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시민 인덱스: 목표와 역할

 

 

케이스 웨스턴 대학의 ‘무한사랑연구소’의 정의에 따르면, “사랑의 본질은 타인들의 복리에 대한 이타적인 기쁨이며, 마음으로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고, 또한 그들을 대신하여 보살핌과 서비스를 지속적이며 언제나 변함없는 방식으로, 예외를 두지 않고, 제공하는 행위에 참여하는 것이다.” 자애롭고 지지를 아끼지 않는 가족관계들-고용주들과 정부 양자도 물적 · 제도적 지원세력으로서 이 가족관계 형성에 한몫을 한다-의 형성과 배양은 문명화된 사회를 건설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Michael Edwards, 2018

 

기업시민의 목표

모든 기업에게 건강한 사회는 농부의 옥토沃土와 같다. 사회가 건강할 때 기업과 모두가 함께 번창할 수 있다.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2 번영하는 사회를 원한다면 그 사회의 경제는 공정함, 자율성, 참여를 제공하는 공동체를 통해서 행복과 웰빙을 지속적으로 보장해야 한다.3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관심은 OECD 가이드라인OECD Guideline, 유엔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lobal Reporting Initiative, ISO26000 등 기업과 관련된 국제규범체계가 발전하면서 증가해 왔다.
OECD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업이 주주뿐만 아니라 근로자, 지역사회, 환경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함께 고려할 것을 요구하며, CSR의 규범화를 시도하고 있다. 유엔 글로벌 콤팩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발적 국제협약으로, 기업들에게 인권, 환경, 노동차별반대, 반부패의 4개 분야 10대 원칙 준수를 핵심으로 한다. GRI는 지속가능성 보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이 환경과 사회 문제에 대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기를 권하고 있으며, ISO26000에서 정의하는 사회적책임이란 조직의 의사결정과 활동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투명하고 윤리적인 행동으로 책임지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용어 안에서,
국제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기 위한 활동과 개념들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포괄하는, 기업시민에 대한 이론, 실천 방향 등에 관련된 관련 키워드들을 살펴보면, 지속가능, 윤리, 신뢰, 실천, 환경, 사회, 이해관계자, 기업지배구조, 공동체, 사회공헌, 동반성장, 공정, 공존, 상생 등이 있다. 기업시민과 관련하여 다양한 정의와 실천 개념들이 존재하지만, 빈출하는 키워드에서 ‘기업의 윤리적 실천과,신뢰를 강조하고 환경을 보전하며 사회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과 공존’이라는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업시민은 사회를 이루는 이해관계자의 구조에 있어서, 경제에 국한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사회의 이해관계자 중 하나로 여기며 동등한 위치에서 다양한 사회 기관, 구성원들과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내가 더 나으니까 봉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공헌/자선 위주의 개념보다는, ‘더불어 함께 공존하는 상생’의 개념에서 접근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기업시민’이 지향하는 바는 “기업이 앞장서서 가꾼 건강하고 윤택한 사회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번영繁榮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업시민 실천을 위한 기업의 역할

진정한 기업시민이 되기 위해 기업은 무엇을 목표로 삼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 스스로 건강한 사회를 위한 역할과 진정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업시민 활동을 위해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에 앞서, 행위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역할 중 하나는 국가와 시민 사이에서, 국가가 커버하지 못하는 것, 시민이 하기에 한계가 있는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정부가 하기 어려운 일을 시민단체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는 있으나, 시민단체가 할 수 없는 일, 시장이 시민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분명 존재한다. 기업이 국가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고용, 지역발전, 교육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기업의 역할이 도처에 있다.
우리 사회는 국가, 시장, 시민사회 세 영역의 섹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섹터는 다른 섹터와 대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장 및 시민사회와 구분되는 국가의 특징은 권력과 권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시장이 국가와 시민사회로부터 구분되는 특징은 교환, 거래, 협상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시민사회는 국가의 권위와 시장의 교환과 구분되는 설득, 신뢰 또는 네트워크를 기본 메카니즘으로 갖추고 있다.4 시장, 즉 기업이 주체가 되는 2섹터에서는 사회·환경적 영역 또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교환의 가치로 상정할 수 있는 것들을 발굴하거나,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사회와 시민의 평판을 교환의 가치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사회적 역할을 하는 것, 설령 이윤이 조금 줄어들지라도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2섹터의 역할이라고 본다. 그리고 1섹터와 3섹터의 한계는 무엇이며, 그 둘 사이에 메꿔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탐구해 보면 기업시민 활동으로 해야 하는 가치를 발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시민인덱스 사례

인덱스는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좋은 평가 결과는 자연스러운 ‘홍보’의 기회가 되기 때문에, 평가대상들은 평판을 유지 및 개선하기 위해 좋은 평가를 받고자 노력한다. 따라서 기업시민 관련 인덱스를 통해, 기업시민을 실천하는 선진 기업들과, 그 실천 내용들에 대해 파악할 수 있으며, 우리의 상황과 여건에 적합한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적으로 매우 다양한 기관에서 전 세계 기업들의 기업시민 실천에 대해 평가·발표하고 있다. CR 매거진CR Magazine이 발표하는 기업시민 100100 Best Corporate Citizens이 있으며, 기업의 평판, ESG, 지속가능경영, 임팩트 등 다양한 관점에서의 평가·발표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을 CSR 관점에서 평가하고 있는 기관도 60여 개에 이른다.

이러한 인덱스들이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순위를 떠나 결과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시민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기업시민과 관련한 인덱스의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평판연구소, CR Index
평판연구소Reputation Institute는 지난 20여 년간 40개 국가, 25개의 산업분야에 걸쳐 매년 7,000개 이상의 기업을 평가해 왔다. 평판연구소의 ‘CR 인덱스’CR Index는 CSR을 탈피한 개념으로서 사회, 경제, 환경, 고용 측면에서의 공동책임Corporate Responsibility, CR을 강조한다. 기업이 세상을 더 좋게 하기 위함을 목표로 CR Index를 활용, 전세계 140개 이상의 기업을 매년 평가·발표한다. CR Index는 전체 평판인덱스 항목 중, 거버넌스Governance, 시민성Citizenship, 직무환경Workplace 부문을 합산하며, 이를 통해 기업의 CR을 평가한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발표된 CR Index를 보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월트디즈니, BMW 4개 회사가 상위 4위를 굳건히 지켜왔다. 그러나 Lego의 지속적인 평점성장으로 2017년 4개 기업의 성벽이 허물어졌으며, 심지어 BMW의 순위는 2018년에는 14위, 2019년에는 70위로 하락하였다. 인덱스의 8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Apple, Daimler, Intel, Cisco 등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기업은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기업으로는 삼성과 LG가 매년 100개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삼성이 LG보다 높은 평점을 받아왔으나 2017년부터는 LG가 우세하고 있다.

코퍼레이트 나이츠, Global 100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Global 100 Most Sustainable Corporations in the World, 이하 Global 100)은 캐나다의 투자 리서치/미디어 그룹인 코퍼레이트 나이츠Corporate Knights가 평가하는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지수로 매년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다. Global 100은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대표적인 기업 평가 기준으로써, 2005년부터 매년 전세계 시가 총액 상위 기업을 대상으로 환경, 사회, 자원 및 재무관리, 혁신 역량 등 21개 성과지표를 기준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100개 기업을 선정한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발표된 결과를 보면, 평판연구소의 CR Index에 랭크된 기업들이 Global 100에서도 순위에 오르고 있다. Siemens, Johnson & Johnson, Cisco 등은 CR Index에서는 10위권 밖이었으나, Global 100에서는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BMW, Novo Nordisk, Natura, Intel은 CR Index뿐만 아니라 Global 100에서도 상위권에 분포한다. Global 100 발표이래 순위에 이름을 올린 우리나라 기업은 포스코를 비롯, 신한은행(신한금융지주회사), 삼성전자, 삼성SDI, LG전자 등 총 5개 기업이며, 2018년에는 삼성SDI(10위), 2019년에는 신한은행(9위)이 상위권에 진입하였다.

CR Magazine, 기업시민 100
CR 매거진은 매년 기업시민을 잘 하고 있는 미국의 100개 기업을 선정·발표한다.
‘기업시민 100’100 Best Corporate Citizens은 ISS ESG Factor에 기반하여 7개 영역에 가중치를 두고 총 134개 지표로 기업시민을 평가한다. 7개 영역과 가중치는 고용관계 20.5%, 환경 18.0%, 기후변화 18.0%, 거버넌스 15.5%, 이해관계자 12.5%, 인권11.0%, 재무 4.5%로 하고 있다.
‘기업시민 100’은 기업시민 인덱스로서 평가지표를 ESG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과 평가방법 등에서 의미있는 시사점을 준다. 그러나 미국 내 기업 중에서도, Public Company를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 결과를 검토함에 차별성을 둘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R Index와 Global 100에서 언급된 많은 기업이 ‘기업시민 100’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특히 상위권에 대부분 기업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시민 인덱스의 활용

앞서 사례로 살펴본 인덱스마다 평가대상, 상세 지표 및 측정방법은 차이가 있지만, 랭크된 기업이 반복적으로 다른 인덱스에도 나타난다. 그 이유는 거버넌스, 시민성, 직무환경, 환경, 사회, 자원 및 재무관리, 혁신 역량, 이해관계자, 인권, 재무 등 ‘사회, 환경, 경제, 거버넌스, 고용’의 공통부문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시민 활동의 성과는 그 특성상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큰 이변이 없는 한 달성한 성과는 한순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CR Index의 경우, 결과의 추이가 큰 기복 없이 안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인덱스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고 있는데, 인덱스의 목적에 맞는 평가지표를 선택하고, 적절한 평가방법과 신뢰도가 높은 자료를 활용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덱스 개발의 핵심은 지표를 ‘잘’ 선택하는 것이다. 지표를 잘 선택하기 위해서는 달성목표, 평가목적, 개발원칙 등 인덱스 개발의 전제가 명료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기업시민 인덱스를 개발할 때에도 중요한 절차로서 기업시민의 목표와 인덱스를 통한 활용 목적이 우선 설정되어야 한다.
인덱스의 활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표를 통해 평가하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공감대의 형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 과정은 인덱스 자체의 발전과 평가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평가의 선순환적 체계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잘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가진단 방법으로써, 기업시민으로서의 현재를 진단하고, 장점은 더 좋게 하고 단점은 개선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는 데 필요하다.

 

기업시민 인덱스의 역할

사례의 인덱스들은 기업의 ‘성과’ 측면에서 평가했다. 기업이 이루어낸 결과를 평가할 뿐, 더 잘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해 주지 않는다. 내면의 기업시민 과정과 성장이 아닌, 겉으로 나타나는 결과만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좋은 시민사회는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기업시민도 기업을 구성하는 구성원의 공감과 참여가 동반되어야 가능하다. 자발적 참여라는 기업시민의 본연의 의미에서도, 구성원의 ‘참여’가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기업시민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에게 무조건적인(일방향적인) 공헌과 봉사는 기업의 존립 이유에 맞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이윤창출을 위한 기업으로서 존재해서도 안된다. 이제 모두가 다함께 잘 살기 위해 기업시민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시점에 와 있다. 기업시민 활동은 얼마나 많은 좋은 일을 했느냐 혹은 얼마의 돈을 지불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행위로 인한 ‘기여’가 시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있었는지, 소통이 되었는지가 중요하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러한 기업시민 활동과 기여가 기쁘고 당연스럽게 이루어지려면 이를 행하는 ‘행위’가 비즈니스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시민 활동이 이윤창출로 이어지고,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야 한다. 기업의 올바른 가치관과 진심을 기반으로 어떻게 해야 더 효율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물질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우리 시민의 정신적, 정서적인 부분까지 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업시민 인덱스가 이러한 기업시민 활동의 기준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