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시민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서

 

 

기업시민 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성

늘어나는 인구, 자원 개발의 가속화, 환경에 대한 영향 등으로 이제 ‘통상적인 비즈니스’Business as usual는 한계에 다다랐다. 세계자연기금WWF: World Wildlife Fund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는 현재 1.5개의 지구에 해당하는 양을 소비하고 있다. 0.5개의 초과분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초과된 0.5개 분의 지구는 미래 세대의 것을 앞당겨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초과하는 만큼의 부유와 성장을 누리는 대신에, 결국 미래 세대는 활용할 지구가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이제까지와 다른 새로운 목적과 방식의 비즈니스 혁신이 절실하다.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더 큰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핵심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 비즈니스 모델’Sustainable Business Model이라는 명칭으로 최근 들어서 많은 학계의 연구들이 등장하고 있다.(Bocken et al, 2014) 이러한 현상은 향후 실제 기업들도 더 활발한 기업시민 활동을 위해서는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함을 의미한다:
“기업시민으로서 더 큰 경제-사회-환경적 가치를 위해서는 어떠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가?”
이 질문의 답은 단순히 기존에 해오던 것을 연장하거나, 뭔가 사회-환경적 배려를 기존의 모델에 추가함으로써 얻어지기는 어렵다. 체계적이면서 방법론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시민  비즈니스 모델의 프레임워크Framework

먼저 비즈니스 모델의 간단한 정의를 살펴보자. 비즈니스 모델이란, 기업이 어떻게 비즈니스를 하며, 또한 분석, 비교, 성과 파악, 관리,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혁신의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개념적인 도구를 말한다.(Osterwalder and Pigneur, 2005) 통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구성요소들은,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 가치 창출과 제공Value creation & delivery, 그리고 가치 획득Value capture이다. 이 세가지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프레임워크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고, 기존의 ‘경제적 목적’ 하에서 비즈니스를 설명하는 대표적 도구로, 다음 그림으로 요약할 수 있다.<가치 제안>은 어떤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그리고 그 가치가 누구(고객세스먼트)에게 어떻게(고객관계 및 유통채널) 전달 되는가를 설명한다. <가치 창출과 제공>은 기업의 가치 창출을 위한 핵심 활동과 자원, 공급채널, 그리고 핵심 파트너와 기술이 포함된다. <가치 획득>은 어떻게 수익이 발생하며, 그를 위해서 필요한 코스트의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를 서술한다. 이 세가지 영역에서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서 더 큰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차별화하고, 어떤 전략과 실행이 필요한가를 논의하게 된다. 소위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란, ‘새로운 가치 제안을, 새로운 가치 창출과 제공으로, 새로운 가치 획득을 통해서’ 기업의 신성장을 추구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렇게 성장을 추구해온 기업들이 결국 ‘1.5지구 사용’의 한계점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 비즈니스 모델의 전형들Archetypes

최근 들어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거나 벗어나서, 새로운 ‘지속가능 비즈니스 모델’Sustainable Business Model의 연구와 실용화가 활발해지고 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자들은 다양한 연구논문, 사례 등을 조사하여 총 8가지 유형의 지속가능 비즈니스 모델의 전형을 제시하였다.(Bocken et al, 2014) 3그룹(기술적, 사회적, 조직적) 관점에서 본 8가지 대표적 유형의 전형 모델들이 아래 그림에 표현되어있다.
위 8가지 유형들 각각에 대한 예시들은 다음과 같다:
• 소재와 에너지 효율 최대화: 저탄소 제조/솔루션, 린 생산방식, 적층제조방식, 부품간소화 등

• 폐기물로부터 가치 창출: 순환경제, 산업간 공생, 재활용, 재처리, 회수관리, 자산 공유, 제조자 책임 확대 등
• 재생 및 천연 프로세스로 대체: 재생에너지로 전환, 에너지 혁신, 제로 배출, 슬로우 제조 등
• 소유 대신 기능 제공: 새로운 제품서비스시스템(PSS), 사용기반 모델, 공유 모델 등
• 환경보호 역할 수행: 생태계 보호, 웰빙 및 건강 케어, 윤리적 거래 등
• 충분함 권장: 고객 교육 및 인지, 요구관리, 슬로우 패션, 제품 수명, 검소한 모델 등
• 사회/환경적 목적 전환: 비영리,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호혜적 모델, 소셜가치 등
• 확장된 솔루션 개발: 협업 모델(소싱, 제조, 로비), 기업가 양성/후원, 오픈 이노베이션, 크라우드 소싱 등
이러한 전형들은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예를 들어서, 신규 사업의 진출)에 적용될 수도 있고,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확장될 수 있는가를 탐색하는데 레퍼런스로 활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형들은 일종의 등대 역할을 할 뿐이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새로운 기업시민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것인가에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

 

기업시민 비즈니스 모델의 방법론

VM방법론
위의 지속가능 비즈니스 모델 전형들을 연구한 캠브리지대학 연구팀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사고를 위한 밸류매핑’(Value Mapping for Sustainable Business Thinking, 이하 줄여서 ‘VM방법론’으로)이라는 방법론을 제시하였다.(Bocken et. al., 2015)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사고란, “비즈니스가 사회와 환경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이익을 창출해내는 <긍정적 힘>Positive Force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으로 정의되었다.
또한 VM방법론은 “획득되거나, 잃어버리거나, 파괴된 가치Value captured, missed, destroyed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기회와 매핑함으로써 지속가능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위한 촉매 작용하는 접근법”이다.
VM방법론의 핵심 과정은 다음 세 가지로 구분된다:
• 이해관계자 네트워크에서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가치의 측면들을 이해
• 이해가 상충되는 가치들을 정의(즉, 한 이해관계자에게 혜택이 다른 이해관계자에게는 손실이 됨)
• 정성적 가치 판단을 통해서 – 특히 사회-환경적 임팩트Impact를 개선하기 위해서 –지속가능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기회를 발굴

3-계층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조이스와 파퀸(Joyce and Paquin, 2016)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Business Model Canvas를 확장하여 TLBMCTriple Layered Business Model Canvas를 제안하였다. 그들은 “과거 25년간 기업들은 먼 발치에서 지속가능성을 바라보면서, 실제 자원과 에너지 사용에서는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부분의 조직적 접근들이 임팩트면에서 필요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지속가능성과 지구의 생태학적 한계에 대한 과학적 기반의 인식을 비즈니스 사고에 융합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TLBMC는 이를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었는데, 다음의 세 가지 계층으로 구성된다:

①계층 1: 경제적 관점의 BMC
이 계층은 기존 오스터왈더와 피그뉴(Osterwalder and Pigneur, 2010)가 제안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이다. 경제적 이윤을 설명하는 9가지 요소들로 구성되며, 커피머신과 캡슐을 제공하는 네스프레소 모델의 사례가 아래에 예시되었다.

②계층 2: 환경적 관점의 BMC
네스프레소는 경제적 BMC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환경적 영향을 미치는데, 그들 중에서 가장 큰 요소인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대상으로 그림 4와 같은 두번째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도출할 수 있다.

③계층 3: 사회적 관점의 BMC
사회적 BMC는 이해관계자와 기업 간의 상호 영향을 고려한 ‘이해관계자 접근’Stakeholder approach을 기반으로 한다. 네스프레소의 경우는 사회적 가치가 “더 맛있고 건강한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권장함으로써, 소비자의 일상 생활의 질을 높인다”에서 찾아진다. 그와 더불어서, “커피 농부들과의 상생관계를 통해서 장기적 가치를 추구한다”로 한발짝 더 나간다. 이를 기반으로 그림 5와 같이 네스프레소의 사회적 BMC를 정의할 수 있다.

 

기업시민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

위에서 본 두 가지 방법론들을 레퍼런스로 삼아서, 업의 특성과 조직의 역량, 그리고 앞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방향과 전략에 맞추어서 나름대로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개발하고 실용화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이 여전히 어려운 첫번째 이유는, ‘누구에게나 맞는 모델’One size fits all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새로운 ‘기업시민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개발하고, 실용화할 것인가? 이는 기업시민을 향해 나가는 모든 현대 기업들이 답해야 하는 공통의 질문이다. 이에 대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전 과제>들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1.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이며 어떤 장단점이 있는가?
– 현재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SWOT에 대한 As-Is/현상 분석
2. 기업시민 비즈니스 모델이 갖추어야 할 요건들은 무엇인가?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요소를 추가하거나 변경해야 할지 To-Be/기회 도출
3. 기업시민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프레임워크Framework가 필요한가?
– 기업시민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서 어떤 체계와 요소들이 필요한지를 정의
4. 기업시민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발굴되어질 수 있는가?
– 기업시민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을 위한 프로세스 및 방법론Methodology 개발
5. 기업시민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실현되고 평가될 것인가?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실현과 성과 분석의 체계System 개발

현재까지 나와있는 학술적 연구와 방법론으로는 위의 5가지 질문들에 대해서 명쾌하게 답을 제공하는 것은 찾기 어렵다. 지난 100년 이상의 연구들은 거의 모두가 ‘더 큰 이익’ 혹은 ‘더 높은 경쟁우위’를 위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학계와 산업계는 서로 힘을 합쳐서 새로운 목적과 방향의 연구와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남들이 가는 길을 따르는 대신에 내가 먼저 그 길을 만들어 가보겠다는 ‘혁신가 정신’이다. 기업시민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해법이야 말로 기업시민으로 가는 여정에서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나
침반 세트>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