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기업의 대응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가

팬데믹과 기후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계질서가 요동치는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오미크론과 힘겨운 싸움이 끝나지 않고, 곳곳에서 산불, 홍수 등 기후위기발 재앙이 지구촌을 뒤덮고 있는데, 미중갈등의 격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러대치, 대러제재로 인한 에너지가격 폭등, 이 시기를 노린 북한의 도발과 한반도 상황의 악화 등 정치·경제 모든 면을 아우르는 초복합 위기를 맞고 있다. 거대한 와류와 격랑이 더욱 거세지는,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대격변의 시대가 펼쳐지고 세계질서의 불확실성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2022년 대한민국은 어디에 있고 또 어디로 가야 하는가. 다시금 사활의 난관에 부딪힌 대한민국, 한국호는 어디로 항진해야 하며 또 무엇을 어떻게 이뤄내야 하는가.
초복합 위기와 대격변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이루어가야 할 기업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가. 위기와 기회가 되풀이되고 어둠이 어느 때보다도 깊지만 밤깊을수록 새벽도 가깝다는 것은 역사와 현실의 진리이다.

 

새 정부의 과제

••새 정부의 국가비전
새 정부의 국가비전은 이미 대통령선거과정에서 제시된 공약을 통해 가시화되었다.
새 정부가 추구해야 할 국가비전의 최우선은 국가로서 생존과 번영은 물론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보장하는 나라, 그렇게 할 실천의지와 역량을 갖춘 안전보건국가Safety and Security State가 될 수밖에 없다. ‘With’든 ‘Post’든 선포 2년을 지난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가 될 것이다. 탄력적이고 민첩한agile 보건·방역 기능의 강화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지속가능한 안전보건 거버넌스를 구축, 유지해야 할 훨씬 더 어려운 과제가 있다. 백신접종 확대 등을 통한 집단면역달성도 중요하지만, ‘정의로운 면역’으로 ‘팬데믹 피로’pandemic fatigue에 따른 사회경제적 곤경과 심리·정서적 좌절을 극복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개방, 협력, 연대를 통한 강력한 민관협력, 중앙과 지방간 협력을 가능케 할 견실한 보건국가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최근 연구들은 팬데믹 대응의 성공요인으로 국가 측면에서는 국가역량과 리더십을, 사회 측면에서는 신뢰와 참여를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돌보고 국민은 개인 책임을 다하는 새로운 ‘자조-자구’의 책임윤리를 새로운 사회계약New Social Contract을 통해 구현해야 한다. 민관협력과 시민사회 및 시민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안전보건국가의 적은 바이러스뿐만이 아니다. 비핵화 등 한반도 안보위협의 관리, 기후재앙,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에 따른 경제적 도전, 사회적 불평등 심화 등 인간안보human security에 대한 전방위적 위협들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둘째, 대한민국은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신뢰 받는 공정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성의 덫에 빠져 엄청난 정치적 내상과 부수손해collateral damage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공정은 신뢰의 전제가 되어 국가 자체의 성공을 좌우하는 사회적 자본을 구성한다. 공정성을 잃으면 국민에 대한 정치적 서약의 실천 자체가 어려워지고 국가적 과제 해결을 위한 정책들도 성공할 수 없다. 부의 양극화, 특히 부동산가격 앙등에 따른 자산 양극화와 이에 대한 대중적 불만이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부동산정책은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LH 부동산 투기 의혹은 거듭된 부동산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엘리트 특혜, 입시비리 등으로 드러난 지도층의 ‘내로남불’naeronambul은 ‘한강의 기적’과 K-pop, K방역 등 ‘K 발전모델’을 가능케 한 ‘능력주의’meritocracy의 치부를 드러내며 조롱거리로 전락하였다.
셋째, 대한민국은 과학기술과 경제의 혁신을 바탕으로 세계적·전방위적 수준에서 국가경쟁력을 갖춰 안전보건국가와 공정국가, 나아가 포용국가의 사명을 실천할 수 있는 기반과 자원을 선순환시키는 더욱 진화된 혁신국가로 발돋움하여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오히려 ‘언택트 경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열어 주었다. 아마존과 구글 등 초거대 플랫폼 기업의 전례 없는 약진은 ‘언택트 경제’가 전통적인 제조업과 대면 사업의 판도를 뒤집고, 디지털 전환을 향한 초고속 도약의 발판을 구축하였음을 잘 보여주었다. AI 기반 지능정보화가 가속도를 더하며 ‘제4차 산업혁명’을 실현해 나가는 가운데, 유통혁명, 금융업의 진화, SNS문화의 확산과 재택근무Work From Home의 확대, AI의 전방위적 활용과 침투에 따른 산업과 노동의 변화 등 디지털 대전환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 및 산업 환경의 변화를 활용하여 경제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혁신국가는 한국사회가 지향하는 안전, 공정, 포용의 이념을 뒷받침할 물적 토대와 문화적 기반을 구축하여 대한민국의 퀀텀 점프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혁신국가를 향한 항진은 단연 과학기술분야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디지털·그린 뉴딜의 차질 없는 추진과 함께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산업 육성,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할 게임체인저로서 파괴적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혁신생태계의 구축과 이를 위한 거버넌스·법제도의 혁신은 새 정부가 혁신국가로 업그레이드를 실현하기 위하여 반드시 응답해야 할 실천과제들이다.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 과정을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전환시키는 슬기로운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감축 중심의 수동적reactive 감축에서 새로운 경제사회 발전전략 수립을 통한 선제적proactive 대응으로 이행함으로써 탄소중립 전환에 따른 부담을 딛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경제·사회구조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책적 집중이 필요하다.
끝으로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극복하고 국민 모두에게 인간다운 삶-복지를 보장하는 포용국가에 있다. 양극화와 불평등을 악화시킨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과 기후위기 해결을 선도하면서 복지와 환경, 사회통합의 실천적 조화를 이루는 포용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표방해 온 ‘혁신적 포용국가’의 비전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미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사실상 공식화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임자의 정책은 일단 부정하고 보려는 기존의 폐습을 과감히 떨쳐 버려야 한다. 혁신적 포용국가는 동시에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 공정한 나라와 병진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겪으면서 건강과 안전은 대한민국의 생존조건survival factor이 되었고, 공정은 그 정당성의 조건이자 핵심적 성공요인critical success factor으로 부상하였다.

••실천전략
2022년의 대통령선거는 촛불을 배경으로 그 힘으로 등장한 정권의 실책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었다. 박빙의 차 승리라 해서 결코 그 의미가 절하되어서는 안 된다. 유념할 것은 실정은 언제라도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경고뿐이다. 정권 교체의 대항 명제로 제창되었던 ‘정치 교체’는 이제 앞으로의 과제가 되었다. 정치 교체의 핵심은 사람에 있고 그 사람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정치를 하는지, 국민의 경제와 살림살이를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에 있다. 전통적으로 양당정치 기반 대통령제와 썩 잘 들어 맞는 것은 아니지만 양당의 기득권구조를 혁파하여 ‘제3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여 정치가 국민을 더 잘 섬길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는 여전히 분명하고 또 강하기 때문이다.
갈라진 민심의 골을 메워 자신을 뽑지 않은 사람도 대표하는 100% 대한민국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이 이번에도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누구나 다 하는 말이었고 또 모두가 수긍하는 어쩌면 단순명쾌한 지상명령이지만 그 과제를 실천하기란 너무 어렵다. 그동안의 경험이 여실히 보여주는 바다.
국가비전 실천을 위한 전략은 ‘미래를 위한 연대’로 집약된다. 앞서 살펴본 네 가지 비전들은 서로 연계되어 있고 또 상호 비배제적이다. 포용국가는 사회연대와 정치적 통합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회복과 포용은 도약의 기반이며, 안전보건국가와 혁신국가의 공진화를 위한 자양분이다. 공정국가 역시 포용국가의 실현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을 이룬다. 공정하지 못하면 포용도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적 위험 증대, 차별·불공정 악화가 청년의 좌절과 저출생 등 인구감소와 지방 소멸로 이어지고 결국 국가경쟁력 저하로 역습하는 악순환은 이미 눈앞의 현실이다.
악순환을 막으려면 혁신적 포용국가는 안전보건국가와 공정국가의 비전을 공유하고 또 보장해야 한다. 물론 안전과 공정은 혁신적 포용국가의 비전에 용해되어 있고 따라서 배타적인 선후관계로만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전하고 공정한 국가의 비전, 삶의 조건 없이는 혁신도 포용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핵심적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새 정부는 안전하고 공정한 사회, 함께 발전하는 나라로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일 잘하는, 책임지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정부, 위기에 강한 탄력적이고 민첩한 정부resilient and agile government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당선자는 정부에 전문가들을 대거 등용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한 바 있다. 과학기술·증거기반 정책의 추진과 데이터기반 정책결정을 위해 대단히 바람직한 생각이다.
특히 인수위 단계 등 정권 출범 초기 핵심 인사에서 물의를 빚었던 구태를 반복하지 않도록 최선의 인재를 발굴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잘 찾아보면 인재는 매우 풍부하다.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통합정부든 협치 든 이런 저런 명분을 내세워 나눠먹기로 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명망이나 정치세력, 계파에 구애되지 말고 유능한 인물들을 발탁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혁신인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전문가라고 반드시 모든 부문에서 우월하고 유효적절한 선택은 아닐 수 있다. 분야에 따라 가령 정책 총괄이나 조율, 조정처럼 창의력과 혁신적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 국민통합과 협치, 소통을 위한 자리는 진영이나 성향을 가리지 말고 과감한 인사가 필요하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환경의 변화와 기업의 대응

••정책환경의 변화
2022년 5월 출범을 앞둔 새 정부에서 정책환경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그 내용은 이미 공약집이나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언명이나 주장, 토론 등을 통해 대부분 밝혀졌다. 앞으로 구체화될 내용에 관한 한 다소 유동적이거나 불확실한 부분들도 없지 않지만, 이미 기업이나 연구기관 등 다양한 수준에서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일일이 다루지 않아도 무방할 것이다.2
새 정부는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로 코로나19 비상대응,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양을 포함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주력할 것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조직개편 문제도 수반되겠지만, 젠더 이슈와 가족, 인구 문제와 지방소멸 문제 등을 아우르는 정책전환이 선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첨예한 관심사는 새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일 것이다. 부동산 정책의 전환, 규제혁파, 자본시장 선진화, 디지털 경제 혁신, 에너지·환경(탄소중립), 일자리 정책과 고용혁신, 최저임금, 산업안전 등에서 다양한 정책변화가 예상되지만, 특히 경제활성화 정책이 큰 틀을 이루게 될 것이다. 경제활성화정책은 종래 신성장동력으로 손꼽혀 왔던 AI와 데이터경제가 이끄는 4차산업혁명·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함께 그린 뉴딜, 보건의료와 의생명과학, 바이오산업의 진흥 등 과학기술강국 추진에 핵심요소가 되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부문에서의 정책전환이 앞서 본 다른 경제정책들과 선순환 구조로 시너지 효과를 거두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승부수이자 관건이 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수준의 상승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상생효과를 내는 데에도 역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대응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환경 변화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상세히 논의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중요한 사항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경제 부문에서 새 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할 정책목표 달성에 기업이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최선의 길은 이들 첨단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R&D와 생산, 유통, 마케팅 등에서의 혁신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이 시점 기업이 유념할 점은 그 사회적 저변을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숲이라는 터전 없이 나무만 성장할 수 없듯이 기업은 아무리 다국적화하더라도 그 국적 기반이 튼튼해야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하나의 중요한 관건은 일자리 창출이다. “대통령되면 일자리 많이 만드는 기업인 업고 다니겠다”며 이미 공언하였듯이 새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우선순위를 매길 것이다. 일자리 창출은 대통령 집무실에 상황판을 걸고서라도 실시간으로 챙겨야 하는 현안과제이기는 하지만, 상황판을 걸고 정부 주도로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기업이 나서야 할 수 있다. 기업이 중심이 되지 않으면 실현할 수 없는 과제이므로 정부만 박차를 가해도 소용이 없다. 대통령과 정부가 밴드웨건 효과를 노려 깃발을 휘날릴 수는 있지만, 그런 시그널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실제로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는 동기와 여건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AI와 로봇기술의 확산에 따라, 아니 이미 자동화기술 확산단계에서부터 일자리 창출의 병목현상이 빚어져 왔다는 데 주목한다면, 단순한 독려와 실적 촉구만으로는 부족하다는데 누구라도 토를 달지 않는다. 동기와 유인구조가 중요하다. 물론 모든 문제를 (주로 경제적) 유인으로 해결할 수도 없고 또 그렇게 하는 게 꼭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정부가 좀 더 전향적으로 나서 동기와 유인구조를 만들고 이에 기업이 호응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근로시간의 단축을 통한 일방적인 일자리나누기job sharing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변화가 예상되는데 단순노동 일자리로 목표량을 채우려는 접근도 문제지만 일자리나누기를 통해 고용을 늘이는데 따른 부담을 사용자에게만 지워서도 안 된다는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 최근 들어 부쩍 몸집이 커진 헬스케어, 돌봄서비스, 반려동물 관련 산업 등에 대해서도 배전의 관심이 필요하다. 헬스케어는 말할 것도 없지만, 돌봄서비스 분야 역시 인구감소와 초고령화사회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한 ‘적응대책’으로도 중요하고 그 자체가 경제적 중요성이 클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라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복합적인 기회의 요인이 된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 역시 최근 시장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고 삶의 질과 워라벨 등과의 관계에서 미래전망이 밝을 뿐 아니라 일자리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국가목표는 국내외 사정을 감안할 때 새 정부로서도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지하듯이 탈탄소와 에너지 전환은 동전의 양면이다.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하는 한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탈탄소 또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의 달성은 에너지 전환과 탈탄소 산업구조로의 대전환이라는 복잡하고 힘겨운 고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나 기업, 국민 모두가 크나큰 희생과 인내를 강요한다.
새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한다는 기존의 NDC 목표를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문재인정부가 발표한 대로 화석연료(석탄, 천연가스)를 통한 발전 비중을 현행 60%에서 임기 내 40%로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탄소중립이나 탈탄소라는 목표를 향해 착실히 나아간다 하더라도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도정에서 적지 않은 예기치 않은 난관과 장애물에 봉착할 있기 때문이다. 소위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은 물론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곡물 가격상승과 인플레 문제 등이 단적인예들이다. 게다가 글로벌 공급사슬망의 교란 같은 언제라도 생길 수 있는 우발사고Zwischenfall도 감안해야 한다. 기업은 정부의 계획에 호응하거나 그것을 토대로 삼아 투자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지만 예상치 못한 리스크 관리에도 대비해 나가야 한다.
플랜 B만이 아니라 C, D가 필요할 수도 있다.
새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폐기 또는 급변침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탈핵-탈원전-에너지전환’에 이르는 문재인정부의 원전정책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나가는 ‘에너지 믹스’Energy Mix에서 원자력을 제외하는 입장을 취하고 최근까지도 ‘그린 택소노미’에서 원자력에너지를제외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연착륙까지는 가동 중인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신규 건설을 자제하는 단계적 감축이 가장 이상적 플랜이라는 공감을 얻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대신 실질적인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활용하는 ‘한국형 CFCarbon Free100’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새 정부는 전임자의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을 폐기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의 즉시 재개, 원전산업 생태계 활성화 및 세계 최고 원전 기술력 복원 등을 포함한 정책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원자력기술을 배터리, 태양광, 수소에너지 기술을 Global Top 3 수준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항로 급변침을 방불하는 이러한 정책전환은 연구와 교육, 일자리 등을 포함한 기업생태계의 복원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관련 분야 기업들에게는 고무적인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전반에 그리고 지역경제에 대해서도 상당한 전후방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원전기술, 특히 원자력안전성 기술을 더욱 심화·발전시키는 기술혁신을 통해 모처럼 회복될 새로운 원전생태계를 선도하는 진취적 접근이 필요하다.
ESG 역시 새 정부에서도 그 중요성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SG는 이미 기업의 필수적 덕목이자 과제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부정적 관점에서 이를 소극적으로 대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그러나 ESG는 더 이상 기업의 부담 증가요인이나 거래제약요인이 아니라 기회요인, 특히 경쟁력 확충의 계기로 삼는 전향적·능동적 접근이 필요하다.
끝으로 기업이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슈로 경제안보, 즉 안보와 경제 복합 리스크를 빼놓을 수 없다. 전통적인 안보, 즉 외교·안보·군사 문제가 이미 오래전부터 경제문제와 융복합된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사슬망을 교란시키는 ‘상호의존성의 무기화’Weaponization of Interdependence라는 리스크를 단적으로 보여준 아베 정권의 수출규제 사태나 미중갈등과 한반도 안보환경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갈등,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들이 극명한 사례들이다. 이제 외교·안보·군사 문제는 더이상 비경제적 또는 경제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동시에 경제문제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 새삼스럽지 않은 사실은 기업의 전략적 판단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고려사항이다. 이 모든 충격에 맞서거나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면 그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 나갈지를 고민해야한다. 리스크 관리도 쉽지 않지만, 새로운 창조적 돌파creative breakthrough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맺는 말

우리는 5년 만에 다시 새로운 정권을 맞이하게 되었다. 쉴 새 없이 밀어닥치는 퍼펙트 스톰은 날이 갈수록 험해지고 있다.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리얼 위기’가 계속되는 것이다.
새 정부가 챙겨야 할 일들은 많지만, 그 중 특히 정권 인수 과정과 출범 초기에 비전을 확고히 하고 실천전략과 정책방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이다.
사고, 재난 방지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국방과 질서유지에도 비상한 관심과 노력이 따라야 한다. 나아가 새 정부 조직 및 인사 과정에서 공명정대하게 임하여 과거 역대정부들이 범했던 오류를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유념할 것은 여소야대의 상황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자세와 접근, 협치의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야당의 협조가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또 그에 대한 변명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기업친화적 성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되는 새 정부의 출범에 안도하거나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미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한국호의 난관은 더 악화되면 되었지 해소될 기미가 없고, 또 어디 하나 녹록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뿐 아니라 기업에 대해서도 국민은 늘 매의 눈초리로 감시하고 또 책임을 물을 태세가 되어 있으며, 기업 또한 정부나 그 밖의 공공체들과 달리 사적 영역에서 무풍지대의 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2022년 한국호가 길을 터 나가는 도정에 기업 역시 혁신과 헌신으로 힘을 보태야 할 시점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