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효과를 통해 살펴본 포스코의 경쟁력

윌리엄 P. 바넷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 2021년 기업시민 특별 심포지엄 발표내용 요약 

기업이 혁신하거나 새로운 것을 개발한다면, 당연히 기업의 성과는 올라간다. 하지만 그만큼 강력한 경쟁자가 더 많아진다. 경쟁자가 많아지면 ‘우리도 발전해야겠다’며 강한 도전의식을 느낀다. 그래서 경쟁자가 생기면 품질이나 효율 등이 더욱더 향상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더 혁신해야겠다’는 압력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또 혁신을 하게 되면 품질과 생산 효율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성과는 더 향상되고, 수준은 또다시 높아진다. 기준이 자꾸만 높아지는 것이다.

즉, 경쟁기업은 경쟁자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혁신을 거듭하고, 혁신이 또 다른 혁신을 낳는 ‘진화론적인 선순환’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붉은 여왕’ 효과라고 한다. 붉은 여왕 효과는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 이야기에서 따온 것이다. 여기서 붉은 여왕은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천천히 걸으면 안 되고 계속 뛰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경쟁이 시장의 모든 기업을 더 강하게 만듦을 의미한다. 포스코도 마찬가지이다. 포스코는 진화론적인 관점을 통해 기업시민 철학을 펼쳐왔다. 또한 포스코는 제조 분야 중에서도 특히 철강 분야의 혁신을 주도해왔고, 협력사는 물론 경쟁사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혁신적인 기업으로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떠한 동기로 혁신을 시도할까? ‘혁신을 통해서 효율이 올라간다’ 혹은 ‘비용이 절감된다’ 등을 따져볼 수 있겠지만 비전 있는 기업, 그러니까 기업시민이라는 경영이념을 가지고 있는 포스코 같은 기업들은 사실 ‘다른’ 동기를 갖는다. 즉, 포스코가 혁신하려는 동기(비전)는 크게 3가지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첫 번째 동기는 ‘환경’이다. 탄소 저감을 위한 본격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과학자들은 제조업에서 생산되는 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를 붉은 여왕의 이론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포스코가 중공업 분야에서 탄소 저감 활동에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면서 이제 전 세계 다른 기업들, 다른 업계에서도 탄소 저감 활동에 개입해야겠다는 압력을 느끼게 된다. 이에 따라 그 수준이 상향 조정되면서 혁신이 혁신을 낳게 되고, 전 세계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포스코가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하여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노력을 하게 된다면, 인류는 그로 인해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동기는 ‘사회’이다. 사회적인 영향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포스코 임직원뿐만 아니라 생태계 종사자, 제조업 종사자, 그리고 공급업체 및 협력업체 등이 포스코와 함께 일하면서 기업시민 이념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노력한다면, 이는 전 세계 다른 기업에게 또 다른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다른 기업들도 사회적인 영향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빈곤, 갈등, 질병 등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서 이것은 더 자명해졌다. 따라서 포스코는 사회적인 영향을 위해서도 중추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될 때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포스코의 사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 그리고 포스코와 사업으로 연계된 모든 공급업체들, 협력업체들, 고객들에게 모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동기는 거버넌스, 즉 ‘지속가능경영’이다. 사실 우리는 아주 놀라운 변화를 목격해왔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놀라운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우리의 정보와 제도를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때 핵심은 투명성이다. 투명하게 어떤 정책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투명성은 정말 어렵다.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배구조가 제대로 개선되어야 기업의 성과가 향상될 수 있다. 이러한 포스코의 투명한 거버넌스 구조는 포스코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 다른 지역, 다른 업계의 수준을 향상시켜서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포스코의 3가지 혁신 동기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 즉 ESG를 혁신 동기로 삼아 기업시민으로서 모습을 갖추어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포스코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기업시민을 표방하고 있으나,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포스코의 경우, 앞서 살펴본 3가지 혁신 동기에 따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실천을 하고 있다.

먼저, 환경 부분에서 대표적인 실천 사례가 ‘HyREX’ 기술 개발이다. HyREX는 포스코가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이를 통해 포스코는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놀라운 혁신을 이뤄낼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업계의 다른 라이벌들은 포스코와 경쟁하기 위해 자신들도 더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탄소중립을 위한 포스코의 대규모 투자와 창의성이 있었기에 HyREX 개발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포스코의 혁신이나 경제적인 이윤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로 ‘사회’적인 영향에서는 기업시민 경영이념의 구체적인 실천안내서라고 볼 수 있는 CCMS(Corporate Citizenship Management Standards, 기업시민 실천가이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CCMS는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창의력을 투자한 결과물이다. 이것을 통해 단순히 기업성과만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붉은 여왕 효과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CCMS를 통해 업계 전체의 기업시민 실천 기준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거버넌스 측면에서 살펴보면, 포스코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투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만 해도 기업 운영과 관련하여 법이나 거버넌스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 기업의 투명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투명성에 초점을 맞춰 지속가능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포스코는 오랜 시간 기업 발전 혁신의 모범이 되어왔고, 임직원들 역시 모범적인 태도로 혁신에 동참해왔다. 하지만 50년 전 포스코가 막 태어나기 시작했을 무렵, 많은 전문가들이 포스코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때는 한국이 인건비가 저렴했기 때문에 수준 낮은 기술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러한 우려를 극복해냈다. 포스코는 기술적인 혁신 기업이 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오늘날 포스코가 혁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포스코는 비전 있는 리더십을 시종일관 유지해왔다. 바로 이러한 글로벌 위상이 포스코가 다른 기업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전 있는 리더십을 갖는 것이 핵심이라 볼 수 있으며, 앞으로도 포스코가 기업시민으로서 이러한 비전을 적극 실천해나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