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ESG 커뮤니케이션 방법

 

ESG 이슈에 대해 기업의 발언 기회가 증가하면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니즈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중요해졌다.


대외 커뮤니케이션에서 지역사회와 직원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이어주는 통로로서 기업시민 전문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ESG 이슈가 기업의 주요 우선순위가 되었기 때문이다.
BCCCC의 ‘기업시민현황’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임원진은 자사 대표가 성평등과 인종차별, 기후행동과 같은 이슈를 대외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 이년간, 기업 임원진이 ESG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는 59%에서 88%로 급등했다. 92%에 달하는 거의 대부분의 응답자가 기업 대표는 사회환경 이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답했다. 연구에 따르면 ESG 이슈에 대한 지지는 기업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중요한 점은 지지 입장에 일관성이 없어 보이면 효과가 약해진다.1
국제기업시민컨퍼런스에서 심도 있는 대담을 통해 참가자들은 ‘기업시민현황’ 연구에서 제시한 CARE 모델에서 E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CARE(Choose, Align, Reinforce, Explain) 중 E는 바로 지지 입장을 설명하라(Explain)에서 온 것이다. 이번 대담을 통해 이해관계자에게 중요한 이슈를 기업이 어떻게 지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좌장은 콜린 올퍼트Colleen Olphert BCCCC 회원 서비스 이사가 맡았고, 바주스 아길라르 아얄라Barjouth Aguilar Ayala 플렉스flex 글로벌 지속가능성 부문장/플렉스재단 이사장, 나탈리 브라운Natalie Brown 앨라이 파이낸셜Ally Financial 기업시민 이사, 제니퍼 키너Jennifer Kirner 텔러스TELUS 지역사회 투자 및 TELUS 미래재단 선임 프로그램 매니저가 패널로 참가했다.

1 Blair, S., Hydock, C. & Paharia, N.(2020). Should your brand pick a side? How market share determines the impact of corporate political advocacy.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https://doi.org/10.1177/0022243720947682

 

맥락을 고려하라

콜린 올퍼트 ESG 이슈에 대해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소통을 하십니까? 이런 대외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어떻게 평가받고 있나요?
바주스 아길라르 아얄라 지속가능성이나 ESG 전략 개발은 복잡한 과정입니다. 공기업인 플렉스는 전 세계에 사업장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행적이나 이해관계자들에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전체적인 시각을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은 투자자나 고객, 직원뿐 아니라 학계와 사회의 다른 이해관계자들도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저희지속가능성팀은 CEO를 포함한 임원진과 긴밀히 업무를 추진하고 있고, 회사 내의 여러 기능들, 예를 들면 운영, 공급망, HR, 환경, 건강과 안전, 커뮤니케이션 등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지지를 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문구를 통해 우리가 하는 일의 중요성과 비즈니스 연관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탈리 브라운 저희 앨라이가 다양성과 평등, 포용에 대해 진심을 다하고 있고, 포용적인 문화 조성은 계속되는 과정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저희 팀은 회사와 지역사회 내 비즈니스에서 평등과 포용이 하나의 요소로 고려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 프로젝트는 반발 없이 지나가지 않습니다. 변화를 추구할 때 피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죠. 이때 선행적 커뮤니케이션과 아이디어의 영향력이 프로젝트나 이니셔티브의 논리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다시 기업시민 사회공헌 우선순위와 기업가치 반영에 연결될 수 있도록 합니다.
제니퍼 키너 진심어린 경청과 겸손, 적응력은 텔러스 직원에게 필수적입니다. 저희 일의 핵심은 캐나다 원주민에 대한 조직적 차별과 법적 탄압의 역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저희는 원주민 조직과 지역사회의 의견을 적극 수용합니다. 원로와 추장, 족장, 지역사회를 팀원들과의 대화로 이끌어내 실제 ‘원주민 화홰 실천계획’의 수혜를 받는 대상자들의 의견이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합니다. 텔러스뿐 아니라 캐나다 전역에 걸쳐 원주민과의 관계회복을 장려한다면, 기업시민을 단지 임원진이 주도하는 이니셔티브가 아닌 모든 팀원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임원진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요.

 

커뮤니케이션의 기술

콜린 올퍼트 서로 다른 청중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나탈리 브라운 커뮤니케이션 대상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대화 양쪽 모두의 투명성이 강조 돼야 합니다. 저희는 이 점을 고려해 금융·사회적 포용업무를 추진할 때 기업대표들과 파트너들을 진솔한 대화로 이끌어냈고, 그 결과 적재적소의 기회와 프로그램이 탄생했습니다. 흑인과 히스패닉계 리더가 이끌고 있는 비영리기관은 일반적으로 자본이나 기증자 DB, 자원봉사 활동 등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기금운영자와 소통하기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파트너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달라고 당부하고 있으며, 공유된 정보가 지원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바주스 아길라르 아얄라 듣는 사람의 관심분야와 이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얘기하는지에 맞춰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 단체의 관심사는 운영 직원과는 다를 것입니다. CEO나 임원진에게는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고급정보가 필요하겠죠. 반면 직원들은 지역사회 활동과 이러한 활동이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가장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저희는 스토리텔링에 조금 더 힘을 싣고, 메세지를 전할 때 어려운 전문 용어를 피하려고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대상에 대해 잘 알면 같은 정보라도 뉘앙스를 살려 전달할 수 있어 보다 개인적이고 관련성 높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제니퍼 키너 목적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중추적 역할을 해 왔지만, 최근 몇 년 간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바꿨습니다. 예를 들어, 원주민과의 관계회복에 맞는 정보를 게시하기 시작했고, 홈페이지에 섹션을 만들어 ‘원주민 화해·연결 보고서’의 3차 연례 보고서와 핵심 부문, 실천계획, 원주민 주도 솔루션 지원 예시 등을 공유했습니다. 이 방법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광범위한 관심을 이끌어냈고 신규 원주민 프로젝트 지원금의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향후 과제

콜린 올퍼트 노력을 어떻게 측정하나요? 향후 업무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 있을까요?
제니퍼 키너 측정이 돼야 일이 마무리 된다는 건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도 관계회복 보고서를 몇 건 발간했습니다. 어떤 지표는 측정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교육 참여 직원수, 폭력 위험에 노출되어 있거나 폭력 피해 원주민 여성 중  ‘Mobility for Good’ 수혜자의 수 등입니다. 그러나 저희 회사의 인프라와 기술로 연결되는 지역사회의 수 등 파악하기 어려운 지표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하는 일의 영향력을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하기 위해 스토리를 활용하고자 합니다. 특히 우리의 지원을 받고 있고, 그 과정에서 함께 하는 원주민 지역사회의 관점에서 보려고 합니다.
나탈리 브라운 은행으로서 반드시 보고해야 할 필수 측정항목이 있으므로, 금융·사회적 포용 이니셔티브 내 각 그룹은 각자의 활동을 측정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시민에서는 직원 참여와 자원봉사, 재무 교육 등을 측정합니다. 다양성·포용성팀은 내부 승진과 채용을 비롯해 기타 지표를 측정할 계획입니다. 이 외 다른 측정 기회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술팀의 경우 지역사회 현물기부와 업무의 환경 지속가능성을 측정할 수 있겠죠. 이 모든 측정항목은 주요 금융·사회적 포용 목표의 전반적인 진행 상황을 측정하는데 사용됩니다.
바주스 아길라르 아얄라 저희는 이미 국제 표준과 프레임워크를 엄밀히 준수하고 있으므로, 기존에 세운 규정을 잘 따르고, 그 결과를 투자자와 고객, 직원 및 기타 이해 관계자에게 분명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유엔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나 GRI, SASB 등의 표준을 준수한다는 의미입니다. 저희는 또한 TCFD 보고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기준을 통해 중대성 평가를 거쳐 전략에 맞는 KPI를 설계할 수 있으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프레임워크에 기반해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번역 : 윤소진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5호

한국에서 기업시민을 향한 여정

 

 

한국은 놀라운 경제 발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불과 30여 년 만에 개발도상국에서 아시아 4위,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988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5.45%나 되었다. 이러한 뛰어난 성과는 30년 동안 평균 9.27% 수준의 수출 성장을 비롯한 여러 경제 요인에 힘입어 가능하였다. 또한 한국은 고등교육을 받은 성인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 강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혁신과 세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로 AI 및 엔지니어링과 같은 정보 기술 분야의 재능 있는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녹색 혁신Green Innovation으로도 유명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정부의 오랜 정책 운영 덕분에 수소 및 재생 에너지를 포함한 환경 R&D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국가 차원의 녹색성장 전략은 친환경 경영방식을 촉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기후변화 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09년에 수립된 이 계획은 2050년까지 달성할 환경 성장 지표를 설정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의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들은 목표 달성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및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전략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파리협정Paris Agreement 등 지속가능한 의제가 대두되면서 한국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온실가스GHG 배출량을 줄이고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에 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 결과 산업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기업 전략들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 관심은 세계 최고의 철강업체 중 하나로서 강력한 ESG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향력과 규모를 가진 포스코와 같은 회사에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는 1968년 국내 최초로 일관제철소를 설립한 이래 최근 World Steel Dynamics에서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회사”로 12년 연속 선정되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철강협회는 2050 Net-Zero 선언, 선진 거버넌스 차원의 ESG 전담 조직 설치 등 ESG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 포스코를 ‘지속가능성 챔피언’으로 선정했다. 이 표창은 기후변화의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하려는 포스코의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이라는 새로운 경영이념에 부합함을 의미한다.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포스코는 기술개발과 혁신, 경영관리 등 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시민 전략을 안내하는 나침반

비즈니스 세계에서 헌장은 종종 새로운 기업의 탄생을 의미한다. 따라서 포스코가 2019년 기업시민헌장을 제정했을 때 이것은 ESG 목표, 프로그램 구조 및 운영 계획에 대한 개요와 같은 단순 구성 요소의 합보다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 포스코의 기업시민헌장은 회사 전반적인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정을 담고 있으며, 이윤에 중점을 두는 것과 사회에 보다 긍정적으로 공헌하겠다는 약속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헌장의 장기 목표 중 하나는 안정적인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포스코는 협력사와의 협력을 통한 취업기회 제공 및 지역사회 발전을 통해 경제적 성과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을 강화하고자 한다. 또한 직원들이 이러한 약속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는 ESG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시민헌장을 통해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삼았고, ESG 관점에서 차별화된 역량과 성과를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기업시민헌장 도입 이후 실제 사업 구조를 친환경 소재 제조, 친환경 철강제품 판매 확대, 이차전지 소재 및 수소 사업 확대로 전환하였다.

 

기업시민의 추진

포스코는 2021년에 기업시민헌장에 따른 5대 브랜드 체계를 만들었다. 각 초점 영역은 기업시민에 대한 회사의 헌신과 노력을 반영한다. 모든 이해 관계자의 이익을 존중하면서 각 조직에서 직접 사회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회사는 현재 5대 브랜드 영역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기업 내 임직원들이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Green with POSCO: 포스코의 시그니처 브랜드로,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정부 주도의 CO2 저감 하이브리드 제강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 외 제철소와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100% 수소를 사용하는 HyREX 기술을 통합함으로써 포스코는 CO2 배출량을 약 10% 감소시켜 산업 전반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저탄소강 기술 개발을 넘어 전 임직원이 친환경적으로 일하고 보다 지속가능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브레인스토밍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Together with POSCO: 포스코는 치열할 경쟁 속에서 이기려면 비즈니스 파트너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강력한 산업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에 협력사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건전한 가치사슬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Challenge with POSCO: 변화를 가져오는 기술과 아이디어는 젊고 성장하는 기업의 사무실에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포스코는 유망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발굴·육성·투자하는 벤처밸리와 벤처펀드로 구성된 포스코 벤처 플랫폼을 통해 혁신가를 육성해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Life with POSCO: 한국의 출산율은 지난 몇 년 동안 급격히 감소했다. 현재 여성 1인당 출산율이 1명 미만인 유일한 OECD 국가이다. 이에 포스코는 출산율 향상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발맞추어 건강한 가정을 이루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자 한다. 또한 출산율 외에도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Community with POSCO: 포스코는 지역사회 발전을 기업의 주요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회사는 보유한 자원과 역량을 활용하여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의 이익 창출기반 마련을 목표로 한다.

 

새로운 장

포스코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를 비전으로 2022년 지주회사로 전환해 리튬전지 생산 등 지속가능성 관련 분야로 진출하였다.
이러한 전환을 통해 건강한 조직문화와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보다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회사는 비즈니스 우선순위를 전환하고 저탄소 에너지 솔루션, 새로운 그린 및 모빌리티 기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 안전 및 환경과 관련된 ESG 관리 등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는 기업시민경영이념을 새로운 장으로 옮겨, 기업과 사회가 더욱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것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5호

기업시민연구소, AKMS와 공동으로 ‘기업시민리서치 어워드’ 시상

 

포스텍 기업시민연구소와 AKMS(Association of Korean Management Scholars, 한국경영학자협회)가 공동으로 ‘기업시민리서치 어워드Corporate Citizenship Research Award’를 신설하였다. 지난 8월에는 미국 시애틀(Seattle, WA)에서 개최된 전미경영학회 연례 미팅Academy of Management Annual Meeting에서 첫 시상식을 진행했다. 이번 시상식에는 AKMS의 김광현 회장(고려대)과 김성수 교수(덴버대), 기업시민연구소의 김용근 부소장, 손예령 교수 등이 참석했다.
기업시민리서치 어워드는 기업시민 관련분야(Corporate Citizenship, ESG, Social Value 등)에서 우수한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에게 시상하는 상으로, 첫 수상자로 싱가포르경영대학교SMU의 이나래 교수와 에모리대학교의 김준 박사과정생이 선정되었다. 특히 기업시민리서치 어워드를 수상한 이나래 교수 논문은 전미경영학회에서도 Strategic Management 분야 Robert Litschert상을 수상하여 그 의미를 더하였다.

AKMS 김광현 회장은 “기업시민과 관련된 CSR이나 ESG 등의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기업시민연구소와 함께 기업시민리서치 어워드를 제정하였으며, 앞으로도 관련 리서치 파이프라인을 잘 발전시켜 더 좋은 논문 성과와 사회적 임팩트를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기업시민연구상을 수상한 이나래 교수는 “포스텍 기업시민연구소와 AKMS가 수상하는 기업시민 리서치 어워드의 첫 번째 수상자로 선정되어 매우 영광이다. 모든 상이 다 의미가 있지만, 이번 상은 특히 더 의미가 있다. 기업 환경의 지속가능성 Corporate environmental sustainability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나 외부적 압력이 아닌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에 기반을 한 지속가능성 전략이 효과적인 거버넌스를 통해 기업의 실무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을 때 가장 바람직한 환경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연구를 통해서 주장해왔는데, 이러한 점이 포스코가 지향하는 기업시민과 뜻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구와 후학양성을 통하여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 의사 결정자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함께 수상한 김준 박사과정생은 “최근 미국 학계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학자들의 소식을 점점 더 많이 접하고 있으며,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막론하고 저명한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의 숫자도 과거와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대한민국이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큰 학문적 성취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은 경영학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매우 뛰어난 연구들이 매년 AKMS에서 상을 받고 있다. 기업시민연구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은 제 연구가 선배 학자들의 그것만큼 뛰어나다는 것보다 앞으로 선배 학자들의 뒤를 이어 의미있는 연구를 많이 하라는 격려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귀중한 기회를 마련해준 포스텍 기업시민연구소와 AKMS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우리 사회를 위해 의미있게 쓰일 수 있는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포스텍 기업시민연구소 김용근 부소장은 “포스코에서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선언한지도 벌써 만 4년이 지났다.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다양한 성과가 나오고 있으며, 기업시민 연구에 대해서도 관심을 높이기 위하여 이 상을 제정하게 되었다”라며 “좋은 연구를 진행해주신 수상자 두 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기업시민에 관한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업시민연구소는 앞으로도 기업시민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는 우수 연구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며, 국내외 기관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여 기업시민에 관한 학술적 저변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SUMMARY]

 

Where we are from matters
:Heterogeneous impact of immigrants on firm environmental pollution


 

 

 


이나래(싱가포르경영대학교 교수)

 

본 논문은 지역사회의 결속력 약화가 기업 환경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하였다. 미국 환경 보호국과 Census의 데이터를 접목하여 지역사회에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의 증가로 공동체 의식이 낮아지고 결속력이 약화되면서 공장별 독성 화학 물질의 배출이 증가함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규제 기관들의 관리 감독이 약해짐으로 인해 공장들이 제조 공정에서 생성되는 독성화학 폐기물의 후처리를 줄이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기업 환경 성과를 설명하는 기존의 이론들에 기초하여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였다.
첫째, stakeholder theory에 의하면, 지역사회 주민들의 집단행동과 압력이 기업들로 하여금 환경친화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한다. 지역사회의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결속력이 떨어져 효과적인 집단행동을 도모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특정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정책자들과 규제 기관들을 통하여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둘째, intrinsic motivation 이론에 따르면, 기업 의사 결정자들의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지역 사회에 대한 애착 등이 환경친화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영향을 끼친다. 양성이 높은 사회에서 개인간의 신뢰와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면서 구성원들의 지역사회의 공동 자원의 보존에 대한 의지도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며, 기업들은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이를 악용하게 된다. 또한 다양한 모델(예: instrumental variable approach)과 대체 샘플 등을 이용한 결과는 본 연구가 밝힌 지역 사회 다양성 증가와 기업 환경 성과의 관계가 특정 모델이나 샘플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지역사회는 기업 환경 성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인구통계학적인 특성은 기존의 논문들에서 깊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본 논문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은 집단 영향력을 행사하여 개별 기업들의 환경 성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지역사회에 대한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함을 제시한다. 본 연구는 인구통계학적 특성 중에서도 이민자 비중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지역 환경 정책과 이민자 정책은 포괄적인 관점에서 마련되어야 하며, 특히 이민자들이 기존의 지역사회에 효과적으로 융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When a firm turns over a new leaf
: Organizational learning from concealed misconduct and disclosed cases

 

 

 

 


김준(美 에모리대학교 박사과정)

 

본 연구는 James March와 카네기 학파에서 시작된 조직학습이론에 기반하여 기업이 상습적인 불법행위에 빠지게 되는 매커니즘을 분석하였다. 조직학습이론은 그동안 경험으로부터의 학습과 조직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조직은 어떻게 경영상의 문제를 해결해가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여 왔다.
특히 경험 중에서도 실패의 경험은 성공의 경험보다 더 강력한 배움의 원천으로 여겨진다. 이론을 뒷받침하듯 실패를 경험한 조직은 이후 점차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종류의 오류(error)를 줄여나간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후 유사한 실패를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기업들이 현실에 나타나면서 ‘실패로부터의 학습이론’을 더 구체화시킬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본 연구 역시 이러한 학문적 흐름에 이론적으로 기여하기 위하여 조직의 오류가 외부에 공개되었을 때와 공개되지 않고 조직 내부에서만 인식되었을 때 조직의 학습곡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하였다.
본 연구는 기업의 불법행위를 하나의 오류로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는 제도적 규칙에 대한 위반행위를 오류로 보아온 기존 연구들에 기반한다. 예를 들어, 불법행위는 기업에게 있어 막대한 규모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고,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불법행위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매우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활동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현상을 실패로부터의 학습이론과 연결 지어 생각할 때 우리는 큰 모순점에 도달하게 된다. 유사한 불법행위를 반복해서 저지르는 기업은 왜 과거에 경험한 오류로부터 학습하지 않는 것인가?
위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가설들을 제시한다. 첫째, 기업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지만, 기업 외부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불법행위가 은폐되었을 때, 이후 해당 기업은 유사한 불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를 것이다. 둘째, 반면 기업이 저지른 불법행위가 관리 또는 감독 당국에 적발되었을 때, 기업은 해당 불법행위 이외에 다른 유사한 불법행위들도 줄여나갈 것이다.
조직학습이론에서 기업이 오류를 줄여나가는 유인은 오류로부터 발생하는 손실에서 비롯된다. 불법행위가 노출되었다는 사실은 기업에게 손실이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일종의 신호 역할을 한다. 반면, 기업의 불법행위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불법행위에 나서더라도 적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한편으로는, 현재 시장을 감독하는 기관의 감시수준이나 주의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유사한 종류의 오류를 줄여나갈 동기를 찾기 어렵게 된다. 기업 범죄에 관한 기존 연구에서는 기업이 불법행위 나아가기 위해 동기와 기회가 모두 필요하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런 기존 연구에 비추어보면, 은폐된 불법행위는 현재 시장에 불법행위의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기가 있는 기업은 불법행위에 나설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다. 반면 외부에 기존의 불법행위가 노출된 기업으로서는 현재 시장에 불법행위의 기회가 없거나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설사 불법행위의 동기가 있더라도 실제로 실행으로 옮기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이러한 가설을 확인하기 위하여 본 연구는 코스피 100대 기업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간 저지른 공정거래법 위반 사례를 분석하였다. 계량적 분석 결과 표본 기업들은 스스로 혹은 다른 표본 기업들이 더 많은 불법행위를 은폐하고 있을 때 추가적인 불법행위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신이나 다른 기업들이 저지른 기존의 불법행위가 더 많이 적발되었을 때에는 추가적인 불법행위에 잘 나서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본 연구의 의의는 크게 조직학습이론에 대한 이론적 기여와 기업범죄 연구와 관련해 상습성이 형성되는 매커니즘을 발견하고 설명했다는 두 측면으로 정리될 수 있다. 우선 이론적으로는 기존의 조직학습이론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오류의 반복성이라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시하였다. 오류가 조직 외부에 알려졌을 때와 내부적으로 은폐되었을 때에 따라 조직의 학습 곡선이 달라지는 관계를 조명하였다.
또한 불법행위로 인한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하기 전에도 행위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만으로 예방효과가 있다. 이러한 예방효과가 해당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유사한 종류의 다른 불법행위에도 역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은 해당 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가시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특정 조직에 대한 스캔들이 발생하면 수사기관이나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곤 한다. 이후 수사과정, 취재과정 등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비위가 연이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언론 등 사회적 관심이 해당 기업에 집중되고, 사회적 자원이 해당 기업을 조사하는데 사용된 결과이다. 이러한 매커니즘을 인지하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하나의 불법행위가 노출되었을 때 다른 행위에 있어서도 조심스러워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5호

지구 끝, 얼음 세상에서 배우는 착한 경영

 

 

 

 

 

환경보전과 지속가능한 개발의 대의를 조화시키는 것은 이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그리고 지구 곳곳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이제는 기업을 꾸려나갈 때도 환경을 온전하게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건강한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이른바 ESG 경영은 유행이 아니고 필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SG 경영과 남북극이라니 무슨 뜬금없는 경우일까 의아해할 수 있지만 극지는 ESG 경영의 배경이 된 심각한 지구환경변화를 가장 뚜렷하게 목도할 수 있는 곳이고, 그렇기 때문에 환경보전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또 그만큼 까다로운 곳이기도 하다. 세상의 끝 남북극에서 ESG 경영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는 이유이다.

 

극지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첨예하게 느끼는 지구환경변화

남극과 북극은 지구환경변화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고 곳이고, 또 가장 예민하게 보여주는 감지기이다. ‘기후위기의 현장을 가다’와 같은 종류의 기획보도가 있으면 남북극은 단골손님처럼 등장한다. 눈과 얼음의 공간이다 보니 남극과 북극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가 실체 없는 우려가 아니라 현실임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먼 세상의 구석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들은 독립적이고 세상과 무관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구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또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으로 일어나는 변화의 원인과 결과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초래하는 거대한 배경으로 온실기체의 대량 방출이라는 공통원인이 있고, 인류가 극복해야할 다양한 종류의 환경문제가 종착역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금세기 들어 가파르게 올라가는 기온은 지구 전체의 문제이고 관측 결과는 극지역에서 기온 상승의 속도는 여느 곳보다 적어도 2배 이상 빠르다. 정부간기후변화패널IPCC이 내놓는 기후변화 예측 시나리오에 의하면 가장 바람직한 온실기체 배출 경로에서도 상승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1.5도의 범위 안에 그 상승폭을 잡아가두는 것은 이미 충분히 어려운 도전과제이다. 지구의 기온이 대기 중에 온실기체가 얼마나 많이 남아있는지에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지구의 환경에 남아있는 과거 기록을 복원해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었던 것도 남극의 빙하와 퇴적물에서 전지구 기후변화 기록을 되살려내는 연구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극지에서 나타나는 혹은 극지에서 시작되는 환경변화를 생활 속에 닿아있는 문제부터 요약한다면 기온상승, 빙하의 용융에 따른 해수면 상승, 서식처의 온도 상승과 변형에 따른 생물다양성 소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극지가 제공하는 기후변화 완충 능력의 저하가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기온과 수온이 상승하면 찬 공기가 극지에 갖혀 있지 못해 흘러나오며 이상기후와 기상 재해의 가능성은 한결 높아진다. 얼어붙은 바다가 녹아내려 바다를 덮고 있던 얼음판이 지구의 속으로 들어오는 햇빛 에너지를 적당히 가리는 차단막 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면 지구 구석구석을 따라 찬 바다와 더운 바다가 흐르고 섞이는 흐름은 교란되고 지구 전체의 온도 조절 능력은 소실된다. 빙하가 녹아내린만큼 바다로 물이 새로 들어오면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로 물난리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발 밑으로부터 차오르는 물로 홍수가 나고 방파제를 비롯한 재해시설의 설계에 중요하게 감안할 요인이 된다. 남북극의 차가운 바다는 자연의 원리에 의해 기체를 잘 녹일 수 밖에 없고 여기에 생물 작용이 더해지면 인간 활동에 의해 대기로 쏟아져 들어가는 대표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의 흡수원으로 작용한다. 남북극 바다가 미지근해지면 또 그 안의 생물이 위축되면 지구의 자정 능력, 기후변화 완충 능력도 함께 약해진다. 국경을 쉽게 넘어 퍼져나가는, 잘 분해되지도 않는 유기오염물의 축적, 외래종의 유입은 극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는 전세계의 심산유곡에서 발견된다는 미세플라스틱도 바람을 타고 또 물결을 따라 북극으로 남극으로 흘러가고 있다. 북극 바다를 덮고 있는 해빙海氷은 미세플라스틱은 일시적으로 붙들고 있다가 녹아 없어질 때 미세플라스틱 쓰레기를 한꺼번에 방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 기후변화와 새로운 오염문제가 묘하게 결합하는 나쁜 사례가 될 가능성조차 있다.

 

경제기회의 개척지가 되고 있는 극지

얼어붙은 쓸모없는 땅과 바다가 새로운 경제기회의 공간이 되고 있다. 얼어붙은 바다가 녹아 새로운 뱃길이 열리고 자원 매장지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고 신어장이 개척되고 얼음 덩어리가 녹기 전에 보아두는 것이 관광 상품이 된다. 그나마 남극보다 숫자를 가져오기 쉬운 북극에 대해 현실을 살펴보기로 한다.
북극 바다를 덮고 있던 해빙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면서 북극항로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북극항로는 러시아의 해안선을 따라가는 북동항로, 미국과 캐나다 북극을 통해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북서항로 그리고 수십년 안에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북극 관통 항로 세가지 종류로 나뉜다. 이 중 북동항로가 가장 현실에 가깝고 러시아는 직접 수혜자가 되고 중국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길이다. 2018년 북극항로 물동량이 2천만톤에 달한 가운데 북극항로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러시아는 2024년까지 물동량을 8천만톤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북동항로를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COSCO와 같은 국영기업을 움직여 운항 경험을 축적하고 일본은 위성을 활용한 북동항로 상황을 모니터하며 각종 예측치를 생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3년 시범운항을 시작으로 모두 5건의 북동항로 운항 실적을 쌓았다. 북극항로는 물류의 경로이기도 하지만 북극의 자원을 개발하고 공급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 북극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갖고 있는 러시아는 동토의 땅에서 천연액화가스를 추출하는 야말 LNG 사업의 성공에 이어 북극 LNG-2사업을 곧 시작할 계획이다. 북극항로를 활용하는 자원개발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물동량의 전반적인 증가로 귀결될 터라, 해적도 출몰하지 않고 병목현상도 발생하지 않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물류의 길에 많은 나라들이 주목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소의 추정에 의하면 북극에는 전세계 석유의 13%와 천연가스의 30%가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석유가스, 가스하이드레이트 자원의 개발, 광물의 채굴은 수산이나 관광보다 훨씬 큰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다. 수산, 관광 등 다른 자원개발이나 경제활동도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경우를 예로 들면 2019년 2월에 향후 북극권 자원과 인프라 투자에 약 118개 사업 18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수산자원의 경우 북극해 바로 밑의 주변 어장에서 전세계 어업 생산량의 약 40% 남짓 수확된다. 아이슬란드, 알래스카, 그린란드, 노르웨이 등 북극 연안국들에게 수산업은 식량공급원이며 경제의 주요수입원이다. 북극 해빙이 계속 사라지며 전에는 어선이 들어갈 엄두도 못 냈던 중앙 북극 공해에서 조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수산자원 이용 뿐 아니라 극한환경에 적응한 생물들이 만들어내는 유용한 화합물은 새로운 치료제의 원천이 될 가능성이 높아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시장이 열리고 있다.
북극을 출입할 수 있는 접근성이 신장되고 북극항로의 잠재력이 현실화되면 북극자원 탐사가 활발해지고 개발 가능성도 높아진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북극에서 개발이 이뤄진다면 지속가능성은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 될 터이고 그만큼 환경친화성과 첨단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이 북극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 또한 커지고 있다. 예를 들면 북극해 항로를 운항하는 친환경 쇄빙선박(LNG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안전성을 대폭 강화하는 e-내비게이션 기술, 그리고 자율운항 기술, 드론이나 무인 비행체를 자원탐사와 인명구조에 활용하는 기술, 북극의 소규모 지역사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즉시 접안 가능한 이동형 부두시설의 건설 등 해운물류, 항만, 조선, 수산의 다양한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의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에 대해 연구개발사업 투자, 첨단기술의 집중도, 고등교육 수혜 정도, 연구 인력의 규모와 질 등을 감안해서 혁신지수를 도출한다면 아마 세계 수위권일 것이다. 북극권 국가들 또한 강대국 혹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이라 혁신 가능성과 준비 정도 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는 즉 혁신을 핵심으로 하는 신기술 기반 산업 분야에서 앞으로 우리나라와 북극권 국가간 협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며, 특히 이 분야가 우리나라의 북극진출의 확대를 점칠 자리가 되게 한다.
크루즈 시장은 세계적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동향 분석에 의하면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크루즈 이용객은 4천만 명에 이르고 시장 규모 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크루즈 시장의 성장은 남북극 크루즈 시장의 성장까지 이어지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북극의 경우, 북극 크루즈 활성화 전망에 따라 향후 5년(2018-2022년) 동안 현재 운영 중인 극지 크루즈 선박 83척의 34%에 해당하는 28척이 신조 운영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국제남극관광협회IAATO 자료에 따르면 남극 관광객은 지난 3년간 각각 58,131명(2017-2018년), 45,083명(2016-2017년), 38,478명(2015-2016년)이었으며, 그 증가율은 각각 전년 대비 14.7%, 22.5%로 매년 증가세를 이어왔다. 특히 중국은 2015-2016년 4,095명이 남극을 방문했는데, 이후 29.1%(5,289명, 2016-2017년), 55.4%(8,219명, 2017-2018년)로 관광객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런 수요 증가에 따라 최근 중국의 조선소가 자체 기술을 통해 극지항해용 크루즈 선박 6척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들린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수요의 증가, 특히 가처분 소득이 높은 고령층의 증가는 크루즈 선을 포함하는 관광 수요를 높일 것이고 이에 따라 극지 관광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지에서 찾는 ESG 경영을 위한 통찰력

북극경제에 대한 전반적인 가치를 얼마나 크게 기대해도 될까? 미국에 본사를 둔 투자자문 및 인프라 금융 회사인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북극의 잠재력을 약 1조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극의 경제적 중요성이 커지는 것과 동시에 자원 활용, 취약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기술적 한계, 운영 안전 및 지역 사회의 복지와 관련하여 관리해야 할 위험 또한 크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것이 원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차원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법이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추정치가 눈길을 끌만큼 높기도 하지만 책임감 있는 자세로 북극을 바라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극지, 특히 북극과 ESG 경영을 생각하면서 또 하나 중요하게 참고가 될 만한 것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이 펴낸 북극투자지침Arctic Investment Protocol이다. 이 북극투자지침은 광산 및 해운 회사에서부터 순록 목축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회원으로 구성된 북극경제이사회Arctic Economic Council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 지침은 북극에 대한 투자가 지속가능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1) 외부 영향에 대해 복원력과 탄력성이 큰 사회를 경제 발전을 통해 건설한다. (2)지역 사회와 원주민을 존중하고 참여를 도모한다. (3) 북극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추구한다. (4) 책임감 있고 투명한 비즈니스 방식을 실천한다. (5) 과학과 전통 생태 지식을 둘 다 참고하고 통합 활용한다. (6) 북극 전체에 걸쳐 협력하고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북극 투자 지침은 법적으로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지만 국가도 민간 기업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준거가 될 것이다. 얼핏 들으면 민간환경단체의 강령 같기도 한 덕목이 북극에서는 공식적인 지침이 되는 것이 북극의 현실이기도 하다.

 

극지 영역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나쁜 경영과 좋은 경영

남북극은 이제 보전의 대상이라는 생각이 더 흔해졌고 경제기회나 이윤 창출과 연결시켜 생각하기는 어렵다. 남극이나 북극에서 모범적인 ESG 경영을 위한 좋은 착안을 얻는 것이 쉽지 않지만 나쁜 사례를 찾는 것은 쉽다. 나쁜 경영의 사례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 일찍 거슬러 올라간다. 남극해의 불법 비규제 비보고IUU 조업은 ESG경영의 대척점에 서있는 예가 될 것이다.
적절하게 관리되지 않은 인간의 탐욕인 불법 비규제 비보고 조업은 그 정의定義가 허가 없이 시행되는 어업, 또 국가와 자원관리기구에 내역과 자료가 제출되지 않는 어업, 자원관리기구의 보존조치를 따르지 않는 어업일 뿐 아니라 감독과 규제로부터 벗어나 있는 만큼 안전한 조업환경에도 소홀하기 쉬워 ESG 경영의 정반대 사례라 할 만하다. 사실 남극 바다를 사람의 발이 거의 닿지 않은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오해이다. 초기 남극해 출입을 물개 사냥꾼과 고래 어부가 이끈 경우가 많고 남극을 향한 영웅적 탐험의 시대가 지난 뒤에 고래부터 시작해서 물개로 이어지는 약탈적 수확의 역사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자원을 붕괴시키고 그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다른 더 작은 종으로 표적을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적절히 관리되지 않은 탐욕이 어떤 결과를 빚을 수 있는지 충분히 교훈을 만들었다. 그에 대한 반성으로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경우를 미리 최소화하고 충분한 정보와 확신이 있는 상태에서 수확을 시작하는 사전예방 원칙, 그리고 수확 대상종 뿐 아니라 그에 의존하거나 관계를 맺는 모든 생물종의 건강과 안녕을 걱정하는 생태계적 접근을 기본 정신으로 하는 국제조약이 맺어지고 실천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법 비규제 비보고 조업을 잠재우는데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가장 모범적이어야 할 것 같은 남극에서의 과학연구 활동도 흠 없는 우수 사례가 되지 못한다. 환경에 대한 인식과 책임감이 지금 같지 않았던 오래전에 한 구역에 많은 기지들이 집중되어 활동하며 남긴 풍경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북극에서는 외딴 지역사회에서 자원개발이나 상업 활동을 전개하면서 지역사회에 나쁜 영향을 남기거나 지역사회와 이익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나쁜 경영의 예가 될 것이다. 특히 북극을 삶의 터전으로 부르며 오랜 세월 생활을 영위한 토착 원주민은 이미 외부 문명 세계의 충격에 취약한 터라 더욱 그렇다.
남극과 북극이 비록 아직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지 않고 있는 공간이지만 좋은 ESG 경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거나 이미 다른 곳에서 실천되는 사례를 적용해볼 수도 있겠다.
우선 가장 쉽게는 극지의 이미지를 차용한 환경보전의 대의를 기업의 주력상품과 결합시킬 수 있다면 기업의 선한 이미지를 대중적으로 전파할 뿐 아니라 상품 자체의 판매도 고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굳이 코카콜라와 세계자연보호기금의 북극곰 모티브 협업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위협에 처한 남북극의 아이콘 생물종, 녹아내리는 빙권의 모습, 오염되기 시작한 청정 환경 등 생각할 수 있는 예는 많다. 물론 환경의 가치를 설파하고 시민들의 의식을 전환하고 환경소양을 확산하며 행동까지 이끌어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함은 마땅하다.
둘째 기업의 환경친화적인 사업방식을 적절한 방법과 장치로 인증을 받고 업계 표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동류기업에 전파되면 좋은 사례를 만들어가는 기업의 개척자적 이미지 뿐 아니라 이른바 착한 소비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남극해 IUU 조업의 예를 든다면 불법조업 국가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고전하는 우리나라의 어느 원양어업 업체가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 해양관리협의회) 인증을 받았다. 해당 회사의 남극이빨고기 저연승 어업에 대한 MSC 인증은 당시 우리나라 첫 사례였다. MSC는 불법 어획, 남획, 해양환경 파괴 등의 활동을 방지하여 수산자원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어업을 추구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국제인증으로 MSC는 신뢰도가 높은 만큼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MSC 인증을 위해 심사를 받는 기업은 MSC 표준 3대 원칙(수산자원의 지속가능성, 생태계 영향, 효과적인 관리)에 근거한 28개의 세부 지표의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해당 기업은 거의 6년에 걸친 준비와 어려운 절차를 거쳐 인증을 받았다고 했다. 해당 기업은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장치 설치, 과학조사 지원, 선박위치 자동추적체계 도입 등 해양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고 한다. 자원관리에 필요한 과학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조업 시간의 일부를 조사활동에 배정하고 필요한 인력의 승선을 허용하고 후원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면 아마 공익 기부형 비즈니스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셋째 기업이 자랑할만한 기술을 극한환경에서 개발, 시험 적용하고 더 큰 시장에서 이윤을 창출하되 해당 기술을 작은 시장에 이익환원 혹 공공기부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ESG 경영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정보통신기술이 가장 전형적인 예가 될 것이고 물류 기업 역시 창의적 변형이 가능할 것이다.

 

맺는 말

지난 수십 년 동안이 북극항로는 기껏해야 수백만 톤의 화물을 나르는 외딴길이었고 세계 물류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통로 후보로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향후 수십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고 많은 국가와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이때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도 클 것이다. 나이키를 비롯한 회사들이 환경에 대한 우려 차원에서 북극항로를 이용한 물류는 사양하겠다고 선언한 경우도 있다. 분명한 것은 경제적 기회를 포착하려면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에 눈을 감을 수 없고 지속 가능한 수단을 절대적으로 요구한다는 것은 극지나 중위도 구역이나 다를 수 없다. 남북극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활동이 과학연구이거나 산업이거나 환경 청지기가 되는 것은 거의 의무이고 운명이다. 청지기에게 필요한 것은 물론 책임감이 가장 우선이지만 판단과 처세, 행동이 없다면 청지기가 될 수 없다. 극지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의 거름이 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착하게 돈 버는 지구별 지킴이를 양성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지식의 공유와 자산의 공동 활용이 있을 것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5호

생물다양성은 ‘인류에 대한 마지막 보호수단’

 

 

 

 

 

들어가며

우리의 자연은 깨끗한 공기, 담수, 음식, 자원 및 약품 등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한다. 생태계서비스는 자연이 사회에 제공하는 수많은 혜택이다. 생물다양성은 생태계 기능과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살아있는 유기체 간의 다양성이다.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로 인간의 활동과 서식지 손실을 들 수 있다. 산림생태계는 토지이용 변경으로 위협을 받고, 갯벌 등은 과도한 착취와 오염 증가를 겪고 있다. 두번째는 기후변화와 침입외래종이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손실이 지속된다면 세기말에는 지구상 생물종의 50%가 멸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세계화로 인하여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빈번해 외래종의 침입이 많아지고 있고, 외래종의 침입에 의해 일부 토종생물들이 멸종되고 있다고 한다. 살아있는 유기체와 물리적 환경은 상호 의존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자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이 필수적이다.
생물다양성의 손실은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필요한 자원의 생산효율을 감소시키고, 자연의 회복탄력성을 감소시킨다.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 토지이용변화 등 환경이 변하여 일부 유기체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되면 다른 유기체가 그 자리를 대신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은 ‘인류에 대한 마지막 보호수단’이다.

 

생물다양성과 기업의 관계

기후위기로 인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물다양성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이 활용하는 원자재의 대부분을 자연에서 얻기 때문이다. 농업, 임업, 어업, 물, 광업, 석유 및 가스와 같은 천연 자원 회사, 생물자원을 이용하는 제약회사 등이 자연에서 획득한 자원을 바탕으로 재화를 생산하고 있다. 자연에서 얻는 자원의 획득과 처리는 생물다양성(유전자다양성, 종 다양성, 생태계다양성)에 의해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은 장기적인 기업생존의 기본 요소이다. 자연관련재무공시협의체(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NFD)는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유한한 자연자본의 고갈을 막기 위해선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전세계 총매출의 절반 이상이 자연자본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아직까지 생물다양성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저조하다. 지금까지의 생물다양성은 기업이 다루기에는 너무 복잡한 개념이라는 생각이 컸고 중요한 종을 보존하는 것을 돕는다면 나중에 기업의 평판에 도움이 되겠다는 정도의 문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기업은 주로 토지사용에서 비롯되는 서식지 손실 및 황폐화, 토양 침식, 종의 손실과 폐기물 발생에서 비롯되는 대기 및 수질 오염, 토양오염 등으로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준다. 어떤 사람들은 기업이 자연에서 원재료를 바탕으로 많은 생산품을 만들었고, 생태모방을 통해서 다양한 생명기술을 끌어냈듯이 종의 손실이 가져오는 결과를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생물다양성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유기체의 상호작용이 만든 결과이기 때문에 기술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1992년 리우의 지구정상회담에서 150개 정부가 서명한 생물다양성협약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 이루어졌다. 국제 협약인 생물다양성협약CBD은 생물다양성의 보전, 그 구성요소의 지속 가능한 사용, 유전자원의 활용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를 핵심가치로 삼고 있고, 다중 이해관계자 파트너십과 산업 주도 이니셔티브를 통해 협약의 세 가지 주요 목표가 달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WTO는 결은 조금 다르지만 환경상품협정EGA을 통해서 환경 품질을 모니터링 하는 도구를 포함하여 생물권에 대한 압력을 줄이는 광범위한 상품에 대한 관세 인하협상을 통해서 자연에 대한 유해한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더욱 경쟁력 있게 만들고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생물다양성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지 않으면 사업 운영에 위험이 생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ESG 경영’과 국제사회의 다양한 법규범에 따라서 기업은 생물다양성과 연계된 지역에서의 자원의 확보와 관련된 사업의 운영을 위한 법적 권한 획득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추가적인 공급망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만약 기업의 활동으로 인해서 생물다양성이 훼손된다면 이에 대한 책임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 환경 소비자의 보이콧, 벌금, 신용평가 등급의 하락 및 투자감소 등 환경책임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직원사기 저하 및 생산성 감소 등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생물다양성 이슈에 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TNFD

자연관련재무공시협의체TNFD는 생물다양성 관련 이슈 대응에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협의체로 기후변화관련재무정보공개 협의체(or 기후변화관련재무공시협의체) TCFD와 함께 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TNFD가 출범하자, 시장참가자들은 자연 관련 위험과 기회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법에 대한 간단하고 접근 가능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TNFD는 LEAPLocate, Evaluate, Assess, Prepare이라고 하는 자연 관련 위험 및 기회 관리를 위한 통합 평가 프로세스를 개발했다. LEAP 접근 방식은 1) 사용자가 시작하기 전에 평가 범위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2) 분석가 및 공시팀은 LEAP 접근 방식을 통해 관련 이해 관계자와 상의하고, 3) 기업 위험 관리에 따라 사업 지역, 기업 사업 방식, 금융 기관의 투자 방식 및 자산클래스에 따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다. LEAP 접근 방식은 기업 및 금융기관에서 자발적으로 자연관련 위험과 기회를 평가하고, 이를 고려하여 기업전략, 거버넌스, 자본 할당 및 위험관리가 결정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지침이다.
재무공시 요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활동이 자연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파악하고,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이거나 담수공급지역과 연관되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에 대한 의존도와 기업활동이 자연에 주는 영향의 측정은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과정에서 생태계 파괴 및 생물다양성을 손실시키는 직접적인 활동 뿐만 아니라, 재화를 생산, 유통, 폐기하는 과정에서 오염(물, 대기, 토지 등) 및 폐기물 발생으로 인한 간접적인 활동도 포함한다. 자연에 대한 의존성의 개념은 아직 덜 정립된 상태이지만, 기업활동에 있어서 원자재, 물 등 자연자원의 활용과 기업이 받는 생태계서비스 혜택 여부와 관계되어 있다. 재정적 위험과 기회의 평가는 위험식별, 위험관리, 자원의 중요성 평가 등으로 강조되고 있는데, 기업의 현금흐름에서 자연자원이 차지하는 비중, 대체자원의 확보 여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영향 등이 평가대상이다.
마지막으로 무엇을 공개하고, 어디에(지속가능보고서 vs 재무제표) 발표하는가에 결정도 필요하다. 자세한 LEAP프로세스 준비와 관련된 질문은 다음 그림과 같다.

 

기업의 생물다양성 관련 사업 참여시 고려사항

생물다양성 관리는 모든 기업에 맞는 공식적 방법이 없다. 농업, 임업, 어업, 제약 관련 기업은 생물다양성 관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생물다양성이 높은 곳에서 물, 광물, 석유 및 가스와 같은 자원을 확보하거나 활용하는 기업의 경우 생물다양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조치를 강구해야 하고, 생물다양성이 프로젝트 기간과 이후에 처음보다 더 나아졌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기업은 생물다양성에 대한 피해가 최소화되었거나 다른 조치로 상쇄되었음을 입증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자연기반해법Nature based Solution은 기업이 생물다양성 이슈에 참여하는 좋은 수단이다. 자연기반해법 관련 국제적인 논의가 많이 진행되어, 자연기반해법과 연계되어 있는 녹색복원, 보전, 친환경 농업 및 침입 종 제거와 같은 활동에 대한 동참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업의 노력이 국내외 투자자들에 직간접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만들고, 그 중 우수한 사례를 선택하여 생물다양성 관리효과를 평가해야 한다. 활동의 신뢰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이사회 수준의 승인이 확보된 기업의 생물다양성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계획 수립 및 이행을 해야한다.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인근에 서식 중인 멸종위기종 비쿠냐vicuna 보호를 위해 지역정부와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염호 인근 동식물 현황 및 보호 활동을 정기적으로 점검, 관리하고 관련 정보를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자 하는 계획은 TNFD와 관계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은 사업활동과 관련된 지역의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조사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가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생물다양성은 기후변화로 인해 악화되고 있지만 자연기반해법의 활용으로 우리가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그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생물다양성 이슈는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과 UN-SDGs, 자연기반해법 관점에서 함께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따라서 기업의 모든 ESG와 관련된 활동은 수행 목표 및 결과를 측정, 검증을 통한 보고절차를 체계화하고, 재무공시로 관리하고 소통할지, 지속가능보고서 수준으로 관리 및 소통할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5호

기후변화와 기업의 대응

 

 

 

 

 

들어가며

지구가 타들어 가고 있다. 언론도 기후변화 피해 사례를 속속 보도하며 인류에게 닥친 기후위기를 실시간으로 경고하고 있다. 인류 존속을 위해 기후변화 대응책 마련에 전 세계가 혈안이 되어있지만, 가시적 성과는 미약하다. 2021년 IPCC 6차 보고서는 기후온난화가 예상보다 10년 빠르게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3도 상승한다면, 2100년 기근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3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지구상 생물 종의 50%가 절멸할 수 있다는 끔찍한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그렇다. 미래의 지구는 생물다양성의 최대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이란 지구상에 생존하는 생명체뿐만 아니라 생물이 지닌 유전자와 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지의 다양성까지 총칭한다. 즉, 생물다양성은 기후변화, 오염, 질병 발생과 같은 외부의 환경 충격까지 흡수해줌으로써 지구의 균형을 유지하고 조절해준다. 기후변화로 생물이 사라지고 다양성이 감소하면 생태계의 견고한 완충 기능도 그만큼 저하될 것이다. 흔히 연안의 잡초로 주목받지 못한 잘피나 갈대숲이 사라지면 탄소흡수량도 감소되고, 이들을 서식처로 살아가는 생물들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렇듯 생물다양성은 지구의 균형과 생태계 조절의 핵심 요소다.

 

우리 바다와 우리 생물이 특별한 이유

그렇다면 우리 바다의 생물다양성은 얼마나 될까? 2010년 ‘세계해양생물센서스’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양생물 종수는 9,900종이며, 단위 면적당(1,000km2) 종 수는 32종으로 해당 지수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위 논문에서 제시된 한국의 해양생물 종 수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제기됐다. 우리나라 해양생물 종수가 기관의 통계자료나 객관적 선행 논문에 근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연구진은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연안에서 출현(서식)이 보고된 해양생물(대형저서무척추동물)의 분류 및 생태 논문을 전수조사했다. 우리는 총 128개의 연구논문에서 확인된 우리나라 해역의 출현종 목록을 작성하고, 이를 서해 16개, 남해 10개, 동해 12개 지역으로 나누어 분포도를 제시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는 대형저서무척추동물은 총 1,915종에 달했으며, 서해(829종), 남해(1,103종), 동해(621종)에 걸쳐 매우 다양한 분류군이 출현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 해역의 출현 종의 유연관계와 종수는 해당 지역의 특성을 잘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갯벌이 잘 발달한 서해에서는 연성 저질에서 우점하는 갯지렁이가 속하는 환형동물문(316종)과 게를 포함하는 절지동물문(219종)의 종수가 가장 많았다. 남해는 갯벌과 함께 암반 조간대와 섬 생태계가 고루 발달한 것을 대변하듯, 고둥, 조개와 같은 연체동물문(416종)의 종수가 서해(249종)와 남해(190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동해의 경우는 서해와 남해에 비해 환형, 절지, 연체동물의 비중은 줄고, 말미잘, 산호와 같은 자포동물문(55종)과 성게와 불가사리와 같은 극피동물문(31종)에 속하는 종들이 늘어났다. 한편, 세 바다에 동시에 출현한 종은 환형동물문(61종)이 가장 많았고, 연체동물문(19종), 절지동물문(8종), 자포동물문(4종)이 그 뒤를 이었다. 갯지렁이가 한반도 전역에 고르게 퍼져 서식함이 확인된 것이다. 한편, 제주도는 남해와 연결되어 있으나 남해와는 사뭇 다른 종 조성을 보였다. 이는 지리적으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의 해양생태계가 고립된 채로 진화해왔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나아가 우리는 총 38개 해역에 대한 종 목록과 유연관계를 분석하여 각 해역과 지역의 해양생물 건강성을 분석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세 해역과 대부분 지역에서 해양생물의 건강도가 우수하거나 보통 이상으로 평가됐다. 기존의 평가가 외국학자에 의해, 또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평가였다면, 이번 논문은 우리나라 전 바다에 걸친 통합적 평가란 점에서 의미가 컸다. 또한 본 연구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우리나라 바다와 국외 바다의 해양생물다양성을 직접 비교할 수 있게 된 점도 큰 성과라 하겠다.
종 수만 놓고 봐도 한국의 1,915종은 유럽 와덴해 400여 종, 영국 연안 530종, 터키 서부 연안 685종, 북태평양 576종, 북극(대륙붕 포함) 2,636종과 비교할 때 해양생물 다양성이 독보적으로 높음을 보여주었다.

 

위기의 바다에서 꿋꿋이 버텨온 우리 생물

이렇듯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높은 해양생물다양성을 가진 우리나라 바다도 작금의 현실에서 생물다양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위 연구에서 우리는 남양만, 부산, 울산 연안의 저서생태계 건강성이 가장 나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육상 기인 오염이나 간척 등에 의한 영향으로 여겨진다. 실제 시화호, 부산 연안, 울산 연안은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되어 관리하면서 수질의 경우 일부 개선 효과가 보고된 바 있으나 저서환경에 대해서는 크게 향상되지 않고 있어 향후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사례 연구로 시화호 간척, 새만금 간척, 그리고 태안 유류사 고가 장기적으로 해양저서생태계 군집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방조제 건설이나 유류사고 이후로 해양생태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다시 회복되는데 수-수십년 이상 걸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과도한 연안 개발과 유류사고와 같은 인재로 인해 해양생태계가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파괴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특히, 시화호, 새만금을 비롯하여 서해안을 따라 수없이 늘어진 인공방조제와 같은 ‘회색구조물’은 생물다양성 감소뿐만 아니라 오염 정화, 기후 조절, 연안 침식 방지와 같은 완충 기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므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리빙-쇼어라인, 숨 쉬는 바다로 가는 지름길

최근 미국에서는 인공해안선을 자연형으로 되돌리는 사업이 대세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1970년대 시작한 연안 침식 방지 사업을 2000년대부터 전 해안으로 확장하면서 친환경 서식지 조성사업으로 탈바꿈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기존 해안선 개발에 이용되었던 콘크리트와 같은 인공제방을 철거하고, 대신 식생지나 굴밭 등을 자연적으로 조성하여 연안 침식을 줄이자는 것이다. 동·식물, 모래 또는 바위와 같은 천연재료를 활용하여 해안선을 연성화하는 생태공법을 적용한 것이다. 그래서 최근의 리빙-쇼어라인은 연안 침식 방지 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증진, 서식지 개선, 탄소 흡수력 증진, 오염 정화기능 개선, 해양산성화 완충 등 매우 다양한 부분에서 장점이 있는 효과적인 사업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홍콩,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일찍이 2012년부터 에코콘크리트와 패류를 활용해서 연안 침식을 방지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이스라엘의 ECOncrete라는 환경엔지니어링 업체는 지난 10년간 미국, 네델란드, 모나코, 스페인의 연안과 항구 등지에 에코콘크리트 블록을 적용한 대규모 해양생태복원 사업에 앞장서 왔다.
2018년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인 볼보Volvo는 시드니 해양과학연구소가 주도하는 ‘Living Seawalls’란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호주 볼보가 친환경 거대 에코타일 시제품 50개를 시드니 항구 방파제에 부착한 것이다. 이 에코타일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재료로 3D 프린팅 기법으로 제작됐는데, 호주에 잘 발달한 맹그로브 나무뿌리, 산호초, 해안 암반의 형상을 모방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얽히고설킨 복잡한 형상은 해양생물의 부착성을 높여 생물다양성을 증진시켰고, 다공성 세밀 구조도 추가해서 오염물질까지 잘 흡착해주는 기능도 배가했다고 한다.
홍콩에서는 2019년 동청 에코-쇼어라인 시범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전장 약 3.8km의 해안을 에코-쇼어라인으로 정비하는 사업으로 약 130km2 규모의 사업이다. 에코블럭, 굴패각, 암초, 조수웅덩이 등 다양한 자연구조물을 자연스러운 조간대 지형처럼 배치하고, 상부에는 염생식물도 심는 등 리빙-쇼어라인 생태공법을 복합적으로 적
용했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홍콩 정부에서는 이를 통해 동청 해안지역의 해안서식지 질을 개선하여 해양생물다양성을 증진하며 관광객과 주민을 위한 해안 경관 개선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NOAA 리빙-쇼어라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연안습지 재해 저감 비용이 연간 25조, 1km2 당 생태계서비스 가치는 100억 원 상승, 투자 대비 효용인 사업 편익은 7배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해안선 1km2 조성으로 연간 110톤의 탄소를 추가 저장할 수 있고, 정화기능과 홍수조절 능력도 배가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업의 가성비 측면에서도 재료, 설치비, 유지보수비 등이 적게 들어 매우 경제적인 사업으로 그 효과성이 입증된 셈이다. 최근 연안의 블루카본 탄소흡수 기능이 재조명 되면서 리빙-쇼어라인 사업은 기후위기 시대에 보다 적합하고 경제적인 해양생태계복원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K-리빙-쇼어라인, 국내 기업의 적극적 동참을 바라며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생물다양성 위기 대응은 오늘날 지구가 당면한 중차대한 문제다. 최근 선진국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들의 노력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몇몇선진 기업들이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POSCO의 경우, 철강공장에서 발생되는 제철부산물을 가치있게 활용함은 물론, 해양환경과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인공어초 트리톤을 이용한 ‘바다숲’을 조성하였다. 그리고 포스코홀딩스는 2022년 5월 비금융권 기업 중 최초로 ‘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에 가입했다.
기아KIA는 올해 7월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국내 갯벌 식생복원 사업을 후원하고 나섰다. 기아는 갯벌의 탄소 흡수력을 강화하기 위한 식재 활동을 추진하고, 나아가 해양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시의적절한 포부를 밝혔다. 국외의 많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를 선도하는 많은 기업들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란 글로벌 아젠다 실현에 동참하고 ESG 경영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정부, 지역사회, 이해관계자와 기업을 넘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뜻을 모으고 길을 열어 실천하는 탄소중립의 길에 접어든 것 같다. 향후 보다 많은 국내 기업의 사회환원 참여와 탄소중립을 향한 글로벌 리더쉽을 기대해본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5호

“인구문제, 민간이 나선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출범

초대원장에 이인실 전 통계청장, 이사장 정운찬, 발기인 대표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초저출산, 초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대응 위해 기업 등 민간에서 힘 보태야
저출산 이슈에 관심을 가져온 기업시민 포스코 그룹도 파트너 기관으로 참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사장 정운찬)이 25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출범식을 갖고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하 한인연)은 최근 심각한 초저출산, 초고령화 문제로 인해 봉착한 국가소멸의 위기를 민간차원에서 헤쳐 나가고자 발족된 연구기관으로 향후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및 정책방안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국내 대표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이인실 전 통계청장이 초대 원장으로 추대되었으며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이사장,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발기인 대표를 맡았다.

이날 출범식에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종량 한양대학교 이사장, 감경철 CTS기독교TV 회장 등 재계, 학계, 종교계 주요 인사 6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 외에도 각계각층에서 81명의 인사가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24개 단체 및 기업이 파트너기관으로 등록하여 한인연 출범의 뜻을 함께 했다.

▲2022년 10월 25일 포스코센터 서관 4층 아트홀에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출범식을 가졌다.

김종훈 발기인 대표는 개회사에서 “작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인구 유지선인 2.1명의 1/3 정도이자 세계 최저 수준이며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한국이 전세계에서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이다.” 라고 말하고 “인구문제는 모든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막대한 예산과 사회적 비용이 소요되므로 범국가적으로 유효한 정책을 수립하여 정부, 정치권, 종교계, 기업, 시민단체 등 국민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운찬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감사원은 30년 후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의 70%, 50년 후에 93%가 소멸 위기에 처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한국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세계적인 석학의 경고도 있다.”라고 말하고 “지금의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앞으로 5년~10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어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국민이 나서야 하고 기업과 종교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 고 역설했다.

이인실 원장은 “지난 2006년부터 약 15년간 추진해온 정부의 저출생·고령사회 정책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단순히 현상을 관찰하고 부처별로 표면적인 결과에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칸막이를 없애고 전방위적인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인구문제는 매우 독특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하며 “여러 집단의 다양한 목소리를 한데 모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열고 통섭적인 연구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기업인들이 ESG 경영의 일환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인구문제 해결에 책임있는 자세로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이날 행사에서 CTS 기독교TV, 전경련, 포스코그룹, 한양대학교 등 네 곳 대표 파트너기관이 한인연과 협약식을 맺었으며 출범기념식 이후에는 “기업이 인구회복의 길에 앞장선다-인구 축소시대의 민간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이인실 원장을 좌장으로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삼아 저출산 이슈 해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의 양원준 부사장, 37대 한국인구학회장을 역임한 서울대 은기수 교수 등이 패널로 참석해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제시된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는 향후 연구원 연구 활동에 반영될 예정이다.

앞으로 한인연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기관들과 협업하여 융복합적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정책 플랫폼 구축 △국내·외 저명 연구기관들과 인구관련 이론 및 정책 실증연구 △정기세미나, 석학 강연 등 교육 및 캠페인 등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출범식의 파트너 기관 협약식
(좌측부터 한양대 김종량 이사장, 포스코 그룹 최정우 회장, 정운찬 이사장, CTS기독교TV 감경철 회장 등)


 

생물다양성을 둘러싼 경제·사회적 차원의 쟁점

 

 

 

 

 

들어가며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이하 IPBES)가 발표한 스토리 중 일부를 살펴 보자. 전세계 건강한 자연생태계의 면적이 한 세기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18세기 이래 전세계 습지의 83퍼센트가 사라졌다, 야생동물의 체질량이 82퍼센트 이상 감소했다, 전세계 폐수와 오수의 80퍼센트 이상이 처리되지 않은 채 강, 호수, 바다로 버려진다.

1980년대 이래 플라스틱 쓰레기가 10배 이상 늘었다. 지난 반 세기 사이에 모든 조류, 포유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의 개체수가 70퍼센트나 감소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놀라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삶과 어떻게 구체적으로 연결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생태계 훼손과 생물다양성 상실은 인간 집단의 바탕—생존, 경제활동, 사회공동체 유지—을 무너뜨린다.

단순한 예를 들어 보자. 한국에서 참치 통조림에 가장 많이 쓰이는 어종은 가다랑어다. 어릴 때는 동물성 플랑크톤과 피낭동물을 먹고 자라다 성장해서는 작은 물고기, 오징어, 갑각류 등을 사냥하며 산다. 만일 해양오염, 산성화, 기후위기로 가다랑어의 먹잇감이 사라지면 가다랑어가 서서히 사라지고, 참치 통조림 가격이 자꾸 오르다 결국 참치 통조림은 사양산업이 되고 말 것이다. 이런 경향이 심해지면 종국에는 참치 통조림의 생산, 유통, 소비와 관련된 경제활동이 소멸될 것이고 그와 관련된 일자리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FIS식품산업통계 정보의 가공식품 생산액 추산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참치 통조림을 포함하여 어묵, 어육, 조미 어류 및 통조림 등의 생산액이 매년 2조2천억원 규모였다. 이런 시장이 가까운 장래에 대폭 줄거나 아예 사라진다고 상상해 보라. 이 예는 아주 작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생태계는 자연의 변화에 맞춰 적응해 가는 복잡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화산이 폭발하면 생태계는 그 조건에 맞춰 변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주로 인간의 개입에 따른 생태계 훼손을 다룰 것이다. 목재용으로 대규모 벌목을 하고 농경지를 확대하기 위해 숲을 파괴한다, 도시를 건설하고 도로를 닦고 지표면을 변형시킨다, 자연자원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환경 파괴가 초래된다, 저인망으로 어류를 남획하고 심해유전을 뚫는다, 각종 산업형 오염이 발생한다, 세계화로 인간과 자연물의 이동이 늘면서 외래종이 침입하여 토착종을 없애고 우세종이 된다. 이런 변화들은 거의 모두 인간의 경제활동에 따른 결과다.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가치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이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점을 흔히 간과하곤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온전하게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빚어진다고 지적한다.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새천년 생태계 평가MEA’,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 경제학TEEB’, ‘생태계서비스 가치 데이터베이스 ESVD’ 등이 있다.

생태계서비스의 가치로서 우선 ‘직접적 사용가치’를 들 수 있다. 어류와 해초 등 식량 자원, 원목, 연료용 화목, 물, 모래와 진주와 규조토와 같은 자연생성물, 약초와 제약용 생물질, 유전자 등은 직접적으로 사용가치가 있다. 생태계서비스의 ‘간접적 사용가치’도 크다. 대기권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기후를 조절한다. 해안선은 연안 침식을 막아준다. 방풍림과 습지는 태풍과 홍수 피해를 줄인다. 강과 바다는 공해물질과 수질을 정화시켜 준다. 자연경관과 생태계는 관광, 여흥, 레크리에이션의 기능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런 역할을 미래세대에까지 적용하면 잠재적으로 ‘증여 가치’가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비활용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은 자연환경을 통해 문화적으로, 정신적으로, 영성적으로 자극과 영감을 받는다. 경제적으로 따질 수 없는 차원의 비물질적 가치가 존재한다. 우리가 콘크리트 도심을 떠나 녹색의 숲속에서 느끼는 평화로움, 바다의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마주하는 호쾌한 감정을 상상해 보라. 이런 것이 없다면 우리가 누리는 음악, 미술, 영화, 문학 등 예술 활동의 원천이 고갈될 수도있다.
유엔에서 추진하고 있는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위해서도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은 중요하다. 빈곤과 기아, 건강-보건-웰빙, 교육, 젠더평등, 깨끗한 물과 위생, 저렴한 에너지, 산업과 혁신 등은 생태계서비스의 원할한 기능 없이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왜 생태계서비스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평가하지 않는가? 정치와 경제의 의사결정자들이 이 문제를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실패의 측면도 있다. 생태계서비스는 흔히 시장에서 가격이 책정되지 않는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해서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비배제성, 비경합성) 비슷하게 취급되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거나 지속가능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가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설령 생태계서비스에 가격을 책정하더라도 정부보조금과 같은 비경쟁적 시장 방식이 개입되곤 했으므로 가격 환산에 왜곡이 생기기 쉬웠다.

 

자연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자연의 가치를 실제로 평가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우선 생태계서비스의 구체적인 가격을 일일이 매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생태계서비스에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 자체가 인간이 지닌 가치관의 문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시장적 가치로 쉽게 환산될 수 있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출 것인지, 비시장적 가치도 대폭 반영할 것인지, 만일 비시장적 가치를 포함시킨다 해도 어떻게 재무적 가치를 매길 것인지 등등 논쟁거리가 많다.

IPBES가 2022년에 내놓은 발표에 따르면 2010~2020년 사이에 이루어진 자연의 가치평가 연구 중 인간에게 자연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따지는 자연의 ‘도구적 가치’에 관한 연구가 거의 3/4에 달했다. 자연 그 자체의 ‘본질적 가치’를 따지는 연구는 20퍼센트, 인간과 자연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론적 가치’에 대한 연구는 6퍼센트에 불과했다. 자연의 가치를 평가하는 움직임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자연의 도구적 가치를 따지는 것만 해도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한 이래 자연의 가치에 대한 관점은 도구적, 본질적, 관계론적 가치를 모두 포괄하는 식으로 확장되어 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가정하자. 우선 출발점을 다음과 같이 잡을 필요가 있다. 즉, 프로젝트에다 처음부터 생태계 보전의 관점을 넣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길게 보아 경제적 혜택을 가져오기 때문이다(자연의 ‘도구적 가치’). 또한 그 프로젝트 지역에서 생물종이 사라지면 그 자체로서 자연의 ‘본질적 가치’가 훼손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그랬을 때 인간에게도 결국 피해가 올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개발 과정에서 자연경관과 자연유산을 훼손시키면 지역민들이 자연과 맺고 있던 ‘관계론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요컨대 문제를 이런 관점에서 보기 시작하면 재무적 관점으로만 개발의 사업성과 수익성을 따지던 관행을 완전히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자연의 가치에 관한 IPBES의 유형화를 살펴보자.
첫째, ‘자연으로부터의 삶Living from nature’이 있다. 자연이 제공해 주는 자원과 물질 덕분에 인간이 생계를 유지하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자연과 함께 사는 삶Living with nature’이 있다. 인간의 욕구와 무관하게 자연이 그 자체로서 번성할 수 있는 내재적 권리를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셋째, ‘자연 속에서의 삶Living in nature’이 있다. 인간은 자연의 테두리 내에서 살아가고 그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자연으로서의 삶Living as nature’이 있다. 인간의 심신 그리고 영적 차원에 자연이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개념이다.

 

사회다양성과 생물다양성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자연환경을 야생 그대로의 상태로 보전하기만 하면 되는가? 다시 말해 자연환경을 인간사회로부터 분리하여 청정지역으로 남겨두기만 하면 되는가?  그런데 실제로 생물다양성 밀도가 높은 적도 부근의 핫스팟 지역을 포함하여 세계 각지에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토착민(원주민)과 지역공동체들이 많다. 최대 5억명까지 이 범주에 속한다고 추정된다. 이들은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에 의존해 살아가며, 동시에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수호자 역할을 한다. 자연을 내버려 두거나 무조건 분리시켜 보호하기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토착민들의 삶의 터전을 인정할 때 자연환경이 더 잘 보전된다는 연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실제로 생물다양성협약의 초안에서도 이 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세계의 토착민들이 87개국에서 약 3천8백만 평방킬로 지역의 자연을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전세계 육상 보호지역의 40퍼센트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토착민들이 거주하는 영토에서 산림벌채의 비율이 낮다는 조사도 있다. 토착민들에게 토지사용권과 접근권을 부여하고, 어획과 산림 활용을 허용할 때 그 지역의 자연환경이 더 잘 보전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불법적 개발활동을 막을 수 있으며, 오랜 세월을 통해 축적된 토착민들의 전통 지식체계와 관행이 자연환경을 잘 지킬 수 있는 비결이 되기 때문이다. 토착민들의 전통적 지식체계는 자연을 수익과 개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그 자체로서 존중하고,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을 자연에 되돌려주며, 낭비 없이 자연을 활용하도록 한다. 즉, 자연자원이 스스로 재생되는 규모와 속도 내에서 자원을 이용하므로 자연환경의 ‘항상성’이 유지되며 지속가능성이 보장될 수 있다.

이런 것을 ‘토착민의 청지기정신indigenous stewardship’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전통적 지식, 생계의 관행, 문화와 영성이 모두 포함된다. 토착민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여성들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 보전에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여태까지 생물다양성 이슈를 다루는 국제·국내 정책에서는 주로 생태적, 경제적, 거버넌스 문제를 다루어 왔다.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의 사회문화적 맥락까지 다루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그러나 학문적, 실천적 추세가 바뀌고 있다. 인간계의 사회다양성과 자연계의 생물다양성이 총체적으로 ‘사회생물다양성sociobiodiversity’을 이룬다는 새로운 통찰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팜유를 채취하기 위해 자연산림을 개간하여 단일작물만을 재배하면 생물다양성이 파괴되면서 그와 동시에 그 지역공동체의 사회다양성이 파괴되기 쉽다. 모든 개발 과정에서 인간과 자연의 연결고리를 늘 인식하고 존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

최근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생물다양성 문제는 여전히 생소한 주제로 간주되곤 한다. 그러나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는 ‘쌍둥이 이슈’라고 불린다.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부터 두 분야를 함께 다루었다. 그렇지만 여러 이유로 생물다양성 위기는 기후위기만큼 국제적 관심을 끌지 못했다. 기후위기를 다루는 제도의 틀이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이라면, 생물다양성 위기를 다루는 틀은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이다. 두 협약과 관련하여 영국 정부에서 발간한 두 편의 공식 연구보고서가 중요한 이론적 방향을 제시했다. 2006년 런던정경대학LSE의 니콜라스 스턴이 발표한 <기후변화의 경제학>, 그리고 2021년 케임브리지대학의 파타 다스굽타가 발표한 <생물다양성의 경제학>이 그것이다.

기후변화협약은 2015년의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큰 진전을 보았고 2022년 말에 카이로 당사국총회COP27가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생물다양성 쪽은 아직 실효성 있는 협약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다. 중국 쿤밍에서 비대면으로 회의를 이어가다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레올에서 열리는 당사국총회COP15에서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는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해 언론이나 대중의 관심이 아직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세계 여론은 몬트레올 총회를 통해 드디어 이 분야에서도 ‘파리기후협정과 같은 극적인 순간Paris moment’이 마련될지 주목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각국 정부, 산업계, 기업활동에 커다란 변화가 올 것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을 제정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행하려면 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것을 위해 2006년 브라질 COP8에서부터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환영하고 독려하기 시작했다. 2010년 일본 나고야의 COP10에서 제안된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계획’에서 기업과 관련하여 중요한 제안이 나왔다.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기업 운영에 있어 생물다양성 문제를 ‘주류화’하여 기업의 행동을 바꾸자, 기업의 투자·경영·조달 정책과 생물다양성·생태계서비스 보전을 결합하자, 비즈니스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글로벌동반자 관계를 맺기 위한 플랫폼을 마련하자, 기업의 연례보고서에 생물다양성 보전 성과를 싣자,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국가별·국제적 전략과 행동계획을 수립할 때 기업이 참여하자 등이다.

생물다양성협약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자연을 위한 비즈니스 동맹Business for Nature’은 다음과 같은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각국 정부는 기업이 자연보전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장려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자연보전과 관련된 재무상황을 공개하고, 자연과 관련된 리스크를 관리한다. 둘째, 현재 1조8천억달러 규모인, 자연친화적이지 않은 각국 정부의 보조금을 2030년까지 폐지하거나 재조정한다. 셋째,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상실의 흐름을 중단시키거나 역전시킨다는 미션을 천명한다.

 

나오면서

지금까지 간략하게 생물다양성을 둘러 싼 경제·사회적 쟁점 그리고 그것을 국제적인 제도로 명문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알아 보았다. 지속가능한 지구행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화급하게 제기되고 있는 이슈는 기후변화 대처와 생물다양성 보전이다. 생물다양성은 기후변화만큼이나—또는 그보다 더욱—심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되어 왔다. 인과관계를 설명하기가 복잡하고, 딱 부러지게 수치로 목표를 정할 수 있는 명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침묵의 위기’라 불리는 생물다양성 문제에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자연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고,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의사결정에 있어 자연의 가치평가를 반드시 포함시키며, 자연의 가치를 내면화하기 위해 정책과 제도를 개혁하고, 전사회의 규범을 지속가능성 및 전 지구적 정의에 맞춰 정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문제에 신속하게 대처를 하지 못해 국제적으로 곤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 생물다양성 문제에 있어서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과 시민사회가 협력하여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할 순간이 왔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5호

제8회. 참여시대(Participation Age) 성공적인 ESG 패러다임

2022년 9월 29일

참여시대(Participation Age) 성공적인 ESG 패러다임 – 유창조 동국대학교 교수

 

9월 기업시민 · ESG 러닝랩 강연에 참여한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유창조 교수는 한국경영학회, 한국마케팅학회, 한국소비자학회, 한국광고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고, CSV 소사이어티 사무총장과 대한민국 지속가능경영 포럼의 이사장직을 수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참여 시대의 도래, 효과적인 ESG 활동은?

생산 ∙ 서비스 과정에 고객이 개입하는 ‘참여 시대’의 고객은 브랜드와 함께하고 연결되고 공유하고 직접 만들어 가기를 기대하므로, 기업의 ESG 활동에도 직접 참여하기를 희망함

  • ‘참여 시대’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참여와 협력이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단계로, 「마케팅 0」의 저자 Philp Kotler는 시장이 ‘산업화 시대’인 1.0, ‘정보화 시대’의 2.0, ‘참여의 시대’인 3.0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
  • 과거에는 정보의 흐름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한 방향으로 흐르며, 소비자는 주어진 대안 중에서 선택만 하는 ‘Buyer’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면, 참여 시대에 정보의 흐름은 반대로 소비자가 주도하여, 소비문화를 만드는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
  • ‘참여 시대’의 ESG 관련 활동은 기업이 기획하고 추진하는 활동에 고객이 참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며 기업과 고객이 함께 가치를 창출하는 “Co-creation”을 전략으로 추진할 때 기대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임

 

고객을 직접 참여시킴으로써 성공적인 효과를 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인, 폴란드 적십자사의 “Very Good Manner Campaign”은 고객이 식사를 하면서 쉽게 기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하여 고객의 자발적 기부 참여를 성공적으로 유도함

  • 폴란드 적십자사는 아동 결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개의 식당에서 캠페인을 진행함. 메뉴판에 식당 매너와 관련된 정보를 넣고 손님이 포크와 나이프로 적십자사의 상징인 십자 모양을 만들면 폴란드 적십자사에 5유로를 기부할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식사 요금에 기부 금액을 추가로 결제하게 됨
  • 손님에게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고 원할 경우 편리하게 기부에 참여하게 하여 고객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하는 데 성공함. 폴란드 적십자사는 본 캠페인을 통해 전년도 대비 기부 금액이 65% 증가하는 성과를 거둠

 

< 그림1. 폴란드 적십자사의 “Very Good Manner Campaign” >

 

국내의 대표적 성공 사례 중 하나인 CJ제일제당의 “미네워터 바코드롭 캠페인”은 소비자가 제조사와 유통사의 기부를 이끌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여 고객의 자발적 기부 참여를 성공적으로 유도함

  • CJ제일제당의 ‘미네워터’ 제품에 구매와 동시에 기부를 선택할 경우 스캔할 수 있는 물방울 바코드를 추가로 인쇄함. 직원에게 요청하여 물방울 바코드를 스캔하면 기부 금액 100원이 추가로 지불되고, CJ제일제당과 CU 편의점(구 훼미리마트)이 각각 100원씩 추가로 기부하게 됨.
  • 소비자가 기부를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는 점과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기업들이 기부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함. 이 캠페인은 총 44만 건 이상의 고객 참여했으며, 제품 구매 고객 중 약 50%가 기부 참여하여 매출 2배 증가의 성과를 달성함

 

< 그림2. CJ제일제당의 “미네워터 바코드롭 캠페인” >

 

기부만이 아닌 다양한 ESG 활동에도 참여하는 소비자

블랙야크는 등산용품 전문 브랜드로서 산림 정화 활동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오던 중, 브랜드 커뮤니티 ‘Blackyak Alpine Club(BAC)’을 통해 회원들에게 명분이 있는 산림 정화 활동을 제안하였고, 회원들이 자발적 ∙ 적극적으로 친환경 활동을 전개

  • 블랙야크는 2013년, 앱(App) 기반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 ‘BAC’를 창단함. 2016년, 명산 등반에 도전하고 사진을 업로드하여 다른 회원들과 공유한다는 ‘명산 등반 인증 프로그램’으로 회원들의 도전 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성공해 회원이 4만 명으로 늘어남.
  • 2017년에는 회원들이 등산을 하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클린마운틴 365’ 등의 친환경 활동을 전개함. 회원들은 관심과 취미를 공유하면서 자연환경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경쟁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하고 지인들에게 가입을 제안하기 시작함.

< 그림3. 블랙야크 브랜드 커뮤니티 BAC 소개 >

  • 2017년 쓰레기 수거 활동이 시작된 후 젊은 층과 여성 신규 가입자가 매년 크게 늘며 회원 수가 ‘21년 누적 26만 명을 넘어섰고, 쓰레기 수거와 관련된 인증 건수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20년 한해에만 6만 건 넘게 인증사진이 등록됨

< 그림4. BAC 회원 현황 및 인증실적 >

 

참여 시대, 내부외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이끌려면 ESG 패러다임 전환 필요

기업의 ESG 활동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기대한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부 임직원 뿐만 아니라 협력사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치와 분위기를 조성하여 그들이 ESG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초대되었다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함

  • 회사 차원에서 관심있는 주제만이 아니라 임직원들과 협력사 등에게 적합한 주제를 선정하여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ESG 활동을 선정해야 함
  • 직원들과 협력사의 참여로 변화가 가능해진다는 믿음과 확신을 주며, 유능감을 인정하고, 시민의식에서 비롯된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함
  • 참여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참여자들끼리 서로 연결되어 자생적으로 진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있도록 하여 ESG 프로젝트는 내가 만든 것이라는 주인의식을 심어주어야 함

 

[출처]

  • 유창조, ’13.10.28., 마케팅 3.0, 소비자 참여의 시대(The JoongAng)
  • 유창조, ’21.09.28., 소비자가 주도하는 ESG 모델: 블랙야크가 제안하는 플라스틱 재앙 예방 국민운동(서울경제경영)
  • 유창조, ’22.9.29., 제8회 기업시민·ESG 러닝랩 발표자료 ‘New ESG Paradigm at a Participation 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