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 변화와 지역 불균형

 

 

 

 

현재 한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국가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전염병으로 인한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항상 많은 정치사회적 변화를 수반해 왔다. 예를 들면, 중세 유럽 인구의 1/3을 사망에 이르게 한 흑사병의 경우 극심한 노동력 부족을 야기했으며, 그로 인해 봉건제가 붕괴되고 먼 훗날 자본주의가 태동하게 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보다 가깝게는 1919년 스페인 독감으로 인하여 전세계적으로 약 1억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되며, 이로 인해 세계의 정치경제적 헤게모니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여진다 (윤지호, 2020).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인구변화는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아마도 산업혁명 이후에 나타난 인구변천demographic transition과 그로 인한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 그리고 후기 산업사회에서 나타난 저출산·고령화의 문제일 것이다. 국가들 사이에 상당한 편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이러한 인구변천 과정의 완성은 서구사회에서 약 100년에서 200년 동안에 걸쳐 이루어졌다.
한국도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의 속도로 경제발전과 함께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다 ([그림 1] 참조). 1960년의 경우 한국 전체 인구는 2천 5백만 정도였지만 1980년까지 매년 65만명 정도씩 증가하였다. 이후 증가속도는 다소 늦추어졌지만,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였고, 2012년에 5천만 명을 돌파하게 된다. 즉 196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불과 52년 만에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출산율이 급락하게 되고, 급기야 2018년에는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이 0.98로 떨어지고, 총 출생아 수도 32만명에 그치게 되었다. 이러한 저출산 기조가 단시간에 역전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며, 2017년 인구를 기준으로 한 장래인구 중위 추계에 의하면 2029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67년 경에는 전체인구는 4천만 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며, 이는 1990년대 초반 총인구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현재보다도 출산율이 더 감소한다면 2021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2067년 총인구는 3천4백만 명 정도로 1970년대 초반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전체적인 인구 규모의 변화도 매우 큰 의미를 지니지만, 연령구조 변화 또한 사회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993년의 경우 생산가능 인구 (16세-64세)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68.8%에 이르렀다. 그에 반해 65세 이상의 인구는 5.4%를 차지하였고, 15세 미만의 경우 25.7%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74년이 지난 2067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46.5%를 차지하고, 15세 미만은 8.7%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전체 한국인의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가 65세 이상의 노년층이 될 것이다. 2067년까지 노년층 인구는 1993년 대비 약 9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15세 미만은 1/3로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어온 인구 고령화의 한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구 고령화의 여파로 인해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은 2067년 경에는 44.8%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격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성장잠재력 축소와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장기적으로는 노동력 부족과 인력난으로 인하여 기술 및 노하우 단절 등이 일어나고 이는 다시 산업경쟁력이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근태·이지현, 2017).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인구 구조 변화가 전지역에 걸쳐 균질하게 진행되어 온 것은 아니며, 수도권 인구 집중과 지방 소멸 위험의 도래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재열 외., 2017). [그림 3]에 제시된 것과 같이 1966년에는 수도권 (서울, 인천, 경기) 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의 약 1/4 (23.3%)에 머물렀지만, 1960년대와 1970년에 걸쳐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하여 급격히 상승하였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1980년대 후반에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였고, 그 결과 1990년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약 43.7%에 육박하게 된다. 1990년대 후반 발생한 IMF 경제위기 이후 2000년대 초반에 다시 수도권 인구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였고, 2005년에는 51.9%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후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 2035년까지 약 50% 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통계청, 2019). 즉 앞으로도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전국민의 절반 정도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을 것이다. 인구 분포의 집중도를 지니계수1를 통해 살펴보아도 수도권 인구 비중과 비슷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2010년과 2015년 사이에 지니계수가 급격히 감소하였는데, 이는 세종특별자치시가 2012년 공식적으로 출범하고, 혁신도시들로 공공기관들이 이전을 시작하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결과에 의하면 2020년을 기점으로 세종시와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사라져 다시 수도권 인구집중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최근 발표된 통계로도 그러한 경향이 확인되고 있다 (손영하, 2020).

이러한 인구의 수도권과 대도시 집중으로 인하여 지방 중소도시와 군지역은 대부분 소멸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상호, 2018). 20-39세 여성의 수를 65세 이상의 노년층 인구로 나눈 지방소멸지수2에 의하면 전국 지자체의 1/3 정도가 이미 소멸위험 단계에 들어섰다. 경상남도 남해군, 경상남도 합천군, 경상북도 군위군, 경상북도 영양군, 경상북도 의성군, 경상북도 청송군, 전라남도 고흥군 등 7개 지역은 소멸위험지수가 0.2에도 미치지 못해 소멸고위험 지역인 것으로 드러났다 (류방란 외., 2019).
이러한 지역 불균형의 시발점은 아마도 1960년대부터 경부축을 중심으로 진행된 산업화 과정일 것이다 (장덕진 외., 2015). 서울과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에 산업시설이 들어서면서 호남과 경북 산간 지역의 젊은이들이 서울과 부산 등지로 이주하였고, 이는 호남과 경북 산간 지역의 연령 구조를 노년층 중심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렇게 젊은층 인구가 빠져나간 지역에는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 지역은 노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소멸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젊은층 인구는 유출되고, 오히려 65세 이상의 귀농인이 전입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해당 지역의 인구 고령화 속도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Kim, 2015).
이미 지방쇠퇴 혹은 소멸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정해진 미래”(조영태, 2016) 일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인구감소로 인해 체념에 빠진 일본 지자체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관계인구”3 만들기와 같이 피상적인 접근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이런 접근방식 보다는 각기 다른 소멸위험도를 보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처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지방소멸지수별 인구 규모는 소멸위험도가 높을수록 작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김근태, 2019). 그러나 이는 특별시와 광역시 위주로 인구가 집중된 현 상황에서 놀라운 일은 아니다. 또한 인구 1,000명당 사업체 수도 소멸위험도별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소멸주의 단계에 들어선 지자체에서 보다 많은 사업체 수가 보고되고 있다. 지자체의 문화적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인구 10만명 당 문화기반시설(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 문화의 집 등) 수도 오히려 소멸위험도가 높은 지역에서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의 교육환경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인구 10만명 당 학교의 수도 모든 학교급별에서 소멸위험도가 높은 지역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소멸위험도가 높은 지역의 전반적인 삶의 질이 낮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젊은 층 인구가 지속적으로 수도권 및 대도시로 이주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아마도 그 원인은 매우 다양할 것이지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2018), 지역별 일자리 질과 매우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림 4]는 이상호 (2019)가 제안한 지역별 일자리 질 지수 (시군구별 고소득 비중, 고학력 비중, 고숙련 비중의 합)별 지방소멸도를 나타내고 있다. 2010년과 2015년에서 공통적으로 두 지수 간 명확한 정(+)의 관계가 발견되었다. 달리 말하면, 지역의 생존가능성이 높을수록 일자리의 질도 높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2010년과 2015년을 비교해 보면, 2015년에 이 두 지수의 상관관계가 미세하게 강화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결과가 함의하는 바는 지방소멸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자리의 수가 늘리는 것보다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이러한 경향이 지속된다면 일자리 질이 지방소멸 위험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 또한 시사하고 있다.
요컨대 한국 사회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속도로 압축적인 성장을 이루어왔으며, 그에 따라 인구구조도 빠르게 변화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급속한 변화에 뒤처지고,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많은 지방 중소도시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 지방 중소도시들은 심각한 존폐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상황을 반전시키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재와 같은 지역간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 그동안 정부는 혁신도시 신설과 같은 방식으로 수도권 인구를 분산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와 우수한 대학들이 집중되어 있는한 혁신도시로 인한 인구 분산 효과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소규모의 혁신도시들을 신설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지역 거점 도시를 지정하고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김근태, 2019). 즉 흩어진 인구와 공공시설을 집적하여 ‘압축도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강래, 2017). 이와  동시에 모든 지자체를 현 상태로 유지할 수 없으므로, 지역별 역량을 기반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