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광역교통 대응 방향

 

 

 

광역교통 문제가 촉발한 메가시티 논의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논의로 시작된 메가시티 논쟁이 한창이다. 김포시에 이어 구리시, 하남시 등 서울과 바로 인접한 도시들의 서울시 편입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서울시민, 일반 국민, 전문가, 정치인 등 각자의 이해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는 등 사회적·정치적 이슈로 발전하고 있다.

애초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논의는 20여 년 이상 지속되어온 수도권 광역화에 따른 교통, 쓰레기, 주택문제 등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김포와 서울 간 광역교통 문제는 메가시티 논의를 촉발한 핵심 요인으로, 김포 신도시 개발에 따른 광역교통 인프라의 공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도로의 혼잡뿐만 아니라 김포골드라인을 포함한 대중교통의 혼잡도 극에 달해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수도권 신도시 개발과 광역 통행량 증가

이러한 광역교통 문제는 비단 김포시만의 문제는 아니고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수도권 1, 2, 3기 신도시 개발로 광역 통행량이 지속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제때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수도권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들의 대부분은 산업과 일자리 등 도시 자체의 자족성을 갖추지 못한 채 서울의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주거지 중심으로 개발되어 광역 통행량의 급증을 초래하였다. 수도권 외에도 부산, 광주, 대전 등 지방의 대도시권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의 광역생활권 실태를 살펴보면, 1992년 이후 서울의 인구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으나 서울의 11개 인접 시를 비롯한 수도권 전체의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거주 인구는 인접 도시로 지속 유출되고 있으나, 일자리 등 생활과 활동의 기반은 여전히 서울에 있어 경기도에서 서울로 유입되는 통행량은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2021년 기준 하루 약 280만 통행에 이른다. 이 중 통근·통학 통행은 약 110만 통행이다. 구리시, 하남시 등 서울에 바로 인접한 11개 도시에서는 하루 발생하는 전체 통근·통학 통행량 중 약 20~30%가 서울로 유입되고 있다.

산업, 직주분리에 따른 광역교통 문제 심화

수도권의 산업·경제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고부가가치 산업의 서울시 집약으로 2020년 기준 서울시 GRDP(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 지역 내 총생산) 규모가 성남시, 고양시, 부천시 등 인접 11개 도시 총 GRDP의 2.8배에 이를 만큼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의 광역생활권 확대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창고업 등 저부가가치 산업은 서울 외곽지역으로 이동하고 서비스업, 고급 생산자 서비스업 등은 서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서울과 바로 인접하고 있는 일부 도시들은 IT, 전문 서비스업 집적으로 자족기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교육 및 서비스 시설, 광역교통 인프라 부족 등으로 원활한 인재 유치, 물류 수송 등의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지방 이전은 고급 생산자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지리적 분리를 초래하여 산업의 다양성과 지역 균형 발전을 저해하고 있고 광역교통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대도시권의 건강한 산업구조 형성과 광역교통 문제 완화를 위해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적 발전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해외 대도시권에서도 산업의 다양성 확보를 통한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있는데, 미국 뉴욕에서는 ‘OneNYC2050’ 플랜을 통해 경제 부문의 성장지원과 제조업, 창조산업 등 기존 산업의 유지·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독일 베를린에서는 ‘종합경제개발전략’을 통해 고급 제조업의 생산·유통·수리 및 기술 산업 촉진 정책을 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장기발전계획’을 통해 첨단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제조업2030’ 플랜 수립 시행 등 강력한 제조업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역교통 인프라의 지속 확충 필요

대도시권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산업의 다양성 확보 노력과 함께 산업 부문간 시너지 확보를 위한 사람·물류의 신속한 이동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도시권 내 도시들을 연결하는 광역교통 인프라의 지속적인 확충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GTXGreat Train Express(수도권광역급행철도) 건설, 도시철도 연장 사업 추진, 광역도로/고속도로 신설 등 광역교통 인프라 건설을 지속 추진해 오고 있다. 하지만 재정 부족과 부지 확보의 어려움, 지자체 간 갈등, 경제적 타당성 미확보, 지역 민원 발생 등 다양한 이유로 적기에 필요한 인프라가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생활권은 주변 도시 지역으로 계속 광역화되고 서비스업과 제조업 등 산업의 지역적 분리로 출퇴근, 물류 등 광역 이동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역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신속한 이동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림 2]는 2019년 기준 서울의 3도심을 중심으로 첨두시(尖頭時, 교통 수요량이 최대치를 보이는 시간)에 서울과 주변 지역 간 이동시간을 나타내고 있는데, 1시간 이내에 이동 가능한 지역이 그리 넓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 서울의 동남부 지역은 광역교통 인프라가 북부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이 공급되어 교통상황이 조금 나은 상황이다.

일자리와 거주지 분리, 도시 내 산업의 다양성 부족, 서비스와 제조업 등 산업의 지역적 분리 등에 따른 출퇴근 시간의 증가는 지역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며 지역 균형 발전을 저해한다. 독일의 물리학자 마르게티는 시대가 변하고 이동수단이 변해도 사람들이 출퇴근에 사용하는 시간은 1시간 남짓으로 일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광역생활권은 계속 확장되었는데 광역 교통인프라는 제때 공급되지 못하여 출퇴근에 필요한 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1시간 이상의 출퇴근 시간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직장인의 약 33%가 이직을 고민할 정도로 상당하다고 한다.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 국내외 사례

해외에서는 광역교통 문제, 지역 불균형 발전 등 대시권의 확장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처하고 생활권 통합, 규모의 경제, 세수 확대, 지역 균형 발전 등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광역 단위의 개발계획 수립과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 런던은 1965년 런던 주변 접경 도시들을 묶어 ‘광역 런던(Greater London)’을 구성하고 광역행정청을 설립하였다. 초기에는 도시 연합의 성격이 강했으나 현재는 하나의 광역 도시로 기능하고 있는데, 특히 광역교통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광역행정청산하에 런던교통공사(Transport for London; TfL)를 두어 광역 런던지역의 지하철, 경전철, 트램, 버스, 택시, 도로교통 등을 통합관리, 효율성을 도모하고 있다.

일본은 2010년 동경 지역의 인구 과밀을 해소하고 광역 사무처리를 위한 ‘간사이광역연합’을 만들어 방재, 관광, 문화진흥, 산업진흥, 의료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등 지방분권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동경 지역의 광역교통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동경 대도시권(Greater Tokyo Area)을 구성하고 국토교통성과 도쿄도청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2016년 ‘그랑 파리’ 프로젝트를 통해 수도권 내 균형 발전과 삶의 질 개선, 국제 경쟁력 강화, 광역교통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그랑 파리 프로젝트에서는 파리를 중심으로 11개 지역 공공기관을 설립하고 131개의 코뮌을 구역으로 묶어 도시정책과 서비스 제공기능 보장, 광역 교통난 해소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뉴욕은 뉴욕시를 중심으로 뉴욕주의 중남부 허드슨밸리, 뉴저지주의 14개 카운티 및 11개 대도시, 코네티컷주의 7개 대도시, 펜실베니아주 일부 도시가 하나의광역생활권으로 묶여 인구 2천만 명 이상의 뉴욕 대도시권(Greater New York)을 형성하고 있다. 뉴욕 대도시권의 광역교통 계획과 모델링은 뉴욕 대도시권 교통위원회(NewYork Metropolitan Transportation Council; NYMTC)의 소관으로 권역 내 종합적인 교통인프라 투자 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으며, 연방정부 및 주 정부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또한 권역 내 대중교통 서비스를 운영하고 감독하는 공공기관으로 MTA(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를 설립하여 버스, 지하철, 통근열차, 교량과 터널을 포함한 광범위한 교통 네트워크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권의 광역교통 문제 대응을 위해 1997년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 시행되었고, 이 법률에 근거하여 2019년 국토교통부 소속으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출범하였다. 수도권의 경우 위원회 설립 전에는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공동 참여한 ‘수도권교통본부’에서광역교통 사무를 처리하였다. 하지만 재정문제, 지자체 간 이해관계 등에 따라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및 조정 필요성에 따라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광역교통 사무를 전담 처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현재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대도시권 광역교통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으며, 광역교통 시설과 관련하여 지자체 간 이견을 조율하고 재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광역교통대응을 위한 중앙정부 역할 강화

광역교통 인프라 관련하여 중앙정부는 광역철도의 경우 지자체에 따라 건설비의 30~50%, 광역도로는 50%, 광역버스는 운영비의 50%를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광역교통 인프라의 특성상 국비 지원이 있더라도 지자체의 부담이 상당하여 필요한 시설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광역교통 인프라의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100% 중앙정부에서 부담하거나, 최소한 국비 지자체 지원을 대폭 상향 조정하는 등 중앙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늘려야 한다.

대도시권 광역교통 인프라 투자재원으로는 그동안 전국 단위의 고속도로, 항만,공항, 지역 간 철도 건설 등에만 한정되어 사용되고 있는 ‘교통시설특별회계’ 중 일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 대도시권의 광역교통 관리기구들처럼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예산집행권, 지자체 조정권 등 권한과 책임을 대폭 강화하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광역교통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기업활동을 위한 ‘사람과 물류의이동 지원 필요’

대도시권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여객 수송용 GTX, 광역철도, 광역 BRT 등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기업활동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물류의 원활한 이동 지원을 위한 광역도로망도 반드시 함께 확충되어야 한다. 물류의 이동 지원은 제품의 공급망 특성을 고려하여 산업의 거점들을 서로 연결하고 항만과 공항을 연결하는 광역도로를 우선 확충하여야 한다.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권에서는 도로 건설을 위한 지상의 부지확보 문제와 지역민원 등을 고려하여 지하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중앙정부를비롯한 관련 지자체 사이에 대도시권 지하도로 네트워크 건설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또한 국내외에서 지하철, 지하도로 등 지하공간을 활용한 신속한 물류 수송에 관한 다양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미래에는 기업활동을 위한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더 자유로운 세상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여객보다는 물류 이동지원이 시급한 산업·물류 거점 간 광역도로와 고속도로에는 물류 전용차로를 설치하거나 아예 물류 전용도로로 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도시권 균형 발전과 광역 인프라의 경제적 타당성 확보를 위해 도시개발과 교통인프라 계획이 통합 추진될 수 있는 환경도 구축되길 바란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2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