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시민이 되다”: 지속가능성 증진을 위한 전략적 제언

 

 

 

 

“대기업과 노동자의 이익은 함께할 수 없다고들 생각한다.
생지옥 같은 공장과 작업장이 즐비하던 산업 혁명 이래로 대기업은 줄곧 가난의 치유책이 아니라 원인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모든 대기업이 그렇지는 않다”
: 코너 우드먼(Conor Woodman)의 저서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중 일부

 

오늘날의 기업: “안녕들 하십니까?”

기업은 우리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요인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많은 관심이 특히 최근에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기업의 ‘해야 할 것’으로부터 추론해야 한다. 기업의 역할, 과연 무엇인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써, 기업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 현재, 미래의 기업 모두에게 해당되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불멸의 존재이유는 바로 ‘이윤 창출’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이윤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없는 기업은 지속가능할 수 없으며, 지속가능하지 못하는 기업은 사회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부담을 주는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특정한 기업이 지속가능하지 못하게 된다면, 예를 들어 그 회사의 직원은 당장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때문이다. 아쉽게도 최근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과거의 영광을 멀리하면서 점차 도태되어가고 있다. 2018년 한국의 경우 대형 상장사 1,000개의 기업들 중에서 영업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 150개에 달한다.

 

지속가능성: 또 다른 말장난인가?

많은 기업인들은 새로운 용어가 소개될 때마다 신선함보다는 피로감을 느낄 것이다. 얼핏 생각해봐도 그동안 등장한 경영관련 용어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Globalization, Six sigma, JIT, TQM, Reverse engineering, E-business, Platform business까지 새로운 용어가 경쟁하듯 등장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세계화의 후퇴를 의미하는 ‘Slowbalization’ (Slow + Globalization)이 등장하면서 1980년대를 풍미했던 ‘Globalization’를 부인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는 과거에 등장했던 다른 용어들과 어떻게 다른가?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용어가 궁극적으로 제시하고자하는 것, 즉 “방법” vs. “목표”로 귀결된다. 기존의 많은 용어들은 기업이 특정한 기능상의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아주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은 기업이 달성해야 하는 궁극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특정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미리 예측할 수 있을까? 주로 과거에는 해당 기업의 얼마나 양적인 증가를 달성해왔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양적인 증가보다는 경영활동과 관련된 질적 이슈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면서 지속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적인 증가를 이루면서 질적인 향상도 동시에 달성하는 기업은 몇 개나 될까? 2018년의 경우, 세 가지 평가(“Fortune 500,” “World’s Most Admired Companies,” “Best Companies to Work For”)에서 Top 10 리스트 모두에 이름을 올린 기업의 숫자는 0이다. 즉 아직까지는 양적 증가와 질적 향상이 공존하기 쉽지 않은 상태이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래에도 이윤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적 가치 창출이라는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즉 소위 말하는 갑질이나 환경오염 같은 악행을 통해서 기업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는 더 이상 우리사회에서 용납되지 않고 있다. 이제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 기업들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려는 사고의 전환, 즉 지속가능경영이 필요하다.

 

지속가능경영: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기업은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할 때 비로소 자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업이 수행하는 경영활동이 바로 ‘지속가능경영Sustainable Management’이다. 즉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하여 경제적 수익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환경적인 위험요소를 고려하는 경영기반을 구축하여 지속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나간다는 ‘지속가능적인’ 경영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학계 특히 경영학계에서도 지속가능경영은 중요한 연구주제로 각광받고 있다.2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 동안 국내의 주요저널에 게재된 논문 중에서 “지속가능경영” 및 관련 용어 (“지속가능성”, “지속가능사회”, “지속가능발전”)를 포함한 단어를 검색한 결과 총 36건, 국외의 주요저널에 게재된 논문 중에서 “sustainable management” 및 관련 용어(“sustainability”, “sustainable society”, “sustainable development”)를 포함한 단어를 검색한 결과 총 46건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국내논문 총 36건 중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제목/키워드로 포함시킨 것이 24건(67%)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국외논문의 경우에도 “sustainable management”가 가장 중요한(46%) 연구주제였다.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은, 분석기간인 6년 동안 발표된 연구 중에서 국내 논문의 경우 64%, 해외논문의 경우 76%가 후반부인 최근 3년 동안에 집중되었다는점이다. 경영학계에서 “지속가능경영”sustainable management이 중요한 연구주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국내 및 국외 모두 경우 경영전략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업: 왜 시민이 되려하는가?

경영학계와 산업계를 그동안 풍미했던 많은 용어들과 지속가능경영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방법” vs. “목표”라고 앞서 언급한 적이 있다. 기업의 목표를 ‘지속가능경영’으로 결정한 이후에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지속가능경영을 미래에도 계속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방법은 무엇일까? 기업의 존재이유인 이윤창출을 계속하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답일 것이다. 하지만 이윤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주목하여야한다. NIKE, Enron, Exxon Mobil 과 같이 사회적 물의나 환경적 파괴를 초래하는 경우, 그런 기업들의 지속가능성은 절대 낙관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경제적 가치를 포기하거나, 경제적 가치 창출보다 사회적 가치나 환경적 가치 창출에 더 관심을 두는 기업의 경우는 어떠할까? The Body Shop의 사례가 의미하는 것처럼, ‘착하기만 한 기업’ 역시 지속가능성을 낙관하기는 힘들다. 결국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이 수립하고 실행하는 경영활동 그 자체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같이 달성해야 한다. 실제로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DJSI에서는 평가대상이 되는 기업의 경제/사회/환경 측면의 가치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nterface나 Unilever의 경우가 각광받는 이유이다. 이런 맥락에서 등장한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은 주목할 만하다. 다양하게 정의되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과 관련된 정의처럼, ‘기업이 경제적 가치는 물론 사회 전반의 이익을 위해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여 발전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시민’은 5단계 (Elementary, Engaged, Innovative, Integrated, Transforming)를 거치면서 7개 차원Citizenship concept, Strategic intent, Leadership, Structural, Issue management, Stakeholder relationship, Transparency에서 기업경영활동의 변화가 진행되는 과정으로 파악해야한다.3 즉 단계적으로 진화하면서 기존 차원에서 새로운 이슈에 직면하게 되는 동적 개념이다.

 

기업시민의 길: 가야할 긴 여정

‘기업시민’이 순항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보다도 먼저, 경제적 가치를 환경적 가치나 사회적 가치와는 배타적인 개념으로 생각하는지 자문하여야 한다. 이 세 가지 가치는 상호 배타적이라기보다는 보완적 관계이다. 즉 경제적 가치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환경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오히려 그 두 개의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더욱 강화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시사점중의 하나는 경영시스템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먼저 우리 회사가 속해있는 산업의 특성은 무엇인지, 그 산업에서 경쟁하는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모델은 무엇인지,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핵심성과지표는 무엇인지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시민’이라는 새로운 궁극적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 구체적 방법론이 각 가치사슬에서 어떻게 수립되고 실행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즉 새로운 핵심성과지표가 사전에 설정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객관성 및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평가지표에 대한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 이후에는 ‘기업시민’과 관련된 다양한 경영활동이 실제로 수행되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여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비재무성과를 반영하여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새롭게 측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예를 들어 산업통산자원부에서 ‘대한민국 기업 지속가능경영지수Korean Organizations’ Sustainable Management Indices: KOSMI’를 통해 한국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할 예정이다. 이러한 외부평가지표와 ‘기업시민’활동에 대한 평가결과가 어떻게 서로 연계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
평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평가결과의 활용이다. 평가결과를 통해 기업의 실질적인 행동변화를 이끌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평가결과의 정보화를 통해 기업외부 관계자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예를 들어, 투자자는 책임투자를 좀 더 체계적으로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는 제품 및 서비스의 선택에 있어서, 구직자는 자기가 평생 일하고 싶은 기업의 선택에 있어서, 이런 정보가 사용될 것은 너무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KRX가 국내기업의 환경적 가치,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정보공개를 제도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시민’의 실행결과를 외부와 소통하고 개선방향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한다.
‘기업시민’은 포스코가 가고자 하는 길이다. 따라서 ‘기업시민’을 길 위의 여정으로 파악하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지금 있는 위치가 어제와 비교해서 어떻게 달라져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이 긴 여정이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대 형성이다. 포스코는 기업내외부의 각종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시민이라는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아프리카 속담처럼,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하기 때문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