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 얼음 세상에서 배우는 착한 경영

 

 

 

 

 

환경보전과 지속가능한 개발의 대의를 조화시키는 것은 이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그리고 지구 곳곳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이제는 기업을 꾸려나갈 때도 환경을 온전하게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건강한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이른바 ESG 경영은 유행이 아니고 필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SG 경영과 남북극이라니 무슨 뜬금없는 경우일까 의아해할 수 있지만 극지는 ESG 경영의 배경이 된 심각한 지구환경변화를 가장 뚜렷하게 목도할 수 있는 곳이고, 그렇기 때문에 환경보전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또 그만큼 까다로운 곳이기도 하다. 세상의 끝 남북극에서 ESG 경영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는 이유이다.

 

극지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첨예하게 느끼는 지구환경변화

남극과 북극은 지구환경변화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고 곳이고, 또 가장 예민하게 보여주는 감지기이다. ‘기후위기의 현장을 가다’와 같은 종류의 기획보도가 있으면 남북극은 단골손님처럼 등장한다. 눈과 얼음의 공간이다 보니 남극과 북극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가 실체 없는 우려가 아니라 현실임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먼 세상의 구석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들은 독립적이고 세상과 무관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구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또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으로 일어나는 변화의 원인과 결과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초래하는 거대한 배경으로 온실기체의 대량 방출이라는 공통원인이 있고, 인류가 극복해야할 다양한 종류의 환경문제가 종착역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금세기 들어 가파르게 올라가는 기온은 지구 전체의 문제이고 관측 결과는 극지역에서 기온 상승의 속도는 여느 곳보다 적어도 2배 이상 빠르다. 정부간기후변화패널IPCC이 내놓는 기후변화 예측 시나리오에 의하면 가장 바람직한 온실기체 배출 경로에서도 상승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1.5도의 범위 안에 그 상승폭을 잡아가두는 것은 이미 충분히 어려운 도전과제이다. 지구의 기온이 대기 중에 온실기체가 얼마나 많이 남아있는지에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지구의 환경에 남아있는 과거 기록을 복원해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었던 것도 남극의 빙하와 퇴적물에서 전지구 기후변화 기록을 되살려내는 연구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극지에서 나타나는 혹은 극지에서 시작되는 환경변화를 생활 속에 닿아있는 문제부터 요약한다면 기온상승, 빙하의 용융에 따른 해수면 상승, 서식처의 온도 상승과 변형에 따른 생물다양성 소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극지가 제공하는 기후변화 완충 능력의 저하가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기온과 수온이 상승하면 찬 공기가 극지에 갖혀 있지 못해 흘러나오며 이상기후와 기상 재해의 가능성은 한결 높아진다. 얼어붙은 바다가 녹아내려 바다를 덮고 있던 얼음판이 지구의 속으로 들어오는 햇빛 에너지를 적당히 가리는 차단막 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면 지구 구석구석을 따라 찬 바다와 더운 바다가 흐르고 섞이는 흐름은 교란되고 지구 전체의 온도 조절 능력은 소실된다. 빙하가 녹아내린만큼 바다로 물이 새로 들어오면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로 물난리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발 밑으로부터 차오르는 물로 홍수가 나고 방파제를 비롯한 재해시설의 설계에 중요하게 감안할 요인이 된다. 남북극의 차가운 바다는 자연의 원리에 의해 기체를 잘 녹일 수 밖에 없고 여기에 생물 작용이 더해지면 인간 활동에 의해 대기로 쏟아져 들어가는 대표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의 흡수원으로 작용한다. 남북극 바다가 미지근해지면 또 그 안의 생물이 위축되면 지구의 자정 능력, 기후변화 완충 능력도 함께 약해진다. 국경을 쉽게 넘어 퍼져나가는, 잘 분해되지도 않는 유기오염물의 축적, 외래종의 유입은 극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는 전세계의 심산유곡에서 발견된다는 미세플라스틱도 바람을 타고 또 물결을 따라 북극으로 남극으로 흘러가고 있다. 북극 바다를 덮고 있는 해빙海氷은 미세플라스틱은 일시적으로 붙들고 있다가 녹아 없어질 때 미세플라스틱 쓰레기를 한꺼번에 방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 기후변화와 새로운 오염문제가 묘하게 결합하는 나쁜 사례가 될 가능성조차 있다.

 

경제기회의 개척지가 되고 있는 극지

얼어붙은 쓸모없는 땅과 바다가 새로운 경제기회의 공간이 되고 있다. 얼어붙은 바다가 녹아 새로운 뱃길이 열리고 자원 매장지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신어장이 개척되고 얼음 덩어리가 녹기 전에 보아두는 것이 관광 상품이 된다. 그나마 남극보다 숫자를 가져오기 쉬운 북극에 대해 현실을 살펴보기로 한다.
북극 바다를 덮고 있던 해빙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면서 북극항로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북극항로는 러시아의 해안선을 따라가는 북동항로, 미국과 캐나다 북극을 통해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북서항로 그리고 수십년 안에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북극 관통 항로 세가지 종류로 나뉜다. 이 중 북동항로가 가장 현실에 가깝고 러시아는 직접 수혜자가 되고 중국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길이다. 2018년 북극항로 물동량이 2천만톤에 달한 가운데 북극항로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러시아는 2024년까지 물동량을 8천만톤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북동항로를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COSCO와 같은 국영기업을 움직여 운항 경험을 축적하고 일본은 위성을 활용한 북동항로 상황을 모니터하며 각종 예측치를 생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3년 시범운항을 시작으로 모두 5건의 북동항로 운항 실적을 쌓았다. 북극항로는 물류의 경로이기도 하지만 북극의 자원을 개발하고 공급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 북극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갖고 있는 러시아는 동토의 땅에서 천연액화가스를 추출하는 야말 LNG 사업의 성공에 이어 북극 LNG-2사업을 곧 시작할 계획이다. 북극항로를 활용하는 자원개발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물동량의 전반적인 증가로 귀결될 터라, 해적도 출몰하지 않고 병목현상도 발생하지 않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물류의 길에 많은 나라들이 주목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소의 추정에 의하면 북극에는 전세계 석유의 13%와 천연가스의 30%가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석유가스, 가스하이드레이트 자원의 개발, 광물의 채굴은 수산이나 관광보다 훨씬 큰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다. 수산, 관광 등 다른 자원개발이나 경제활동도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경우를 예로 들면 2019년 2월에 향후 북극권 자원과 인프라 투자에 약 118개 사업 18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수산자원의 경우 북극해 바로 밑의 주변 어장에서 전세계 어업 생산량의 약 40% 남짓 수확된다. 아이슬란드, 알래스카, 그린란드, 노르웨이 등 북극 연안국들에게 수산업은 식량공급원이며 경제의 주요수입원이다. 북극 해빙이 계속 사라지며 전에는 어선이 들어갈 엄두도 못 냈던 중앙 북극 공해에서 조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수산자원 이용 뿐 아니라 극한환경에 적응한 생물들이 만들어내는 유용한 화합물은 새로운 치료제의 원천이 될 가능성이 높아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시장이 열리고 있다.
북극을 출입할 수 있는 접근성이 신장되고 북극항로의 잠재력이 현실화되면 북극자원 탐사가 활발해지고 개발 가능성도 높아진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북극에서 개발이 이뤄진다면 지속가능성은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 될 터이고 그만큼 환경친화성과 첨단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이 북극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 또한 커지고 있다. 예를 들면 북극해 항로를 운항하는 친환경 쇄빙선박(LNG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안전성을 대폭 강화하는 e-내비게이션 기술, 그리고 자율운항 기술, 드론이나 무인 비행체를 자원탐사와 인명구조에 활용하는 기술, 북극의 소규모 지역사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즉시 접안 가능한 이동형 부두시설의 건설 등 해운물류, 항만, 조선, 수산의 다양한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의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대해 연구개발사업 투자, 첨단기술의 집중도, 고등교육 수혜 정도, 연구 인력의 규모와 질 등을 감안해서 혁신지수를 도출한다면 아마 세계 수위권일 것이다. 북극권 국가들 또한 강대국 혹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이라 혁신 가능성과 준비 정도 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는 즉 혁신을 핵심으로 하는 신기술 기반 산업 분야에서 앞으로 우리나라와 북극권 국가간 협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며, 특히 이 분야가 우리나라의 북극진출의 확대를 점칠 자리가 되게 한다.
크루즈 시장은 세계적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동향 분석에 의하면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크루즈 이용객은 4천만 명에 이르고 시장 규모 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크루즈 시장의 성장은 남북극 크루즈 시장의 성장까지 이어지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북극의 경우, 북극 크루즈 활성화 전망에 따라 향후 5년(2018-2022년) 동안 현재 운영 중인 극지 크루즈 선박 83척의 34%에 해당하는 28척이 신조 운영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국제남극관광협회IAATO 자료에 따르면 남극 관광객은 지난 3년간 각각 58,131명(2017-2018년), 45,083명(2016-2017년), 38,478명(2015-2016년)이었으며, 그 증가율은 각각 전년 대비 14.7%, 22.5%로 매년 증가세를 이어왔다. 특히 중국은 2015-2016년 4,095명이 남극을 방문했는데, 이후 29.1%(5,289명, 2016-2017년), 55.4%(8,219명, 2017-2018년)로 관광객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런 수요 증가에 따라 최근 중국의 조선소가 자체 기술을 통해 극지항해용 크루즈 선박 6척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들린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수요의 증가, 특히 가처분 소득이 높은 고령층의 증가는 크루즈 선을 포함하는 관광 수요를 높일 것이고 이에 따라 극지 관광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지에서 찾는 ESG 경영을 위한 통찰력

북극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가치를 얼마나 크게 기대해도 될까? 미국에 본사를 둔 투자자문 및 인프라 금융 회사인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북극의 잠재력을 약 1조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극의 경제적 중요성이 커지는 것과 동시에 자원 활용, 취약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기술적 한계, 운영 안전 및 지역 사회의 복지와 관련하여 관리해야 할 위험 또한 크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것이 원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차원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법이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추정치가 눈길을 끌만큼 높기도 하지만 책임감 있는 자세로 북극을 바라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극지, 특히 북극과 ESG 경영을 생각하면서 또 하나 중요하게 참고가 될 만한 것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이 펴낸 북극투자지침Arctic Investment Protocol이다. 이 북극투자지침은 광산 및 해운 회사에서부터 순록 목축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회원으로 구성된 북극경제이사회Arctic Economic Council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 지침은 북극에 대한 투자가 지속가능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1) 외부 영향에 대해 복원력과 탄력성이 큰 사회를 경제 발전을 통해 건설한다. (2)지역 사회와 원주민을 존중하고 참여를 도모한다. (3) 북극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추구한다. (4) 책임감 있고 투명한 비즈니스 방식을 실천한다. (5) 과학과 전통 생태 지식을 둘 다 참고하고 통합 활용한다. (6) 북극 전체에 걸쳐 협력하고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북극 투자 지침은 법적으로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지만 국가도 민간 기업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준거가 될 것이다. 얼핏 들으면 민간환경단체의 강령 같기도 한 덕목이 북극에서는 공식적인 지침이 되는 것이 북극의 현실이기도 하다.

 

극지 영역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나쁜 경영과 좋은 경영

남북극은 이제 보전의 대상이라는 생각이 더 흔해졌고 경제기회나 이윤 창출과 연결시켜 생각하기는 어렵다. 남극이나 북극에서 모범적인 ESG 경영을 위한 좋은 착안을 얻는 것이 쉽지 않지만 나쁜 사례를 찾는 것은 쉽다. 나쁜 경영의 사례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 일찍 거슬러 올라간다. 남극해의 불법 비규제 비보고IUU 조업은 ESG경영의 대척점에 서있는 예가 될 것이다.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은 인간의 탐욕인 불법 비규제 비보고 조업은 그 정의定義가 허가 없이 시행되는 어업, 또 국가와 자원관리기구에 내역과 자료가 제출되지 않는 어업, 자원관리기구의 보존조치를 따르지 않는 어업일 뿐 아니라 감독과 규제로부터 벗어나 있는 만큼 안전한 조업환경에도 소홀하기 쉬워 ESG 경영의 정반대 사례라 할 만하다. 사실 남극 바다를 사람의 발이 거의 닿지 않은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오해이다. 초기 남극해 출입을 물개 사냥꾼과 고래 어부가 이끈 경우가 많고 남극을 향한 영웅적 탐험의 시대가 지난 뒤에 고래부터 시작해서 물개로 이어지는 약탈적 수확의 역사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자원을 붕괴시키고 그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다른 더 작은 종으로 표적을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적절히 관리되지 않은 탐욕이 어떤 결과를 빚을 수 있는지 충분히 교훈을 만들었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경우를 미리 최소화하고 충분한 정보와 확신이 있는 상태에서 수확을 시작하는 사전예방 원칙, 그리고 수확 대상종 뿐 아니라 그에 의존하거나 관계를 맺는 모든 생물종의 건강과 안녕을 걱정하는 생태계적 접근을 기본 정신으로 하는 국제조약이 맺어지고 실천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법 비규제 비보고 조업을 잠재우는데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가장 모범적이어야 할 것 같은 남극에서의 과학연구 활동도 흠 없는 우수 사례가 되지 못한다. 환경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이 지금 같지 않았던 오래전에 한 구역에 많은 기지들이 집중되어 활동하며 남긴 풍경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북극에서는 외딴 지역사회에서 자원개발이나 상업 활동을 전개하면서 지역사회에 나쁜 영향을 남기거나 지역사회와 이익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나쁜 경영의 예가 될 것이다. 특히 북극을 삶의 터전으로 부르며 오랜 세월 생활을 영위한 토착 원주민은 이미 외부 문명 세계의 충격에 취약한 터라 더욱 그렇다.
남극과 북극이 비록 아직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지 않고 있는 공간이지만 좋은 ESG 경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거나 이미 다른 곳에서 실천되는 사례를 적용해볼 수도 있겠다.
우선 가장 쉽게는 극지의 이미지를 차용한 환경보전의 대의를 기업의 주력상품과 결합시킬 수 있다면 기업의 선한 이미지를 대중적으로 전파할 뿐 아니라 상품 자체의 판매도 고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굳이 코카콜라와 세계자연보호기금의 북극곰 모티브 협업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위협에 처한 남북극의 아이콘 생물종, 녹아내리는 빙권의 모습, 오염되기 시작한 청정 환경 등 생각할 수 있는 예는 많다. 물론 환경의 가치를 설파하고 시민들의 의식을 전환하고 환경소양을 확산하며 행동까지 이끌어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함은 마땅하다.
둘째 기업의 환경친화적인 사업방식을 적절한 방법과 장치로 인증을 받고 업계 표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동류기업에 전파되면 좋은 사례를 만들어가는 기업의 개척자적 이미지 뿐 아니라 이른바 착한 소비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남극해 IUU 조업의 예를 든다면 불법조업 국가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고전하는 우리나라의 어느 원양어업 업체가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 해양관리협의회) 인증을 받았다. 해당 회사의 남극이빨고기 저연승 어업에 대한 MSC 인증은 당시 우리나라 첫 사례였다. MSC는 불법 어획, 남획, 해양환경 파괴 등의 활동을 방지하여 수산자원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어업을 추구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국제인증으로 MSC는 신뢰도가 높은 만큼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MSC 인증을 위해 심사를 받는 기업은 MSC 표준 3대 원칙(수산자원의 지속가능성, 생태계 영향, 효과적인 관리)에 근거한 28개의 세부 지표의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해당 기업은 거의 6년에 걸친 준비와 어려운 절차를 거쳐 인증을 받았다고 했다. 해당 기업은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장치 설치, 과학조사 지원, 선박위치 자동추적체계 도입 등 해양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고 한다. 자원관리에 필요한 과학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조업 시간의 일부를 조사활동에 배정하고 필요한 인력의 승선을 허용하고 후원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면 아마 공익 기부형 비즈니스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셋째 기업이 자랑할만한 기술을 극한환경에서 개발, 시험 적용하고 더 큰 시장에서 이윤을 창출하되 해당 기술을 작은 시장에 이익환원 혹 공공기부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ESG 경영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정보통신기술이 가장 전형적인 예가 될 것이고 물류 기업 역시 창의적 변형이 가능할 것이다.

 

맺는 말

지난 수십 년 동안이 북극항로는 기껏해야 수백만 톤의 화물을 나르는 외딴길이었고 세계 물류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통로 후보로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향후 수십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고 많은 국가와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이때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도 클 것이다. 나이키를 비롯한 회사들이 환경에 대한 우려 차원에서 북극항로를 이용한 물류는 사양하겠다고 선언한 경우도 있다. 분명한 것은 경제적 기회를 포착하려면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에 눈을 감을 수 없고 지속 가능한 수단을 절대적으로 요구한다는 것은 극지나 중위도 구역이나 다를 수 없다. 남북극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활동이 과학연구이거나 산업이거나 환경 청지기가 되는 것은 거의 의무이고 운명이다. 청지기에게 필요한 것은 물론 책임감이 가장 우선이지만 판단과 처세, 행동이 없다면 청지기가 될 수 없다. 극지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의 거름이 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착하게 돈 버는 지구별 지킴이를 양성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지식의 공유와 자산의 공동 활용이 있을 것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