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기업시민 되기

 

 

미국의 유수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에서 1,000명 이상의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아래와 같은 설문 조사를 하였다.
질문: “당신의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차별화되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에 답변한 경영진의 약 80%가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응답하였다.
베인&컴퍼니는 다시 이 기업들의 고객에게 아래의 질문을 던졌다.
질문: “당신이 기업으로부터 제공받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타 기업과 차별화되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에 응답한 고객들의 겨우 8%만이 “그렇다”라고 대답하였다.
왜 이런 놀라운 격차가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가치를 제공하는 쪽과 제공받는 쪽의 입장과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대개의 기업들이 스스로 “우리는 열심히 차별화된 것을 제공한다”라고 믿고 있지만, 고객이 보기에는 대부분 “별 차이가 없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이 어찌 보면 ‘냉혹한 현실’에 실망할 것이 아니다. 거꾸로 그 현실 속에는 엄청난 성공의 기회가 내포되어 있다.
80% 대 8%라는 기업과 고객 사이의 차별화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대부분의 시장에서 고객에게 조금만 더 뚜렷하게 느껴지는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잠재해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는 여전히 평균적으로 90%이상의 ‘더 차별화된 뭔가’를 기대하는 고객들이 잠재하고 있다는 매우 고무적인 사실이다. 세상은 지금도 차별화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차별화된 기업시민

무엇이 차별화를 가져오며, 어떻게 하는 것이 ‘차별화된 기업시민’을 만드는 것일까?
본 글에서는 이 질문의 해답을 찾는데 도움이 될만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① 차별화의 세 가지 요소
차별화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요소들이 필요하다:
가치 _ 차별화는 새로운 가치에서 출발한다. 새로운 가치가 없는 활동, 제품, 서비스에 대해서 사회나 고객이 차별화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프로세스 _ 새로운 가치를 위한 새로운 프로세스에서 차별화가 실현 가능하다. 모두가 서로의 프로세스를 단순히 벤치마킹하고, 유사한 과정을 통해서 제공하는 활동,제품, 서비스는 반드시 ‘범용화’Commoditization로 향하게 된다.
자원 _새로운 자원, 특히 역량과 스킬Skill이 필요하다. 차별화가 지속되기 어려운 가장 큰 요인은 그를 위한 새로운 역량과 스킬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것이다.
<그림 1>에 이러한 세가지 요소가 표현되어 있다. 새로운 가치-프로세스-자원의 믹스Mix가 결합하고, 그들의 밸런스가 제대로 이루어져 있을 때에 비로소 진정한 차별화가 가능하다.
어느 하나가 없거나 부족하게 되면, 사회나 고객에게 충분히 차별화된 무엇이 제공되거나 인정받기가 어렵다.

② 가치의 차별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차별화를 위한 구상의 단계에서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 때문인데,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Q _“어떤 새로운 활동, 제품, 서비스가 좋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대개 우리는 이전보다 좀 더 나은 솔루션에 도달하게 된다. 이전과 같은 패러다임 속에서 답을 찾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Anycall이라는 핸드폰에 대해서 이 질문을 한 후에 그 답을 찾으면, 대개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개선되고, 디자인과 품질이 더 낫고, 카메라와 음악감상 기능이 추가된 핸드폰이 탄생한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차별화된 새로운 제품이다. 그러나, 고객이 보기에는 노키아 등 경쟁사의 제품들에 비해서 크게 차별화된 제품으로 보이지 않는다.
차별화를 위해서는 다음의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Q _ “어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히 새로운 활동, 제품, 서비스가 아니다. 그 답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찾고자 한 것은, 통화가 더 잘 되고, 성능디자인-품질이 뛰어나고,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핸드폰이 아니었다. 그가 발견한 새로운 가치는 Any-Call을 넘어선 Any-Jobs이다. 모바일 세상에서 고객이 단말기를 통해서 이전에 누려보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 즉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새로운 작업들’Jobs을 제공한 것이다. 그의 성이 잡스Jobs인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차별화된 기업시민을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가치를 위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 그를 통해서 이전에 없던 가치를 정의하고, 그 후에 “어떤 활동이 필요한가”를 찾아야 한다. Google.org 사이트에는 Google이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를 이렇게 정의했다:1

핵심가치 _ “모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 To create more opportunity for everyone
무엇이 새로운 가치인가? ‘더 많은 기회’는 별로 새롭지 않다. Google의 새로운 가치는 바로 ‘모두에게’for everyone이다. Google은 그 핵심가치에서 검색 사업을 시작했었고, 여전히 그 가치를 존중하며, 또한 기업시민으로서의 핵심가치를 그곳에 두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시민들이 ‘커뮤니티를 위하여’ 혹은 ‘생태계를 위하여’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비하면, Google이 추구하는 가치는 지나쳐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가치야 말로 ‘진정한 새로운 가치’Authentic Value이다.
우리 기업시민은 어떠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가? 왜 그러한 가치를 우리가 제공해야만 하는가? 이 두 가지 질문에서 차별화된 기업시민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③ 프로세스의 차별화
차별화를 실제 구현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한 가지 답은, “새로운 프로세스가 없거나 불분명해서”이다.
2012년 국내의 한 CSR 평가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80%가 “CSR은 기업의 이미지 개선이다”로 답하였다.2 그해 234개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총 투자액수가 3조원 이상이었던 것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평가이다. 아래 <그림 2>가 당시의 평가 분포를 보여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리포트에서는 주원인을 ‘진정성 딜레마’로 표현하였지만, 그것은 평가하는 사람들의 의식을 본 것이지, CSR 프로그램 자체의 원인은 아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이 기대에 비해서 부족한 무엇인가가 원인인데, 그것은 모두가 ‘유사한 프로세스’의 활동들이라는 것이다.

2018년에 전경련에서 발간한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는 ‘S.W.I.T.C.H’, 즉 Startup, Woman, Integration, Teaching, Communication, Healing의 키워드들이 2016년 이후 신규 CSR 프로그램들의 특징으로 소개되고 있다.3 이 중에서 가장 순위가 높은 Startup, 즉 청년 창업 지원을 예로 보자. 모든 프로그램들이 예비 청년 창업자들에게 지원금, 공간, 교육, 네트워크, 멘토링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일정한 기간의 창업 교육, 지원금과 공간 지원, 해외탐방 지원, 시상 프로그램, 그리고 사회적 기업과의 잡매칭 등이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일종의 ‘창업을 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지원이나 격려’의 프로세스로 구성된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얼마나 선의를 가지고 여러 청년들에게 지원하는가?”가 아니고, “얼마나 현실 속에서 많은 청년들이 실제 창업하고 또한 성공하는가?”이다.
Input과 Output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Impact가 중요하다. 따라서, 기존 프로세스와 다른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찾고, 시험하고, 효과를 검증하면서 실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프로그램 지원자들이 얼마나 실제 창업에 대해서 확고한 의지와 열정이 있는가를 테스트할 필요가 있고, 그를 위한 적절한 테스트베드Testbed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멘토링이나 교육이 아닌, 예비 창업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분야의 전문가 및 투자자와 매칭이 필요하고, 일방적인 지원과 후원이 아닌 호혜적 방식이 필요하다. 결국, 청년들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아닌, 청년들의 ‘성공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러한 새로운 프로세스 기반의 창업 플랫폼 성공 사례가 Y Combinator이다.4
소위 ‘스타트업의 대부’인 이 플랫폼은 일년에 2회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후보들을 불러모아서 3개월간 공동 작업을 한다. 후보들에게 필요한 자금과 멘토링을 지원하고, 교육이 아닌 실제 창업에 필요한 작업을 함께 수행한다.
다수의 스타트업 후보에 소액 투자(15만달러)를 하고, 마지막에 ‘데모 데이’Demo Day를 하는데, 1,000명의 사전에 선발된 투자자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 창업 후에도 YC Continuity와 졸업생 네트워크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투자한다. 2005년 설립 이후에 에어비엔비를 포함한 2,00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고, 4,000명의 창업자들이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총 투자기업 가치가 1,000억달러에 달한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뜻을 모아서 이러한 스타트업 지원 플랫폼을 공동 설립한다면 어떨까?
우리의 기업시민은 어떠한 새로운 프로세스를 제공하고자 하는가? 새로운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 새로운 프로세스는 무엇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서 기존을 넘어선 실질적인 Impact를 가진 답이 나올 수 있다.

④ 자원의 차별화
차별화를 위한 새로운 가치와 프로세스를 찾고 실행해도, 그것이 실제 사회와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새로운 자원’, 특히 새로운 역량과 스킬Skill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전경련 리포트에는 2012년에 234개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액이 약 3조2천억원(평균 139억원)으로 나와있다. 2002년 202개 기업들의 약 1조8백억원(평균 53.8억원)에서 10년간 3배로 증가한 수치이다.
그렇다면 이 기간 중 대기업의 평판은 어떻게 변했을까? 대기업 신뢰도를 평가한 한 자료에 의하면 2001년의 39%에서 2013년의 36%로 역주행하였다.5 2013년의 CSR 평판조사에서는 ‘하향 평준화’라는 표현대

로 전체 기업들이 고르게 하락함을 나타내었다.
거기에다 2013년부터는 사회공헌 평균 지출액이 줄어들기 시작해서, 2017년 198개사의 총 지출이 약 2조7천억원(평균 137.6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지출 비율도 2004년 0.17%에서 2011년 0.26%의 최대치를 거쳐서 2017년 0.18%로 내려앉았다. 2018년에 한 언론이 조사한 대기업 신뢰도는 24.9%로 나타났다.6
2013년까지 30-40%를 유지하던 대기업 신뢰도는 가파른 내리막을 겪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사회공헌 지출 비율의 감소도 일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까지 증가했던 사회공헌 지출에 대해서 그 평판이 역주행한 원인을 ‘진정성 딜레마’에서 찾을 수도 있다. 80%의 응답자들이 기업의 사회공헌이 단지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보는 이유가 그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평가자의 인식이 단순히 원인일까? 혹은 차별화에 실패한 수많은 사례들처럼 사회공헌이라는 활동에서도 같은 ‘근원적 이유’가 있기 때문일까?
차별화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역량이 필요한데, 그러한 역량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개발이 부족한 것이 진정성 이슈보다 더 큰 이유로 보인다.

‘3.5% 법칙’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에리카 체노위스Erica Chenoweth교수는 지난 100년간의 수 백개 시위들을 조사해서 2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7
첫째는, 비폭력적 시위가 폭력적 시위에 비해서 2배 더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53% 대 26%)는 것이고, 둘째는, 전체의 최소 3.5%가 시위에 참여하면 진정한 정치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체노위스교수는 “3.5% 이상이 참여한 비폭력 시위는 100% 성공했다.”고 말한다.8 이 발견과 기업시민의 차별화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이 있는데, 그것은 한 기업의 기업시민 활동이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그 기업 임직원의 최소 3.5%가 적극적 활동가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 기업의 임직원 수가 10,000명이라면 최소 350명이 적극 참여해야 성공함을 뜻한다.
이 법칙을 새로운 기업시민 역량에 대해서 적용해 보자. 1만명 중에서 350명이 새로운 역할과 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하려면 어떤 투자와 역량 개발이 필요할까? 단지 350명을 모아서 필요성을 역설하고, 의지를 다지고, 플랜을 세우고, 납기를 부여하고, 평가 지표를 설정하면 가능할 것인가? 그렇게 출발한 대부분의 혁신이나 사회공헌
활동들이 오래 지속되거나 그 진정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3.5% 법칙’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100을 위한 3.5의 투자’이다. 만약 기업이 기업시민 활동에 100억원을 투자한다고 하면, 그 중 최소한 3.5억원은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는데 써야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역량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기업시민 리더들’에게 자격과 임무를 부여해서 나머지 9,650명을 이끄는 350명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리더들에게는 새로운 역량과 더불어서 ‘안전망’Safety Net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 이들이 이전과 다른 도전적 활동을 해서 실패하더라도, 개인적 혹은 조직적 피해가 없도록 보호해 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체노위스교수가 말한 비폭력적인, 즉 ‘참여하기 안전한’ 활동이 그 반대의 활동에 비해서 2배로 성공하는 이유이다.

 

차별화된 기업시민을 위하여

앞에서 살펴본 차별화를 위한 3가지 핵심들을 요약해 보자.
가치 _ 새로운 기업시민 활동을 찾기 위해서 “무엇을 할까?”에 앞서서 “어떤 가치를 제공할까? 왜?”를 묻는다. Google은 태생적으로 “모두를 위한…”의 핵심가치를 추구해 왔다. “포스코 기업시민은 어떤 새로운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왜 그러한 가치를 우리가 제공해야 하는가?”를 심도있게 고민하고 찾고 정의할 필요가 있다. ‘제철보국’ 이념 속에 담긴 핵심가치로 지난 50년 여정을 성공적으로 걸어온 저력으로 ‘기업시민’ 이라는 새로운 이념 속에 어떤 새로운 핵심가치를 정의할 것인지가 필요하다.
프로세스 _새로운 가치는 반드시 새로운 프로세스를 통해서 결과Outcomes를 제공한다. 따라서 “가치에 최적화된 새로운 프로세스는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프로세스의 키워드는 “With POSCO”일 것이다. 더불어 함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프로세스인데, 시대적 트렌드는 ‘플랫폼 기반의 공유와 공생을 통한 가치의 CoCreation’이다. 기업시민의 약자가 CC인 것과 같이 CCPCo-Creation Process를 구상하고 실현한다면 어떨까?
자원 _ 새로운 자원, 특히 새로운 역량과 스킬의 개발은 차별화를 창출하고 지속하게 만드는 기반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필수인데, 체노위스교수가 발견한 <3.5% 법칙>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1만명을 한꺼번에 바꾸고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중에서 350명을 핵심 리더로 발굴하고 육성하고 격려해서, 그들이 나머지 9,650명을 따라오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 특히, 350명의 리더와 그들의 팀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도록 조직적 안전망을 설치해 주면 2배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포스코 기업시민이 성공하는 길은 ‘새로운 기업시민 패러다임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 통과해야 하는 첫 번째 관문이 바로 <차별화된 기업시민>이다. 차별화된 기업시민이 되기위해서는 새로운 가치-프로세스-자원이 어울려서, 슘페터가 혁신의 정의로써 제시한 ‘새로운 컴비네이션’New Combinations을 만들어야 한다.9 그것이 바로 “With POSCO”의 실질적인 의미가 아닐까 한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