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이런 팬데믹 상황은 주기적으로 반복될 것이라고 모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다가올 미래에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국가재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의 전환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공의료기관의 양적 확충이 필요하며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우수인력, 장비, 시설 확보 등이 시급하다. 또한 의료자원의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고 지역의 의료를 균형있게 발전하기 위한 공공보건의료 정책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와 뉴노멀]

코로나 팬데믹은 21세기에 유행한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와는 차원이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가정부터 국가까지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사회적 변화로는 심각한 경제적 손실과 이로 인한 공황수준의 경제 위기, 실업율의 증가, 집합 유발사업의 어려움, 종교모임이나 학교수업 형태의 변화, 인종 차별 등을 경험하고 있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얼마만큼 제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또다시 대두되고 있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가 일부 적용되기 시작했고 그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있다. 국가적인 측면에서는 경제, 군사강국과 방역강국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한국을 비롯한 베트남, 대만 등이 방역 선진국으로 떠오른 반면에 미국, 중국, 영국 등은 그러지 못하였다. 감염병에 대한 방역대처가 각 국가를 평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일상생활의 복귀가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질 수 있을지가 큰 관심사 이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통한 여러 변화 중 일부는 뉴노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을 이용한 화상회의와 학교수업이다. 전에는 한정된 경우에만 활용됐던 방법들이 일상이 되면서 새로운 편리성을 인식하게 됐고 적응하고 있다. 그밖에 온라인 소비 증가, 홈 컨텐츠 서비스 활성화 등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의료면에서는 원격진료가 관심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원격진료는 진료적인면 뿐만 아니라 전달체계의 문제, 윤리적, 사회적 문제 등 논의되야 할 부분이 많다.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이 가속화되는 등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대상 환자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등 시행되기 전에 많은 논의를 통해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종감염병에 대한 미래대책]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더 무서운 사실은 이번이 끝이 아니고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21세기에 들어 여러 신종감염병이 발생했지만 팬데믹으로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신종감염병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신종감염병에 대한 단위 국가별, 전세계적인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신종감염병에 대한 대책을 포함한 국가적인 공공의료발전 계획이 필요하다. 감염병 대처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역학조사관을 비롯한 보건의료인력 확충, 감염병 전문병원 증설 등 공공의료에 대한 인력, 시설, 장비확보에 국가적 투자가 절실하며 신종감염병 발생시 국가, 지자체부터, 단위 의료기관까지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종합적인 시행대책을 담은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백신 수급 상황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과학 수준이 많이 발전했다고 자부함에도 빠른 시간 내에 백신과 효과적인 신약을 만들어 내는 데는 큰 한계를 보여주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바이러스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바이오, 핼스케어 부분에 더 큰 투자와 자유로운 연구환경을 만드는데 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의 원인을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지만 가장 설득력있는 원인은 바이러스의 매개체인 야생동물과 인간과의 접촉면 확대에 있다는 설이다. 세계적인 탄소배출량 증가와 무분별한 생태환경 파괴로 각종 기후변화와 더불어 야생동물의 생활 터전이 없어지고 인간과의 접촉면이 넓어지면서 야생동물로부터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형태로 신종감염병이 발생하고 있으며 앞으로 반복적으로 이런 팬데믹을 겪게 될 거라는 예상이다. 이는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파리기후협약과 같은 국제적인 협약을 강화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환경보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팬데믹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슈는 코로나 방역을 위한 국제적인 연대, 협력을 찾아 보기 힘들었고 국제기구인 WHO(세계보건기구)의 역할이 미미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을 정도로 국가 간 항시 왕래가 일어나고 경제적으로도 연결되어 있는 등 모든 것이 거미줄 같이 엮여 있는 세계 환경에서 팬데믹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공조와 협력,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적으로 정책적인 이슈를 선점해 나가는 동시에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세계보건기구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는데 것이 중요하다.
전세계적으로 처음 경험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적인 혼란과 더불어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많은 변화와 아픔을 겪고 있다. 이는 그동안 인류가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을 파괴해 온 결과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 전세계적 재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가적으로 보면 정부는 충분한 백신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현장에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힘들어진 국민들을 위한 여러 방안과 대책 마련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앞으로 팬데믹으로 인해 변화될 뉴노멀에 대한 논의와 이런 뉴노멀을 이끌어 가는 위한 발빠른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반복될 신종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국가적 실행 대책과 국제적인 연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일상으로 복귀하는 날을 꿈꿔 본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