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밸류 경영으로 회복탄력성을 높이다

 

 

 

 

기업시민 체화가 지속가능성장의 열쇠

지난 4월 말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회복탄력성을 다시 생각하다(Rethink Resilience)’라는 대 주제로 2023 국제기업시민컨퍼런스(ICCC, International Corporate Citizenship Conference)가 개최되었다. 동일한 주제로 열린 첫 번째 패널은 포스코그룹의 ‘리얼밸류(Real Value) 경영’을 소개하고, 기업시민의 비즈니스 체화(Embedding)를 통해 어떻게 ‘회복탄력성’을 제고할 것인지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이었다.
지난 수 년간 ESG가 강조되면서 전세계 많은 기업들은 과거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형태의 사회적 기여에 더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ESG 정보 공시와 새로이 등장하는 규제 등에 관심을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팬데믹을 경험하고 기후변화가 지구 환경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이 시대에는 기업의 존재 목적(Purpose)과 본질적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주주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확장되면서, 기업은 그 존재 및 활동의 경제적 타당성과 사회적 정당성을 갖추어야만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이 본업을 통해 어떻게 환경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느냐가 바로 기업시민 실천의 본질적인질문이다.
포스코그룹은 2018년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선포하고, 기업시민헌장을 통해 밝힌 ‘인류의 번영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기여한다’는 회사의 목적을 어떻게 비즈니스에 구현할 것인지 고민해 왔다. 그 결과물이 바로 리얼밸류 경영 모델이다. 이번 ICCC 컨퍼런스를 통해 소개하는 리얼밸류 경영모델이 동일한 고민을 가진 다른 많은 기업들에게 기업시민의 철학을 본업에 담아 실천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팬데믹과 초(超)불확실성의 세계

2019년 12월 발생해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세계 경제와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불러일으킨 코로나19 팬데믹은 이제 공식적으로는 끝났다. 올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공식 해제했고 각국 정부에 이어 우리도 6월부터 방역체제 해제에 동참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 일상적으로 통제 가능한 범위에 접어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과 예측기관들은 엔데믹(Endemic) 시대에도 세계 경제의 앞날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언제 또다시 미지의 감염병이 등장할지 알 수 없는데다 미-중間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경학적 불안 요인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기후 현상도 더 이상 예외적인 이벤트로 볼 수 없을 만큼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그때마다 사회 곳곳에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수준은 예측을 통해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하다. 바야흐로 불확실성의 크기와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는 초超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업시민 경영이념과 회복탄력성

불확실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할 수 없다면 불확실성이 가져온 위기를 얼마나 빠르게 이겨내고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즉, 회복탄력성이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태풍이 휘몰아칠 때 건물은 끄떡없지만 나무는 흔들린다. 하지만 폭풍우가 심해지면 건물은 무너져도 나무는 대부분 살아남는다. 회복탄력성은 이처럼 위기 상황을 잘 버텨내어 피해를 빠르게 극복할 뿐 아니라(Quick Recovery), 위기 이후에 원래보다 더 나은 상태로 회복하는(Bounce Forward) 능력까지를 포함한다. 즉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담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이 두 개념, 즉 회복탄력성과 지속가능성은 최근 기업의 가장 중요한 생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무 건전성,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애자일 조직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우선,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의 재무 실적이 악화되고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평소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춰 놓으면 회복탄력성에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면 비즈니스의 기복(Cycle)을 완화할 수 있고 트렌드 변화에도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위기의 타격 강도를 줄여준다. 조직의 민첩성을 높이는 것 또한 정보 흐름과 대응 속도를 높이기 때문에 외부의 위기를 조기에 감지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에 더해 그 근간에는 기업이 회복탄력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는데, 바로 기업시민 경영철학이다. 우선, 기업시민 경영철학은 트렌드나 유행에 관계없이 변하지 않는 ‘본래의 가치’를 설명하는 것으로, 위기 상황에서 조직과 임직원들을 결속시키는 구심점이 되고 일관된 극복 방향을 제시해 준다. 회사의 목적이 단순한 제품 판매나 매출 발생이 아니라 보다 중요한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세상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직원들의 업무 의욕과 몰입도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임직원들은 기업시민 경영을 실천하는 회사를 보면서 회사의 결정과 활동이 올바른 일이라는 믿음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회사가 최단 시간 내에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내리라는 희망의 기반이 된다. 따라서 위기가 닥쳤을 때 조직 구성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긍정적 태도로 역량을 회복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경영철학을 신뢰하고 우호적인 태도를 지닌 이해관계자들은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특히 여러 다양한 버팀목을 확보하게 되면 개별 버팀목이 지탱할 수 있는 압력보다 훨씬 큰 압력도 버텨낼 수 있으며, 어느 한 방향에서 위기가 오더라도 다른 여러 이해관계자 집단이 받쳐주어 기업이 쉽사리 흔들리지 않도록 해준다.

 

리얼밸류 경영, 가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포스코는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선포한 후 지금까지 조직 내에 체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 과정에서 진정으로 기업시민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즈니스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2022년 3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그룹이 추구할 진정한 가치를 담아 리얼밸류 경영을 선언했는데, 이는 기업시민 경영이념으로부터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해지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가시적 경영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리얼밸류’란 회사가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총가치를 의미하는데, 재무적인 성과나 주주 가치만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가치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익(Profit)뿐 아니라 환경(Planet)과 사회(People)적 측면을 함께 고려하는 UN의 트리플 보텀라인(TBL, Triple Bottom Line) 원칙에도 부합하므로 현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맞는 진정한 가치 개념이라 하겠다.
또한 사회가 회사의 비즈니스에 주는 가치(V2B, Value to Business)뿐 아니라 회사가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에 미치는 가치(V2S, Value to Society)와 영향을 함께 고려하므로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의 관점을 잘 반영하고 있다. 포스코 그룹은 리얼밸류 경영을 통해 V2B와 V2S의 선순환 고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단순히 투자자를 위한 정보 공시로서의 ESG를 넘어 진정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비즈니스로 변혁(Transform)하고자 한다.
리얼밸류 경영은 가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통해 회사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또한 외부 환경이나 사회적 이슈를 기업이 방어하고 관리해야 하는 위험 요소(Risk)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 요소(Value Driver)로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 전략과 계획을 수립할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경과 사회적 가치 측면을 비즈니스에 통합하고자 시도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회사가 보유한 유무형 자산을 기반으로 사회와의 관계 자산을 구축하여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으로 축적하게 된다. 사회적 자본을 축적한 기업은 외부 충격에 직면했을 때 위기 극복에 필요한 사회적 지원과 협력을 잘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더 잘 이겨내고 빠른 회복이 가능하며 그 결과 비즈니스의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리얼밸류 경영을 위한 3단계 추진 전략

리얼밸류 경영은 크게 3단계 과정을 거쳐 구현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회사가 보유한 다양한 유무형 자산을 바탕으로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수순을 거치게 된다. 우선 1단계에서는 회사가 보유한 모든 유무형 자산을 검토해서 회사의 TBL 목적에 부합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을 선별한다. 이 때 특히 무형 자산이 가진 잠재력을 간과하지 않도록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2단계는 선별된 자산들을 강화(+), 결합(x), 재발견(!)하여 경제·환경·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로를 Map으로 그려보는 단계이다. 이를 위한 프레임으로 3×3 매트릭스인 리얼밸류 캔버스(RVCC, Real Value Creating Canvas)를 설계했는데, 이는 통상적인 CSR의 틀이 아니라 회사가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방식, 사업의 이유, 그리고 회사가 만들어내는 진정한 가치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일종의 전략적 틀에 해당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이렇게 창출되는 ‘리얼밸류’를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존의 보고서 스타일이 아닌 스토리 형태로 커뮤니케이션한다. 리얼밸류는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환경, 사회적 가치까지도 포괄하기 때문에 계량적으로 측정하여 화폐화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 중심의 보고서보다는 서사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게 하고 이를 향한 과정을 이해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요약하면, 리얼밸류 경영은 외부 환경 및 사회적 측면을 리스크가 아닌 가치 창출의 또 다른 원천이자 기회로 인식해 기업이 가진 유무형 자산에 레버리지 효과를 일으킨다. 이는 기업이 미래 전략을 구상할 때 이미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여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추진하게 하며 시장이 인식하는 기업의 경제적 가치 또한 상승시킨다. 금융위기, 팬데믹의 재발이 가능하고 지정학적 불확실성마저 높은 요즘에는 위기들이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고, 그 파장이 2차, 3차까지 연쇄적으로 확산되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시기에 리얼밸류 경영은 기업이 가진 자산기반의 내실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와의 축적된 관계자산을 버팀목으로 외부 충격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지탱해 줄 것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