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팬데믹에서 건강한 사회적 삶의 모색 코로나19 인식, 2년 반복 조사 결과의 함의

 

 

 

 

[코로나19의 등장과 ‘방역사회’의 형성]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일명 ‘코로나19’는 처음 국내 감염 확진 사례가 나온 지난해 2020년 1월 20일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에 등장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의 첫 번째 환자 보고가 2015년 5월 20일에 있었으니, 불과 5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출현한 감염병이었다.
등장 직후 코로나19는 이전의 감염증 유행과 질적으로 다른 속성을 드러냈다. 가장 큰 차이는 걷잡을 수 없는 감염의 확산 수준이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 1월 코로나19에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를 발표했고 곧이어 3월에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팬데믹으로의 격상은 △ 바이러스 감염이 탈-경계하여 범세계적으로 유행하고 △ 감염의 원인, 전개, 영향에 걸쳐 불확실성이 높고 △ 백신·치료제 등 질병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있지 않다는 것, 즉 전 세계 인류가 감염병에 취약한 상태에 놓였음을 의미한다.
감염의 유행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기본 목표와 당시 백신·치료제 등 약물적 코로나19 대응책이 없다는 조건은 동일해도 국가마다 감염의 지역사회 확산을 차단하는 조치와 정책, 예컨대 격리 정책(코로나19 검사 및 역학적 추적 조사를 통해 접촉의 차단)과 사회적 거리두기 (학교 등 공공시설 폐쇄, 다중시설의 운영 제한, 개인의 이동 제한 등) 정책은 범위와 강도가 서로 달랐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적극적인 검사와 역학적 추적 조사를 기본으로 밀접 접촉자의 선제적 격리를 우선 목표로 삼았다. 또한, 미국이나 영국처럼 극단적인 개인 이동의 제한 (일명 ‘락다운’)을 하지 않으면서 감염 현황에 따라 3밀(밀집, 밀접, 밀폐)차단을 목표로 강력한 행정조치 (‘단계별 거리두기 정책’)로 감염 유행을 차단하는 정책을 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사회는 빠르게 ‘방역사회’로 이행했다. ‘격리’, ‘통제’, ‘소독’, ‘예방 접종’ 등으로 집약되는 역학epidemiology의 ‘차단 방역’ 원리가 보건의료 체계의 범위를 벗어나 급속히 일상의 준거와 규범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방역 수칙의 준수 여부는 옳고 그름의 잣대가 되고, 성별, 연령은 물론 직장명과 시간대별 이동 수단과 경로가 고스란히 공개되었던 코로나19 상황 초기, 매일 드러나는 확진자의 동선은 공개적 비난의 출처이자 일종의 부메랑 효과처럼 ‘내가 만일 확진된다면 이처럼 비난과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잠재적인 두려움의 원천이 되었다. 극단적인 이동 통제는 없었던 대신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율을 이루기 위해 코로나19 정보제공과 소통에는 상당한 공포 소구가 동원되었고 (‘지금 멈추지 않으면, 영원히 멈춘다’,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중 어떤 마스크를 쓰겠는가?’), 지역과 동네는 ‘청정’이란 표현으로 구분되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20개월 내내 일상은 코로나19와의 전쟁터‘배틀 필드’이며, 생계나 가사 및 돌봄 부담은 각자가 알아서 감당하는 가운데 “모두가 방역 사령관”이 되라는 주문이 강조되었다. 이런 전쟁의 비유와 서사는 방역과 환자 치료 현장을 지키고 감당한 보건의료 인력과 조직에 특별히 강력하게 적용되었으며, 따라서 사회는이들을 전사 또는 영웅으로 지칭하거나 일상과 고립된 ‘파병’된 주체처럼 다뤘다.

이처럼 지난 1년 반 동안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19는 독감처럼 일상에 공존하는 질환이 아니라 매우 높은 낙인 두려움을 유발하는 감정촉발형outrageous 사회적 위험이었다. 위험의 방지는 일반적인 건강 행위를 지속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계획된 것으로, 보건당국의 권고안을 일상 준거로 채택하고, 다양하게 명명된 거리두기 단계별 조치의 수용과 순응을 통해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정보와 소통 역시 일상적 건강 커뮤니케이션과 다르게 전시戰時 상황을 맥락으로 삼아 팬데믹과의 전투에서의 승리, 곧 질병 종식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서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코로나19 20개월의 성과와 이면]

인구 대비 코로나19 감염 확진 환자, 사망자, 중증환자수와 같은 산출적 지표를 기준으로 삼으면, 한국 사회의 코로나19 대응의 결과는 매우 양호하다. 함께 고려하는 영향력impact 측면에서도, 그동안 한국은 국제 보건기구나 미디어를 통해 코로나19 대응 (일명 K방역)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만일 초점을 ‘어떤 목표를 추구했는가’의 가치와 ‘결과를 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의 과정, 그리고 결과에 소요된 사회적 비용까지를 고려하는 ‘성과’로 옮기면 그동안의 코로나19 대응은 다만 자축이나 자족이 아니라 앞으로 또 미래 새로 등장할 감염병 유행을 어떻게 더 잘 대비할 것인가를 자기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먼저, 고려할 점은 바이러스 감염의 조건이 달라진 점이다. 보다 강한 전파력을 가진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과 우세종 전환은 코로나19 대응을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닌’ 것이게 했고 이에 따라 일부 싱가포르를 비롯한 국가들은 과거의 ‘제로 코로나’를 수정, ‘코로나로부터의 회복 탄력성’을 새 정책 목표로 변경했다.

두 번째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사회적 반응도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점이다. 지난 1~3차 유행 시점에서, 국민은 확진자 규모 등 위험 수위가 올라가면 그 변화에 부응하여 자신이 걸릴 수 있다는 위험인식 자체가 올라가고, 권고행위나 수칙이 유익하다는 반응 효능감 및 전문가와 보건당국에 대한 신뢰 유지를 통해 거리두기 격상에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의 4차 유행 시기 조사 결과에서는 감염 심각성 등 위험인식이 이전과 같은 상승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스크 쓰기 등의 실천 수준은 여전히 높지만, 지난해 12월에 비해 자신의 대중교통이용 자제 및 외출 자제 등에서 실천도가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또한, 지난 세 차례 유행 시점보다 지금의 4차 유행에서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한다는 응답은 14.7% 수준이었고, 전반적으로 자신이 거주하는 지방정부의 대응 신뢰도가 감소했다.
셋째, 20개월 이상 지속된 코로나19 장기화 영향, 특히 사회적 웰빙에 미친 영향력이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절반의 일상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인식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0점=‘코로나로 완전한 일상정지’, 100점=‘코로나19 이전으로의 완전한 일상회복’으로 제시하고 점수를 매기도록 한 결과, 상황 20개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50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나, 일상 위축은 저소득층 및 주부에서 상대적으로 높다. 다음으로,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 등 코로나19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 수준은 열명 중 아홉 명 수준으로 매우 높고, 확진자 숫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4차 유행 시점에서, 일반인이 느끼는 코로나19 관련 스트레스는 ‘지치고 방전됨’, ‘소용 없게 느껴지고 무기력함’ ‘울적하고 우울함’ 등으로 공포나 불안이 아닌, 전형적인 사태 장기화의 무력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코로나19 대응 체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관심이나 의견의 수준을 묻는 질문에, 관심이나 의견이 (별로+전혀) ‘없다’는 응답은7.5%에 불과했고 관심이나 의견이 ‘높다’ 가 48.8%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외, 반응 및 정치적 효능감은 코로나19 대응의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이 긍정적 정서를 잃지 않도록 하는 점에서 중요한데, 최근 코로나19 정책에서 정부와 보건당국이 자신과 같은 사람의 말을 귀기울이고 반응할 것이라는 정치적 효능감이 지난 시기보다 감소세를 보였다. 끝으로 현재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으로 4차 유행이 통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긍정적 인식 역시 21.1%에 불과한 반면 가능성이 ‘낮다’는 41.6%로 배 가까이 높았고 직종 중에서는 자영업자가 이런 부정적 인식이 가장 높았다. 끝으로 현재의 코로나19 대응 전망은 초점을 질병 종식에 둔다면 낙관적이지 않다. 앞으로 1년 이내 코로나19의 종식 가능성’에 대해, 전체의 81%가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고 종식 가능하다는 응답는 전체의 19% 수준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나아가야하는가? :  안전-회복의 동반 추구]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 질문은 결국 지속 가능하면서도 고성과를 유지하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라는 보다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꾸어 생각해볼 수 있다. 최근 거론되는 ‘위드 코로나’ 등의 방역 정책 전환의 각론보다는 그런 정책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방향성에 대해 언급하며 원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코로나19 대응에서 ‘안전’과 ‘회복’의 동반 강화를 목표로 추구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여 개월의 경험으로 우리는 절대 잊지 않아야 할 두 가지 얼굴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코로나19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얼굴이다. 이들에게 코로나19는 상실과 비애를 안기는 결정적인 생애사건이 되고 있다. 위중증 환자의 쾌유를 비는 가족의 애타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각인된 이들의 얼굴은 앞으로 사회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고 위중증 환자의 건강회복에 유한한 자원을 집중하면서 백신접종을 가속화하는 것을 요구한다. 또한 앞당길 일상 회복은 안전을 볼모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동반 상승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나 코로나19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사회의 교역, 교류, 성장과 발전의 결과물로 ‘생산된 위험’이다. 율리히 벡의 위험사회론이 담고 있는 ‘생산된 위험’에 대한 통찰력을 되새겨 봐야 할 시점이다. 사회가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안전을 추구하는 것이 최상위 가치가 되는 위험사회의 본질이 한국 사회의 코로나19 대응으로 어떻게 최적화될지 현실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추구할 감염으로부터의 안전은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회복을 중시하고 균형을 갖춰야 한다. 거리두기 정책으로 정상 영업이 불가능해진 소상공인을 비롯한 민생의 고통을 인내로만 갈음할 수 없으며, 현장에서 육체, 정신적으로 소진한 보건의료 인력과 조직의 감내 역시 영웅적 희생으로 당연시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감염 위험에서 사회가 안전하면서, 회복에 탄력적이기 위해서는 우선 코로나19를 중앙통제식 통치 방식에서 다주체의 협치 구조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정부-전문가 집단의 ‘정책 결정의 과학적 근거’, 정부-국민의 ‘개방적인 정보제공과 소통’, 전문가-국민의 ‘과학적 불확실성을 다루는 이해력(리터러시) 강화’ 등과 함께 미디어와 이들 세 주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중요한 사회적 의제설정과 환경감시 기능을 십분 발휘하는 것이 절실하다. 특히, 현재까지도 매우 높은 크기의 위험으로 인식되는 코로나19의 높은 감정촉발 요소를 효과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과도한 공포나 두려움 대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효능감을 높일 때 새로운 안전의 일상이 자리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위험의 크기를 평가하는 것에 이전보다 다양한 지표 예컨대 건강, 경제, 민주주의 등 다 범주 접근가 다양한 지표를 고려하여 코로나19가 통제가능하고 수용 가능한 위험이 되도록 시도할 필요도 있다.

 

[마무리]

이제 우리에겐 방역의 중요성을 희석시키지 않으면서도 전보다 훨씬 더 연결되고 연대하는 사회를 위한 새로운 계약들이 필요하다. △보건의료 종사자에게 안전한 근무환경을 보장하고, 감염병 대응을 위한 공정한 자원분배의 여건을 만드는 방안, △대처 자원이 빈약한 이들이 격리부터 치료까지 일상 방역 과정에서 겪는 일상마모를 완충할 조건들,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혐오나 차별을 막으면서도 능동적으로 감염 추적과 조기 발견이 가능한 데이터 기반의 참여와 활용 전략 같은 것들이다.
최근 저명 국제 학술지들은 코로나19 감염에서 바이러스 측면에서 완치해도, 사람들이 일상에서 계속해서 다양한 후유증과 기타 증상을 경험하는 Long COVID문제를 경고하고 있다. 어찌 신체적인 문제만일까. 이토록 긴 팬데믹에서 모두가 건강과 웰빙에 영향을 받고 취약해졌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노력은 그저 이전의 일상을 되찾는다는 ‘정상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도 계속될 팬데믹에서 사회적 삶의 건강성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노력, 새로운 일상화 곧 뉴노멀의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방역부터 백신까지, 그동안의 코로나19 대응 무용론이나 무효화의 심리가 커지지 않도록 효과성을 기준으로 그동안의 정책을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재설정 하고, 정신심리적 피로를 낮추며 그동안의 시민 사회의 협력과 신뢰 등 긍정적 자원을 유지, 고취할 수 있는 새로운 책무성 강화 모델과 구체적인 소통 전략 역시 마련하는 것은 코로나19 시대가 우리에게 준 도전이지만 동시에 분명 기회이기도 하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