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ESG 경영의 시작점

 

 

 

 

[ESG 경영의 부상(浮上)과 기업들의 움직임]

오늘날 기업활동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이다. 코로나 19라는 위기 속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더욱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글로벌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의 회장 ‘로렌스 핑크Lawrence D. Fink’1는 2020년 CEO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투자결정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성을 핵심 지표로 삼겠다고 밝혔으며, 기업이 본연의 목적에 충실함과 동시에 주주, 고객, 직원 그리고 지역공동체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장기적인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거라 전망하였다. 또한, 2021년에 작성한 서한에서는 장기적인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 대한 공개와 양질의 ESG 정보 공시, 그리고 ESG의 실질적인 이행을 강조하였다.2 이미 유럽에서는 평균 근로자 수 500인 이상, 매출 4천만 유로 이상의 기업에 대해 비재무적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NFRD(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 비재무보고지침)를 2014년에 도입하였으며, 이를 2018년부터 공개하도록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ESG 관련 투자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반면, ESG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공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에서는 2025년까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대한 자율공시를 활성화하고,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에서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시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ESG 요소 중 거버넌스governance 3와 관련된 공시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언급하였다. 한편, 미국 나스닥에서는 2020년 12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이사진의 다양성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하였으며, 이사진에 대한 투명한 다양성 통계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나스닥에서 퇴출될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기업의 ESG 경영이 강조되자, 국내 대기업들은 ESG관련제도 정비 및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재편에 나섰다. 그 움직임 중 하나가 ‘ESG 위원회’의 설치이다. 포스코는 지난 3월 ESG위원회를 신설하였으며, 기후변화 관련 저탄소 정책과 안전·보건 등에 대한 계획을 검토하고 이행사항을 모니터링하는 활동 등을 통해,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SK도 기존에 존재하던 이사회 산하 거버넌스위원회와 별도로 ESG위원회를 따로 신설했으며, 한화와 LG도 올해 새롭게 ESG 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리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은 ESG 위원회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ESG 위원회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조직을 두고 있다.4 기업의 이러한 움직임은 ESG 경영을 단순히 선언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이행으로 옮기기 위한 의도임을 알 수 있다. 또한, ESG위원회를 통해 관련 주요 정책을 결정함으로써 검증기능을 강화함은 물론,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는데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ESG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4500개가 넘는 ESG 주요지표가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진 ESG 평가와 순위체계만 해도 400개가 넘는다고 한다.5 ESG는 일반적으로 E(환경) S(사회), G(거버넌스)로 나누어서 평가하고 있으나, 평가기관별로 정보수집 및 분석방법이 상이하다. 그래서 아직까지 ESG 평가체계의 일관성과 투자효과를 판단하는 객관성이 낮다는 한계점이 있다. 따라서 ESG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 개발과 다양한 평가체계 간에 지속적인 컨센서스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환경과 사회 영역을 모두 고려해야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거버넌스를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등급 평정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거버넌스이기 때문이다. 김진성 한국기업 지배구조원 ESG평가팀장은 “환경의 경우 산업군 별로 환경 민감도를 상중하로 나누는데, 민감도가 높은 산업군에 속한 기업의 경우 ESG에서 환경의 비중이 높지만, 어떤 기업이든 ESG 등급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거버넌스”라고 밝혔다.6 또한,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ESG는 각각 별개라기보다는 E와 S에 대한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릴지가 거버넌스에 달려있다.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을 해야 전반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7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제시하고 있는 ESG 전략 대부분이 E와 S에만 치중하고 있으며,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WEF에서 제시한 ‘거버넌스의 원칙’
2019년 개최된 BRT(Business Round Table,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주주만이 아니라 고객, 직원, 공급업체,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고려한 비즈니스를 실현하겠다는 ‘기업의 목적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2020년 1월 개최된 WEF(World Economic Forum, 세계경제포럼)8에서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SCM(Stakeholder Capitalism Metrics,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공통지표)이다. 이는 2020년 9월에 발간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측정 :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위한 공통의 지표와 일관된 공시를 향하여(Measuring Stakeholder Capitalism : Towards Common Metrics and Consistent Reporting of Sustainable Value Creation)』라는 보고서에 정리되어 있다. 이 보고서에서 소개하고 있는 측정지표는 거버넌스의 원칙principles of governance, 지구planet,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이라는 4개의 축에 따라 소개하고 있으며, 총 21개의 핵심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WEF가 제시하는 거버넌스의 원칙은 ‘기업의 목적’, ‘지배구조의 질’, ‘이해관계자의 참여’, ‘윤리적 행동’, 그리고 ‘리스크와 기회에 대한 감독’이다. 즉, 기업의 목적이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거버넌스가 잘 구성되었는지(ESG 역량, 이해관계자의 다양성, 의사결정의 독립성), 의사결정 구조에 주요 이해관계자의 의사가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윤리경영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반부패, 내·외부 보고 매커니즘), 비즈니스 전반에 ESG 관련 위험과 기회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이 거버넌스의 원칙인 것이다. 그러나 이 5가지 원칙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기업의 목적’이다.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업이 의사결정의 목적을 어디에 둘 지 명확하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유니레버Unilever의 거버넌스 특징]

유니레버는 세계가 직면한 사회 및 환경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당사의 제품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켜 ‘지속가능한 생활을 평범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니레버는 지속가능성과 ESG 달성을 위하여 노력을 펼친 결과, 2020년 글로브스캔-서스테인어빌리티GlobeScan-SustainAbility에서 조사한 ‘지속가능성 대표기업’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또한, 2020년 S&P ESG Score 총점을 91점(E 96점, S 89점, G 89점) 받았는데, 이는 동종업계COS Personal Products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다.9
유니레버의 비즈니스 전반에는 ESG관련 전문가그룹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속가능성과 ESG와 관련된 다양한 이사회 및 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유니레버는포용성과 다양성을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요소로 보고 있다. 이에, 유니레버 이사회의 여성비율은 42%, ULE(Unilever Leadership Executive, 유니레버 최고경영진)의 여성비율은 31%, 그리고 운영진management의 여성비율은 무려 50%에 달하며, 글로벌 기업답게 다양한 인종의 직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이사회 내 여성의 비율이높아지고, 다양한 인종이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참여비율이 증가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포용성 및 다양성을 고려한 거버넌스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유니레버는 기업 목표와 부합하는 USLP(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 유니레버 지속가능한 생활 계획)를 대표적인 전략으로 세웠다. 그리고 여기에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최고경영조직인 ULE에게 이 계획을 이끄는 역할을 부여하였다. 또한, 유니레버는 주요 이해관계자를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 소비자, 고객, 공급업체 및 비즈니스파트너, 그리고 지구와 사회라고 보았으며, 각 이해관계자들의 의사가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공개하고, 각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이사회 및 ULE 고려상황과 결과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윤리경영을 위해 뇌물수수 및 부패금지, 이해상충방지 등에 대한 원칙을 공개 및 이행하고 있으며, 정보보호, 공정거래, 공정경쟁 등 리스크 및 기회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페덱스FedEx의 거버넌스 특징]

유래 없는 펜데믹pandemic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자, 반대급부로 온라인쇼핑 및 언텍트 거래가 늘어나면서 배송물량이 증가하게 되었다. 그러자 포장과 배송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함께 높아졌으며, 지속가능성과 ESG의 달성은 물류업계에서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에, 글로벌 물류기업인 페덱스는 친환경 포장 및 배송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등 친환경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성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하기 위한 ‘페덱스 기업 지속가능성 위원회’를 설치하였으며, 전사적으로 환경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감독하고 있다.

페덱스는 기업 전반에 다양성과 포용성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하여, 다양성&포용성 협의회를 구축하였다. 그리고 이사회 구성원(13명) 중 여성이 4명, 다른 인종의 구성원이 3명 포함되어 있다. 또한, 페덱스는 고객, 주주, 팀멤버, 공급업체, 공급망 내 근로자들, 정부, 지역사회, 미디어, NGO, 규제 기관을 모두 주요 이해관계자로 보고있다. 이에, 주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주주들과 정기적으로 비즈니스 전략, 지속가능성 및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 기업지배구조 등을 논의하고 있으며, 고객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페덱스 연차보고서 및 글로벌 기업시민 보고서Global Citizenship Report, GCR 등을 공개하여 ESG 성과를 자세하게 공유하고 있다.
한편, 페덱스는 가장 먼저 직원people을 고려할 때 고객에 대한 서비스service의 질이 높아지고, 회사가 이윤profit을 많이 남길 수 있다고 보는 ‘P-S-P 정책’을 강조하고있다. 이러한 사람중심 경영을 위하여 페덱스는 공정한 대우 보장, 다양성 존중, 그리고 괴롭힘이나 차별금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 무결성및 규정 준수를 위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회사의 정책 또는 절차의 위반에 대해 알고 있거나 의심이 되는 경우 익명으로 보고 및 신고가 가능한 ‘페덱스경보 라인FedEx Alert Line’을 연중무휴 운영하고 있다.

 

[ESG, 선택이 아닌 필수]

오늘날 글로벌 투자자들은 투자 원칙으로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으며, 소비자들 역시 환경과 사회를 고려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한다. 또한, 투자자들은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ESG 리스크 관리 및 감독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이에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ESG 위원회 및 협의체 등 다양한 ESG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이제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ESG 중 환경이나 사회 영역에만 치중해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도 거버넌스 영역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환경과 사회문제에 대하여 어떠한 의사결정을 내릴지는 거버넌스에 달려있기 때문에, 거버넌스는 ESG의 기본이자 출발점이라 할수 있다. 즉, 오늘날 ESG가 필수라면, 거버넌스는 필수 중에 필수이다.
그러므로 ESG에 근거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윤리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보편적인 원칙을 준수하되, 기업이나 산업의 특성에 맞는 거버넌스를 마련하여, ESG 경영이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한 패러다임으로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