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
‘인구와 기업, 그리고 성장’

9월 18일, CBS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여는 ‘인구와 기업, 그리고 성장’이라는 주제의 포럼을 통해 저출산 해법의 ‘당사자’이자 ‘해결사’인 기업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았다.

기독교방송인 CBS는 초저출산이 우리가 당면한 최대 현안이란 문제의식 아래 2021년 ‘생명돌봄 국민운동캠프’를 출범하고, 매년 <대한민국 인구포럼>을 개최해 왔다. 올 4월 26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공동 주최한 포럼에서 성별 임금격차 해소·여성의 노동권 보장 등 일터에서의 ‘성평등’ 제고, 양육 환경의 질 개선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앞서 포럼이 인구 소멸위기 ‘현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기업’에 집중했다. 초저출산 시대 속에서 기업이 노동자를 채용하는 고용자에서 저출산 문제를 함께 극복해가는 기업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안하였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문혜숙 KB금융그룹 ESG본부 상무는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대한민국의 저출생 현상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사이자 공통의 과제”라며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문 상무는 기업시민으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일과 가정의 양립 조직 문화 등 KB금융그룹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기업시민’의 화두를 던진 포스코 역시 포럼에서 저출산 시대에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포스코 기업시민실 김용근 기업시민전략그룹장은 “노동력 수요자를 넘어 인구위기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며 기업이 노동력 수요자를 넘어 기업시민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원 부부가 ‘네 쌍둥이’를 자연분만해 화제가 됐던 포스코는 지난 2018년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선포한 뒤 2020년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저출산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이밖에도 세상에 없는 출산율 수치를 맞이하는 매일유업의 저출산 극복 ‘노력’과 인구감소를 문제적 관점에서 시장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스타트업의 신선한 시각도 소개되었으며, 인구 감소가 여는 새로운 시장에 주목해온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이용관 대표는 스타트업이 인구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출처 : CBS 2023 대한민국 인구포럼 기사에서 발췌 (링크)

문명사적 대전환과 포스코의 도전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
기업시민포럼 Society 분과장

 

기업시민 포스코 5년 스토리북 추천사 (☞ 원문보기)

2023년 7월 24일 개최된 ‘기업시민 선포 5주년 기념식’에서 필자는 감회가 새로웠다. 임직원들의 마음의 색채와 눈빛으로 보건대, 이젠 무언가 해낼 것이란 각오가 읽혔다. 자신의 업무가 공익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자각한 혁신 아이디어 경연은 그야말로 시민 정신의 파노라마였다. 시민성은 동물계에서 인류만이 갖고 있는 영성과 같은 것이다. 동반, 우애같은 상호 호혜(Reciprocity)가 없었다면 인류는 지구상에서 일찍이 소멸했을 것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은 시민윤리를 세상을 지탱하는 현대 종교라고 했다. 말하자면 그날 경연은 시민윤리(Civic Ethics)의 축제였다. 그런데, ‘너는 무엇을 했는가?’ 필자는 갑작스레 떠오른 질문에 답하기가 궁색했다. 글을 쓰고 세상일을 걱정한 것 외에 특별한 것은 없었다. 글이란 지식인의 현실 참여라고 애써 위로해 보았지만, 글의 영향력이 날로 쇠락하는 현실 앞에서 더욱 궁색했다.

사실 필자의 마음은 편치가 않다. 평생 해온 학문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문명 전환! 식자들이 그냥 하는 소리겠거니 흘려듣는 이도 있겠지만, 21세기가 성큼 내 일상 영역 내부로 들어와 위용을 뽐내고 있음을 실감한다. 후세 문명사가들이 ‘거대한 변혁’이라고 명명한 1920년대의 지식인들도 그런 예감에 떨었는데, 이들은 1950년대까지 예고 없이 닥쳐온 거대한 변동을 감당하느라 모든 지혜를 동원해야 했다. 그것은 미증유의 거대 물결이었기에 강대국들조차 대응 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지금도 그렇다. 그 파도는 더욱 거세다. 필자는 21세기를 ‘과학 독주의 시대’로 규정한다. 눈부시게 발전한 20세기 과학 문명은 어쨌거나 인간의 통제 범위 내에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그러했다. 그런데 21세기 디지털 문명과 AI 첨단 과학은 통제 가능한가? 대체로 부정적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과학이 인간을 떠나고 있다. 이스라엘의 문명사가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호모데우스> 2022년 개정판 서문에서 이에 대한 심정을 호소한다.

 

“무엇보다 인류는 생태 위기에 대처할 능력,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의 폭발적 잠재력을 규제할 힘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경쟁하는 집단들이 아귀다툼을 벌이는 동시에, 붕괴하는 생물권에 적응하고 점점 발전하는 아바타, 사이보그, 외계 지능을 통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인류라는 종(種)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두렵지 않은가? 독주하는 21세기 문명에서 인류 멸절의 개연성을 상상해보는 일조차 두렵다. ‘과학이 인간을 떠나고 있다.’ 문명이란 인류 멸절의 요소들이 아니라 인류 생활의 풍요와 안전, 인본주의적 가치의 실현을 지칭하는 진취적 개념이다. 그렇다면, 통제를 벗어난 과학의 고삐를 다잡는 힘이 중요하다. 폭발적 잠재력을 규제할 힘, 경쟁하는 집단에 인류 생존과 번영의 가치를 심어줄 역량은 어디서 나오는가? 공감(Sympathy)과 동정(Compassion), 두 개의 샘물이다. 이 두 개의 샘물로부터 솟아 나오는 정서적 연대와 이성적 판단이 기업과 합류할 때 ‘기업시민’이 탄생한다. 포스코가 새로이 개척한 경영이념인 기업시민이 문명사적 개념이자 인류사적 명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필자는 다소 평상심을 찾았다.

지난 5년간 포스코는 기업시민의 새로운 기치 아래 문명 전환의 이점 극대화와 폐해 최소화를 향한 혁신의 길을 걸었다. 포스코의 멈추지 않는 혁신은 인류 생활의 문법을 뒤바꾼 문명 전환에 대한 포스코의 응전이다. 우리가 목도하는 21세기 문명의 법칙은 20세기의 지혜로는 전혀 예측 불가능하다고 문명사가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산업의 중심이 디지털과 ICT로 이동하면서 제조업의 혁신 경쟁 구도가 전면적으로 바뀌었다. 제조업에 디지털 또는 ICT를 접목하는 것, AI와 로봇 기술을 융합해 거듭나지 않으면 곧바로 퇴출 위기에 직면한다.

 

여기에 지난 3년간 세계를 휩쓴 팬데믹의 충격이 세계화의 지도를 바꾸어놓았다. 글로벌 기업들은 미증유의 파고를 헤쳐나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았다. 길게 보면 인류 문명은 부드러운 상승 곡선처럼 진화하는 듯 보이지만, 혁신은 사실상 과거의 패러다임을 깨고 단절적 수직 상승을 구가하는 지난한 작업이다. 일찍이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진화를 적자생존으로 설명했는데, 생존의 핵심은 ‘변이(Modification)’다. 변이가 바로 혁신이다. 기존 법칙과 전혀 다른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별개의 종(種)이 탄생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제 별개의 종이 됐다. 문명의 이점을 최대화하는 혁신을 거듭하는 별종(別種), 최고경영진과 임직원들이 바친 눈물겨운 헌신과 노력의 결집이자 기업시민의 소중한 결실이다. 기업시민은 문명 대변혁에 응하는 포스코 함대의 우렁찬 고동 소리였다. 21세기 자본주의는 지난 세기의 그것이 아니다. 상품생산과 시장 구조가 바뀌었고, 생산과 유통의 목표와 가치도 수정해야 한다는 세기적 명법(命法)에 포스코는 기업시민이란 경영이념으로 화답했다.

생산, 소비, 시장을 축으로 하는 자본주의는 이미 이익 극대화로부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 전환했다. 여기에 기업이 준수해야 하는 인류의 명령이 부가됐다. 이른바 ESG가 모든 기업 활동의 뉴 노멀로 명시된 것이다. 상품생산 그 자체가 인류의 서식지인 지구를 온전하게 지켜내야 한다는 것(Environmental), 기업 활동이사회적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Social), 이를 위해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것(Governance)이 그것이다. 글로벌 기업을 감시하는 국제기구가 이미 만들어졌고, 2025년에는 ESG 수치를 기준으로 기업의 생존 자체가 엄격히 통제되는 시간대를 앞두고 있다.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를 일대 변혁하라는 지구촌의 외압은 글로벌 기업의 명줄을 죌 만큼 거세다. 유럽연합(EU)은 4만9,000개 기업의 ESG 성과 정보에 따라 세금 차별 부과 방침을 공시했고, 영국 역시 대기업의 기후 관련 재정을 재무제표에 공개하도록 명시했다. 유럽에서 내연 자동차의 생산과 수입은 곧 중단된다. 포스코는 ESG 대열에 앞장서 이미 탄소 제로(Net Zero) 선언에 동참했으며, 수소경제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분명 야심차면서도 힘든 도전임에 틀림없다.

이 같은 변혁의 중심에 ‘기업시민’이 있다. 5년 전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최정우 회장의 결단이었다. 포스코에 내재된 유전자를 바꾸는 것은 바로 21세기적 체질 개선에 해당한다. 기업시민 개념은 2002년 뉴욕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전 세계 34개 대기업이 참여한 ‘Global Corporate Citizenship’이라는 공동 선언으로 이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업시민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관을 뜻하는 보통명사였다고 한다면, 포스코에 의해 ‘고유명사’로 변한 것은 어찌 보면 세기적 사건이다. 그 자체를 경영이념으로 채택한 것은 포스코가 최초다. 이른바 ‘기업시민 포스코’다.

포스코의 임직원은 50년간 배양한 전통적 유전자인 수직적 시선을 수평적 각도로 전환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과 사회로 시선이 이동하자 공감(Sympathy)과 동정(Compassion)이 새로운 유전자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과학 독주의 폐단을 통제하는 힘이자 공유경제, 인류애적 공동체를 만드는 역량과 지혜가 여기서 나온다. 기업시민은 여기에 ‘아웃워드 마인드셋(Outward Mindset), 협력적 소통, 실천 의지(Go the Extra Mile)’를 접합해 획기적인 별종을 생산하는 중이다.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자본주의의 원래 이상이던 재생산, 상호 호혜, 재분배를 동시에 가능하게 만드는 문명의 총아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임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온 5년간의 노력과 이에 대한 결실이 바로 <기업시민 포스코 5년 스토리북>이다. 자신이 스스로 행했지만 그 의미를 몰랐던 행위들의 정체와 실체가 타인들의 발자취와 고백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을 것이다. 필자가 ‘기업시민 5주년 기념식’에서 자문(自問)했듯, ‘나는 공동체적 우애를 실천하는 데 가담한 적이 있는가?’에 대한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기업시민을 향한 임직원들의 소중한 흔적을 따라가 보면서 필자도 자기 검열을 하리라는 예감이 든다.

 

 

포스코홀딩스,
ISSB와 국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도입방안 논의

8월 18일, 징동 후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부위원장 포스코센터 방문
국내 대표기업 4개사 중 포스코홀딩스 가장 먼저 찾아… ISSB 공시기준 대응현황과 포스코그룹 의견 청취

포스코홀딩스가 8월 18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한국회계기준원 국제세미나로 한국을 방문한 징동 후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와 국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도입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미팅에는 징동 후아(Jingdong Hua) ISSB 부위원장,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 원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 관계자 10여 명이 참석해 포스코홀딩스 ESG성과와 ISSB 공시 대응현황, 국내 기업의 공시 의무화 관련 요청사항 등을 공유했다.
*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국제회계기준재단에서 국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개발을 위해 설립한 단체

이번 미팅은 올해 6월 국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발표한 ISSB가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ESG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포스코그룹의 공시기준 대응방안을 살펴보고자 면담을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세계은행 부회장을 역임한 징동 후아 부위원장은 지난해 8월 ISSB 부위원장으로 임명돼 10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8월 17일 한국회계기준원 국제 지속가능성 세미나에 참석한 징동 후아 부위원장은 이날 국내 대표기업 4개사 중 포스코홀딩스를 가장 먼저 방문했으며, 이후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LG화학 등을 찾았다.

이날 정기섭 사장은 “포스코그룹은 철강 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리늄·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주회사로서 사업회사들의 ESG 성과와 현안 등을 통합하는데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해 앞으로 공시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7월 ISSB에서 공시한 권고안에 맞춰 포스코그룹 주요 ESG 성과와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해 7개 주요 사업회사(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이앤씨, 포스코퓨처엠, 포스코DX, 포스코엠텍, 포스코스틸리온)의 ESG 데이터를 담은 기업시민보고서를 발간했다. 포스코그룹은 앞으로도 그룹 차원에서 ESG데이터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사내 플랫폼을 발전시켜 나가는 등 글로벌 ESG 공시 요구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출처 : 강순오 soonok@posco.com
자료 : 포스코홀딩스

기업시민형 인재 양성의 앵커(Anchor) 대학,
포스텍

 

1. POSTECH 제9대 총장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취임 소감에 대하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슈테른슈툰데(Sternstunde), 별의 순간이 왔다”

개인이나 단체, 국가 모두가 시간이 지나며 변곡점을 맞이하기 마련입니다. 한국 대학은 세계화와 고등교육에 대한 열망으로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라 갈림길에 와 있습니다. 한때는 한국 대학을 벤치마킹하던 중국, 싱가폴과 홍콩의 대학들이 이제는 세계대학 평가에서 더 높은 순위를 점하고 있고, 한국 대학은 정체되어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재정투입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나라들은 국가주도 투자로, 미국은 큰 규모의 자산(Endowment)을 이용한 과감한 투자로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고 있는데 비해 한국 대학은 동결된 등록금 수입과 교수들의 연구과제 간접비 등에 근근이 의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투자없이 인재를 쥐어짜 성장하는 방식으로는 한계에 다다른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인구감소, 수도권 집중, 의대열풍 등의 현상으로 국내 대학들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에 포스텍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전환의 조짐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만약 글로컬대학 사업 선정과 학교법인의 적극적인 지원이 수반된다면 포스텍에게는 다시 오기 힘든 기회가 될 것입니다. ‘슈테른슈툰데’, 즉 포스텍이 재도약할 ‘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총장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2. POSTECH이 그 동안 만들어 온 성과는 기업이 설립한 대학 중 단연 탁월하고, 학계, 산업계, 지역사회 등을 위해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온 것 같습니다. 그 동안 POSTECH이 수행해온 대표적인 역할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노벨수상자들도 놀라게 한 기업과 대학의 스토리”

제가 1989년에 서울대 교수로 부임하였는데, 그 해 가을에 언론사 초청으로 노벨수상자 10명이 한국에 방문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 지도교수이신 하버드대학의 Dudley R. Herschbach(1986년 노벨화학상 수상) 교수께서도 방한하셨는데, 청와대에 초대받아 가셨을 때 참석자 모두가 놀란 얘기를 들으셨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한 제철회사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 연구중심 대학을 설립했다는 이야기였는데, 미국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기업과 대학이 있는 나라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예언하였습니다. 물론 그 주인공은 포스코가 설립한 포스텍입니다. 오늘날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대학을 세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미 거의 40년 전에 그 역할을 수행한 것입니다.

또한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설립되어 서울대, 카이스트 등 주요 대학들이 굉장히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민간주도의 가속기 설치도 해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례였습니다. 포스코 및 산업기술연구소(RIST)와 함께 구축한 학연산 협업모델은 국가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 창업을 통한 지역 발전에도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포스코와 포스텍이 함께 만들어낸 가치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경탄하는 놀라운 스토리입니다. 포스코와 포스텍 구성원 모두가 자부심을 갖고 더 큰 가치 창출을 위해 마음과 뜻을 모았으면 합니다.

 

3. 취임사에서 POSTECH 캠퍼스에 있는 노벨과학상 수상자 좌대를 언급하며, 노벨상이 기리고자 하는 가치는 단순한 학문적 성공이 아니라,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곳에 발을 내딛는 “모험가 정신” 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모험가 정신”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Racer가 아닌 Pathfinder”

모험가 정신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아는 것과 피부로 느끼고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다릅니다. 과거 박태준 명예회장님과 같이 모험을 하셨던 분들도 있었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모험회피 사회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의사가 되고, 강남 아파트에 사는 것이 최고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모험의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마치 동남아에 가서 한국에 감이라는 과일이 있는데, 이것이 어떤 맛과 촉감인지 아무리 설명해도 전혀 느낌이 오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명문대생들에게 의대, 법대가 어느 정도 인기가 있습니다만 훨씬 많은 학생들은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자신만의 길을 추구하며 창업에 도전하거나 ‘Teach for America’와 같은 빈민가 교육활동 같은 데 뛰어드는데 아이비리그 학생들도 다수 탈락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습니다. 왜 이 학생들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창업에 도전하거나 위험한 빈민가를 찾아갈까요? 젊은이들이 가진 순수한 열정으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도전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를 유지하는 원동력은 이런 모험가 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험가 정신은 젊은이들의 이상과 열정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이것이 연구에 접목될 때 남이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진정한 노벨상 후보자들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노벨상은 기록을 측정하는 레이싱 경기가 아닙니다. 100미터 경기를 가장 빨리 뛴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육상경기를 만든 사람이 노벨상을 타는 것입니다. 즉 남이 닦아 놓은 길을 열심히 달리는 ‘레이서’가 아니라, 남이 가지 않은 정글에 길을 내는 ‘Pathfinder’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포스텍이 지향해야 할 인재양성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POSTECH 캠퍼스 內 ‘미래의 한국과학자’상

 

4. 급격한 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 현상 등 지역 대학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POSTECH은 이러한 이슈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글로컬 대학에 예비 지정되었는데요. 앞으로 어떤 변화를 준비하고 계시나요?

“글로컬 대학은 기업시민형 대학모델”

대한민국의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걱정이 많이 됩니다. 수도권은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지방은 대도시들마저도 위축되고 있어서 한국은 단핵 국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혹자는 우리나라와 같이 작은 나라는 단핵 국가도 괜찮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의 지형, 문화, 지역 특색 등을 고려하면 단핵 국가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은 이미 인재, 돈, 인프라의 블랙홀이기 때문에 이를 부분적으로나마 상쇄하는 중력중심이 필요합니다. 중핵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세계적인 대학이 있어야 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을 보유해야 하는데 포항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유일한 지방도시입니다. 포스텍과 포스코가 함께 중핵 도시로 작동하는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내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포스텍 입장에서는 ‘환동해 글로컬 연합 아카데미’를 구축하여 지역 대학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려고 합니다. 많은 지역 대학의 학생들이 포스텍에 와서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체인지업그라운드’ 등 창업 인프라와 경험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세계적 대학이면서도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대학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컬 대학 사업은 기업시민형 대학 지원 모델이라 할 수 있으며, ‘기업시민’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포스코 그룹의 일원인 포스텍이야말로 사업의 취지를 어느 대학보다 잘 구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img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

 

5. 포스코 그룹은 ESG 이슈가 급부상하기 전인 2018년에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선언하여 사업포트폴리오(Business)부터 사회공헌(Society), 조직문화(People) 측면의 변화로 최근 기업가치가 3배 이상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최근 대학의 QS평가에서도 ESG측면의 Sustainability가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고 있는데, POSTECH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업시민형 인재양성의 앵커(Anchor) 대학”

ESG경영에 대한 바람이 거셉니다. UN에서도 Sustainability를 반기문 前사무총장님이 계실 때부터 강조해왔고,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당장의 생존이 중요해지다 보니 다소 후순위에 놓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Sustainability는 더욱 추구해야 합니다. 환자가 약으로 치료가 가능한 때를 놓치면 수술을 해야 하듯이 Sustainability는 때를 놓치면 회복하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 지구가 바로 이런 상태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포스텍은 그 동안 기후, 환경 관련 기술개발로도 기여해 왔지만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선두에 나설 것입니다.

이미 2019년에는 기업시민연구소를 신설하였고, 인문사회학부에 ‘기업시민경영과 ESG’ 과목을 Pilot으로 운영하는 등 대학의 ESG 측면에서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포스텍의 기업시민 과목 운영 경험을 전국 거점국립대와 인근 대학 등에 확산하는 등 기업시민형 인재 양성의 앵커(Anchor) 대학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QS 대학 평가에도 ESG 측면의 활동이 5% 수준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ESG 관련 분야 교원과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선도적인 지위를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2023-1학기 기업시민 레벨업 그라운드 (포스텍 기업시민연구소-포스코그룹 주최)

 

6. 기업시민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오피니언 리더들께 추가로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한국사회에 매버릭(Maverick) 유전자 회복을 기대하며”

많은 분들이 36년만의 속편으로 개봉한 ‘탑건, 매버릭’을 보셨을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의 콜사인이기도 한 매버릭(Maverick)은 ‘길들여지지 않은 젊은 소’라는 뜻으로 ‘전통이나 권위에 맞서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인데 위 영화 주인공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포스텍은 설립 시부터 이런 매버릭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왔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 특성이 다소 약화된 이 시점에 다시 우리 포스텍 구성원들의 매버릭 유전자가 활성화되었으면 하며, 이러한 물결이 타 대학과 한국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