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을 위한 대학과 기업시민의 협력

 

 

 

[사회혁신과 대학]

세계가 BCBefore Corona 시대와 ACAfter Corona 시대로 구분될 것이라는 혹자의 말처럼 지난해 시작되어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라는 쓰나미로 인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어느 영역 하나 빠짐없이 이전에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서게 되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 대학 또한 코로나19 시대의 대학교육 변화와 전환을 미래의 문제가 아닌 지금 현재의 문제로 직면하고 있다. 이미 3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단어인 VUCA를 재소환한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코로나19로 초래된 또 다른 변동성 Volatility-불확실성Uncertainty-복잡성Complexity-모호성Ambiguity을 맞이하며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그리고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의 문법을 구사해 야만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현재의 VUCA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의 문법으로서 사회혁신과 사회혁신 교육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혁신은 새로운 생산물 또는 생산 방법의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자 하는 기업혁신과 정부 정책 및 행정상 문제를 인지하고 정보 또는 지식을 발굴·생산하여 새로운 정책을 채택하는 일련의 과정으로써의 정부혁신과는 혁신 주체의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즉 사회혁신은 시민 주도로 다양한 주체 간의 협력을 통한 혁신적인 방법 및 절차를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시민 스스로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시민의 주체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혁신의 특징을 담는 사회혁신 교육은 내용적으로는 다학제·초학제적 접근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방법론적으로는 프로젝트 기반 참여학습project-based action learning,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뒷받침하는 핵심역량으로써 흔히 5C라고 부르는 소통communication,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협력collaboration, 통섭consilience, 창의성creativity 등이 강조된다.
코로나19 시대에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또 다른 코로나19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이제 대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의 또 하나의 시민 주체로서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할 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대학의 사회혁신 교육은 그 교육과정 자체가 하나의 사회혁신랩social innovation lab이 되어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대학 구성원 스스로 사회혁신 생태계 내에서 변화창조자change maker로서 역할을 발견하고 VUCA의 시대에 능동적인 건설자이자 창조자로 거듭나야하는 숙명을 떠안게 되었다.

 

[사회혁신과 기업시민]

코로나19가 몰고 온 VUCA의 광풍을 기업이라고 빗겨갈 수는 없다. 대학과 마찬가지고 기업 또한 변동성이 큰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며 기업 본연의 경제적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불안과 위기의 시대에 다양한 사회문제를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사회혁신의 또 다른 주체로서의 역할을 고민해야하는 시대가 되었다.
사회혁신을 위한 기업의 모습은 그 수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단기적 비전과 재무적 결과에 초점을 두는 수동적인 기업의 사회적 관리Corporate Social Stewardship에서부터 기업이 규제 대응적 측면에서 층위별 이해관계자에게 적절하게 대응하는 기업의 사회적 반응Corporate Social Responsiveness, 다국적·초국적 기업경영환경속에서 갈등과 충돌 예방 차원에서의 기업 윤리Business Ethics, 그리고 환경, 경제, 사회를 아우르는 사회 전반의 난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가로서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에 이르기까지 기업은 우리 사회에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
다만 복잡다단해져만 가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점점 분명해져 가는 사실은 기업이 기업 중심적 사고에서의 수동적 ‘책임Responsibility’ 준수를 넘어 기업과 유기적으로연결되어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고민하는 기업시민의 모습을 갖춰야 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과 마찬가지로 기업 또한 사회혁신 생태계 내에서 변화창조자change maker로서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을 찾고 수행해야하는 숙명을 떠안게 된 것이다.

 

[대학과 기업시민이 협력하여 만드는 사회혁신]

대학에서의 협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산학협력이다. 최근에는 이 산학협력조차 기존 대학과 산업체 간 협력 관계에 양자의 중간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 정부(공공연구소)를 포함시킨 삼중나선 모형Triple Helix Model으로 확대되더니 어느 순간 시민사회의 참여를 강조하는 산·학·연·민협력을 가리키는 사중나선Quadruple Helix 모형, 그리고 여기에 환경 이슈를 포함시켜 지속가능발전 및 사회생태 분석을 위한 학제 간혹은 초 학제 간 분석틀을 제공하는 오중나선모형Quintuple Helix model으로 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회혁신 분야에서의 협력의 대상과 범위는 어떠할까? EU 집행위원회 European Commission는 사회혁신을 ‘새로운 아이디어나 제품, 서비스, 모델 등을 개발하고 실행함으로써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새로운 사회적 관계와 협력을 창출해내는 것’으로 정의하며 ‘그것은 충족되지 못했던 사회적 수요에 대한 새로운 대응방식이며, 사회적 상호작용의 새로운 프로세스를 촉발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회혁신의 정의 자체에서 ‘새로운 사회적 관계와 협력’이 강조되는데 이를 사회혁신을 언급할 때 함께 자주 등장하는 용어인 공동창조co-creation로 대용하여 표현할 수도 있겠다. 이제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여 공동창조co-creation하는 사회혁신 실사례를 해외 대학과 포스코 기업시민 프로그램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뱁슨대학Babson College
뱁슨대학은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근교 웰즐리Wellesley에 위치한 사립대학이다. 뱁슨대학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학부전공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최초의 대학으로 기업가정신 교육 분야에서 학부 및 대학원 과정 모두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뱁슨대학이 정의하는 기업가정신은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과 자원 배분 역량’으로 많은 교과목이 이를 현장에서 실현해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특히 MCFEManagement Consulting Field Experience는 기업 및 비영리기관들과 협력하여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4~6명으로 구성된 학생 컨설턴트팀이 경영 컨설턴트들과 함께 참여 기업 및 비영리기관을 대상으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의 문제해결 및 의사결정 능력 향상을 돕고 동시에 참여 기업 및 비영리기관에게 컨설팅 주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애리조나 주립대학Arizona State University
미국 남서부에 위치한 애리조나 주립대학은 대학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혁신은 2002년 취임한 마이클 크로Michael Crow 총장의 강력한 리더십하에서, “New American University”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누구를 배제함으로써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포용함으로써 성공할 수있는 모델, 공공선에 도움이 되는 연구와 발명을 지향하는 모델, 공동체의 건강과 복지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주된 책무로 삼는 모델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학을 교육기관이 아닌 ‘지식기업’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섹터들에게 대학 보유지식 및 기술을 오픈함으로써 기업체, 대학, 학생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또한 다양한 섹터의 주체들과의 파트너십 체결 자체가 경제적 성과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데이터분석,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자율주행차 등 현장 수요 중심의 연구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 학생들을 적극 참여시킴으로써 학생과 기업의 만족도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포스코 기업시민: 포유드림POSCO YOUTH DREAM
포유드림은 포스코 기업시민 경영이념 실천 프로그램 중 하나로 기업이 시민으로서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취업 아카데미, 청년 AI·Big Data 아카데미, 창업 인큐베이팅 스쿨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한 청년 구직자들에게는 포유드림 잡매칭 등을 통해 포스코와 거래하는 중소 협력기업에 청년 구직자들을 즉시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가 하면, 포스텍 연구 인턴 또는 포스코그룹사에 상시 채용 지원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또한 우수 기술창업 아이템은 포스코 고유의 벤처기업 발굴·육성 프로그램인 IMPIdea Market Place와 연계해 창업교육·엑셀러레이팅프로그램까지 제공하는 등 내외
부 자원 연계를 통해 프로그램의 성과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기업시민 포스코경영연구원 x 가톨릭대학: 사회적경제 프로보노1 프로젝트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민·관·학 협력 모델에 기반한 사회적경제 프로보노 사업을 통해 사회적경제 생태계 강화와 미래세대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2020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연세대학교 사회혁신학회 SICASocial Innovation Creators’ Academia, 사회적기업 (주)상상우리와 함께 사회적경제 프로보노 프로젝트를 진행한데 이어 올해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최하는 ‘2021년 사회적경제 선도대학’의 주관대학 중에 하나인 가톨릭대학교와 사회적경제 프로보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 학기 동안 다양한 전공으로 구성된 가톨릭대학교 대학생팀과 전문 지식을 갖춘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원 5명이 사회적경제 프로보노단을 결성하여 각각 매칭된 5개의 사회적경제 기업과 지속적인 인터뷰와 회의를 하고, 기업의 현황 분석을 시작으로 기업이 당면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pain point 파악 및 명확화, 연구조사 목표 및 계획 수립, 기업별 맞춤형 솔루션 도출, 최종 컨설팅 보고서 작성, 마지막 성장공유회 과정 등의 일련의 활동을 수행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장애인용 높이조절 싱크대 제작업체인 휠링보장구협동조합은 “이번 프로젝트 마무리 시점에 학생들이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원님과 함께 고민하여 직접 디자인한 브랜드와 이를 담아 직접 제작한 팜플렛을 지자체와 공기업에 배포했다. 그중에 실제 몇 군데서 제품과 관련된 문의를 해주었다. 실제 판매까지 이루어지기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 이 정도만으로도 이번 프로젝트 참가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인지라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참가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포스코경영연구원 프로보노들은 참여 대학생들에게 기업컨설팅에 대한 실무적 지식뿐 아니라 선배 사회인으로서 멘토링을 제공해 미래세대 주역인 학생들이 글로벌 모범시민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영학과 4학년 학생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위해 최전선에서 힘쓰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내 스스로 행동에 앞서 사회를 생각하는 시민으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더 깊은 공감의 시선을 가진 기업시민 포스코를 바라며]

‘New ideas that work.’ 또 다른 사회혁신의 정의다. 물론 뒷부분에 ‘to address pressing unmet (social) needs’라는 문장이 따라붙어 궁극적인 사회혁신의 뜻을 완성하게 된다. 결국 사회혁신을 완성시키는 단어와 문장의 연결을 따라가다보면 사회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감각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필자는 이 감각을 ‘공감의 시선’이라고 표현한다. 지금까지 대학과 기업에게 불어오는 사회혁신의 바람과 대학과 기업의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혁신의 사례를 통해 살펴봤듯이 사회혁신, 그리고 그 사회혁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감의 시선은 유아독존의 세계관에서는 절대 생겨날 수 없다. 또 반대로 협력의 동반자가 많아질수록 그 공감의 시선은 더욱 더 깊어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회와의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의 선순환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회구성원으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온전한 인격체인 기업시민 포스코의 공감의 시선이 더욱 깊어지고 따뜻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기업시민 포스코의 모든 구성원이 우리 사회의 더욱더 많은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의 범위와 내용을 넓혀 나가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공동창조co-creation의 거리를 더 많이 만드는 독립적 주체가 되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