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전기차의 배터리도 친환경일까?

 

 

탄소중립 실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요구가 증가하면서 친환경 사회 구축을 위한 전기차의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생산 과정을 포함한 산업 자체는 과연 친환경적인지, 전기차 배터리는 친환경 제품인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구성하는 소재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원료들을 채굴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탄소 배출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폐배터리 폐기물 처리도 새로운 환경문제로 야기되고 있어 친환경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많은 기업들이 힘쓰고 있다.

[국내 배터리사(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성 확보 정책]

국내 대형 배터리사들은 선제적으로 배터리의 친환경성 확보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ESG 경영 관점에서 공급사와 함께 탄소 배출 절감 계획을 수립하거나 사업 자체를 친환경화 하는 방향으로 국제 사회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까지 RE1001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하고 협력사를 포함한 비즈니스의 전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을 기준으로 국내외 전력 사용량의 3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국내외 전사업장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한 협력사도 함께 RE100 달성에 참여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양극재 및 음극재 등 주요 소재 협력사를 대상으로 RE100 전환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단순히 협력사의 RE100 달성 동참을 요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협력사 대상 ‘RE100 온라인 설명회’를 열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사들이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관련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배터리 생산 전 과정에서의 탄소중립을 실천하여 실질적인 친환경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30조원 투자로 탄소 중심이었던 사업 구조를 친환경 그린 중심으로 재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및 배터리/소재 분야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 운영을 통한 전기차 확산으로 전 세계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SK on 및 분리막SK IE Technology 사업에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한 공정 운영 효율성 향상으로 2035년 기준 약 136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처럼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연료 전환, 저탄소 배출 원료 도입 등에 아낌없는 투자를 추진하여 사업 자체를 친환경화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정책, 투자 계획, 탄소배출 목표 등은 ‘Net Zero Special Report’에 상세히 담겨있다. 이 보고서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발간하는 ESG 보고서와는 달리 국내 최초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분야 별 계획, 목표 등을 상세히 담았고, 자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 계획, 밸류 체인 내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며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강력하게 밝혔다.

 

[친환경 배터리 핵심 소재 생산도 친환경으로 추진하는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케미칼은 2010년까지 탄소배출이 많은 내화물/생석회/화성 사업을 주력으로 운영했으나, 미래 산업 생태계를 고려하여 친환경산업의 일환인 전기차 및 에너지소재사업에 진출하였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2020년에는 에너지소재사업 매출이 전체의 35%를 차지하는 등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선점을 위한 차세대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의 국내 사업장에서는 연간 240만 톤의 온실가스가발생하고 있으며, 그 중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는 에너지소재사 업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0만톤 수준이다. 포스코케미칼은 급변하는 국내외 기후변화 정책에 대응하며 사업부 별 특성에 따른 정책을 수립하여 2050 탄소중립 실천을 목표로 저탄소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먼저 전기차 산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에너지소재사업부”에서는 사업 운영의 궁극적 목적이 친환경 사회 구현에 기여하는 것이므로 사업전반에서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성로와 같은 주요 설비를 개선하여 열손실을 줄이고, 생산 공정의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있다.

특히, 고객사인 배터리사들의 잇따른 RE100 선언에 발맞추어 세종 음극재2공장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도입해 운영 중이며, 광양 양극재공장에도 추가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력 구매거래를 하는 제3자 전력구매계약 등 중장기적으로 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자원 재활용에도 적극 나서 폐기물로 처리되던 음극재공장의 흑연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순환자원 인증을 취득했다. 아울러 탄소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내화물, 생석회, 화성 분야”에서는 폐내화물을 재활용하여 원료로 사용하거나 패각을 활용한 생석회 생산 기술을 개발하는 등 자원 재활용 방안을 발굴하여 탄소 배출 절감 및 지역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임직원” 역시 기업시민 경영이념 하에 일상 속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사업장 인근 환경 정화 활동, 텀블러 사용 캠페인 등을 통해 환경보존과 지역사회 경제발전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 포스코케미칼은 주한 유럽연합 대표부와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한-EU 배출권거래제 협력사업에서 온실가스 감축 실적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었고, 한국에너지공단의 ‘에너지 챔피언’ 인증을 획득하며 배터리 소재 생산 업체로서의 탄소중립 실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다양한 방법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하며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소재업계의 노력은 전기차 및 배터리업계의 탄소중립 실천의 시발점이며, 친환경 사회 구현과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배터리 소재의 탄소중립 실천이 전기차 산업 벨류 체인 전체의 탄소중립을 지탱할 수 있도록 소재업체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대책 마련]

국립환경과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폐배터리는 산화코발트, 리튬, 망간, 니켈 등을 1% 이상 함유한 유독물질로 분류됐지만, 국내에서만 2020년 약 4700개, 2025년 1만3000개, 2030년 8만개까지 그 발생량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배터리 사업 친환경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성능이 초기 상태의 70~80%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 수명이 다한 것으로 간주하지만, 이 상태는 전기차용으로 부적합 하더라도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의 금속성분을 추출하여 배터리 생산의 원료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활용하여 배터리의 원재료인 양극재를 제조하는데 재투입하고 자동차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배터리 2차 사용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자원순환체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정유/화학사업을 통해 확보한 공정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폐배터리 내 리튬을 자동차용 배터리에 다시 사용 가능한 형태인 수산화 리튬으로 회수하는 독자 기술을 개발하여 상용화를 준비중이다. 배터리 소재업계에서도 배터리 재활용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개발과 신규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리싸이클링 전구체 원료 사용 기술 개발 등 국내 소재업계를 주도할 수 있는 배터리 재생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 그룹은 쇳물 생산과 불순물 제거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폐배터리에서 니켈, 리튬 등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중국 화유 코발트와 합작해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설립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전남 율촌산업단지 내 6만㎡ 부지에 1200억원을 투자해 블랙 파우더에서 니켈, 리튬,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하는 공장을 착공했다. 2022년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는 이 공장에서는 연간 1만2000톤 규모의 블랙 파우더에서 양극재의 핵심 소재를 추출하게 된다. 포스코 그룹은 전기차 성장과 함께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친환경, 친사회적 배터리 산업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배터리 수요 역시 2020년 197GWh에서 2030년 4028GWh까지 20배 이상 늘어나고 배터리 생산을 위한 광물 채굴 및 가공, 소재 생산 등의 공급망의 수요나 폐배터리 활용 사업의 규모 역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산업의 급성장 속에서 전기차 생산 전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 감축이 진정한 친환경 사회로 나아가는데 필수 요소가 될 것이며, 지속가능한 전기차 상용화 시대를 구현하려면 전기차 산업 내 여러 기업들이 지금처럼 적극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특히 2020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GBAGlobal Battery Alliance 2가 배터리 업계 ESG 정보 공개의 투명성 도모하고 친환경을 위한 전기차 상용화 과정 중 배터리 생산 분야 또한 이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도입한 ‘Battery Passport’와 같은 글로벌 이니셔티브에도 더 많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배터리 친환경성 확보를 위해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다. 관련 국가 부처에서도 탄소 중립에 기여하는 기업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인프라 구축, 탄소배출권 거래 인센티브 지급 등 다양한 제도나 정책을 마련하여 글로벌 배터리 산업을 국내 기업 주도로 리딩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하는 것에는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동의하고 각자의 방법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 시기를 앞당겨 빨리 달성하기는 것보다 보다 내실 있는 정책과 획기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진정한 탄소중립’을 실천하며 친환경 배터리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데 기여해야 한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2호

탄소중립과 엔트로피

 

 

 

[엔트로피와 열역학 제2법칙]

탄소중립과 엔트로피entropy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엔트로피를 낮추거나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일work이라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열역학적 측면에서의 일work은 열heat과 함께 에너지 전달 방식의 하나인데, 열이나 일의 형태로공급된 에너지 중 유용한 일로 전환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부분이 엔트로피에 해당한다. 전기에너지라는 일을 펌프에 공급해서 지하수를 퍼 올리는 일을 하는 경우, 펌프내에서 발생하는 마찰로 인하여 공급한 전기에너지가 물을 퍼 올리는데 모두 사용되지 못하고, 일부가 열heat로 변환되면서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이때 마찰이 클 수록 엔트로피 변화량은 증가하며, 이론적으로 필요한 에너지 보다 더 많은 일 (전기에너지)이라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열역학 제2법칙은 여러 형태로 정의할 수있는데, 그 중 한 가지는 ‘열은 차가운 물질에서 뜨거운 물질로 이동할 수 없다’는 열전달의 방향성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양의 40도 물과 20도 물을 접촉시킨 경우, 40도의 물은 열을 잃고 20도의 물은 열을 얻어 결국 30도의 물이 된다는것은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40도의 물이 열을 얻어 50도가 되고 20도의 물은 열을 잃어 10도의 물이 되는 현상은, 에너지보존의 법칙인 열역학 제1법칙을 만족함에도 불구하고, 결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물의 온도가 평형 온도인 30도가 되는 과정에서는 엔트로피가 증가하기 때문에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되지 않지만, 50도와 10도가 되는 과정에서는 엔트로피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열역학 제2법칙과 엔트로피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고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열역학 제1법칙과 달리, 열역학 제2법칙을 단순명료하게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열은차가운 물체에서 뜨거운 물체로 이동하지 않는다’, ‘열기관이 작동하려면 고온의 열원뿐만아니라 저온의 열원에서도 열교환이 필요하다’, ‘고립계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프로세스는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등 다양한 형태로 정의된다. 열역학 제2법칙을 엔트로피와 연관시켜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 표현하는 경우에는, 먼저 엔트로피의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통계열역학에서는 엔트로피를 무질서도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를 사회·경제적 현상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통계열역학에서는 과학자의 시점에서 수많은 분자들로 구성된 시스템을 관찰하기 때문에 시스템의 상태를 무질서도로 표현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시스템은 수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관찰의 대상이자 행위의 주체이기 때문에, 무질서도와 함께 자유도를 고려해야 한다. 엔트로피를 단순히 무질서도로 해석하게 되면, 무질서도를 낮추기 위하여 규제와 통제를 해야 한다는 오류에 빠지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시스템에 엔트로피를 적용하는 경우, 통계열역학 관점의 엔트로피 보다는 전통열역학 관점의 엔트로피가 보다 편리하다. 전통열역학에서는 열이나 일의 형태로 공급된 에너지 중 유용한 일로 전환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부분을 엔트로피로 정의한다. 따라서, 경제적 엔트로피는 노동·토지·자본의 형태로 공급한 생산요소 중 유용한 생산으로 전환되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 혹은 이를 보상하는데 필요한 비용으로 표현할 수 있고, 사회적 엔트로피는 사회적 마찰과 갈등으로 인한 손실 혹은 이를 보상하는데 필요한 비용을의미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자연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을 흔히 경험하고 있다.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이 켜진 건물 안은 시원하며, 건물 안이 따뜻하더라도 냉장고 안에는 얼음이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에어컨과 냉장고가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열역학 제2법칙은 물질과 에너지의 출입이 제한된 고립계isolatedsystem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의 프로세스만이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정의한다. 건물과 냉장고는 고립계isolated system가 아니라 에너지 출입이 허용된 닫힌계closed system이기 때문에, 에어컨과 냉장고에 일 (전기에너지)이라는 비용을 치르면 내부의 온도와 엔트로피를 낮출 수 있게 된다. 물론 건물과 냉장고 내부의 엔트로피를 낮추더라도 외부의 엔트로피는 그 이상 증가하여 전체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에어컨과 냉장고가 없는 우리의 일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에어컨과 냉장고 작동에 필수적인 전기와 냉매는 폭염, 혹한, 홍수, 가뭄 등 기후위기의 주범이다. 전기자체는 깨끗한 에너지이지만, 화석연료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기후위기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불소기와 염소기가 탄소에 결합된 염화불화탄소CFC, 흔히 프레온으로 알려진 냉매는 일반적인 조건에서는 매우 안정한 화합물이지만, 자외선에 노출되면 염소 원자를 방출하여 성층권의 오존층을 파괴한다. 오존층 파괴문제가 세계적인 주목을 끌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1985년 미국의 기상위성인 님버스Nimbus 7호가 촬영한 오존층에 커다란 구멍 (오존홀)이 뚫린 남극대륙의 사진이었다 (그림 1).
엄청난 크기의 오존홀 사진과 함께 태양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이 파괴되면 피부암, 백내장, 유전자 변이 등 다양한 질병이 발생할 위험성이 커진다는 연구결과는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염화불화탄소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는 ‘오존층 파괴물질의 생산과 규제에 관한 기후협약’인 몬트리올 의정서가 1987년에 채택되었다.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 2060년에는 오존층이 1980년 수준으로 회복되리라는 예측도 있지만, 염화불화탄소를 대체하는 물질로 개발된 수소화불화탄소HFC의 지구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의 1000배를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구온난화지수란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같은 무게의 어떤 물질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한 수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제사회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협약을 2015년 채택하였고, 이후 각국은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로드맵을 제시하였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과 에너지원의 재편이 필수다. 그러나 어떤 속도와 방법으로 추진하는지에 따라 우리 경제가 치러야 할 비용 (경제적 엔트로피)과 사회적 마찰과 혼란으로인한 비용 (사회적 엔트로피)이 달라지므로 신중한 검토와 함께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엔트로피 측면에서 본다면 최근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총배출량 대비 2030년 순배출량을 40% 이상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은, 종전보다 14% 상향된 수준으로 사회적·경제적 엔트로피를 과도하게 증가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지수적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고려한다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2030년 탄소배출 목표는 좀 더 낮추어도 좋았다. 여러가지 이유로 목표를 낮추기 어려웠다면 안전한 원자력발전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했다. 마침전 세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5개국이 탄소저감에 원전을 활용하겠다고 공식적으로 국제사회에 선언한 참이었다. 남극대륙의 오존홀 사진이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키자 오존이 유익한 물질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오존은 반응성이 강하여 눈과 호흡기 등 인체에 자극과 염증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다. 반면 오존층은 대류가 거의 없는 성층권에 존재하면서 자외선을 차단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동일한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 인류에게 유익하기도 하고 해롭기도 하다. 원자력발전도 탄소중립 측면의 유용성과 안전 측면의 위험성이라는 양면을 가지고 있다. 무작정 배제하기 보다는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시점까지 만이라도 한시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상태함수와 경로함수]

탈원전과 기후위기에만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기에는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은 상황이다. 바로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문제다.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기관이나 탄소국경세의 파고를 넘어야 하는 기업은 탄소중립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하고 정부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의 모든 부처와 지자체가 탄소중립에 과도한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비용을 소비하는 상황은 적절하지 않다. 심지어 군軍에서도 탄소중립을 고려한 무기체계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혹한 환경 하 에서도 적군에게 피해를 강제하여 전쟁억지력을 발휘하도록 개발해야 하는 무기체계에 탄소중립을 고려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저출산 문제도 결국 1960년대 정부의 잘못된 예측과 과도한 대책에서 시작되었다. 경제적으로 감당할 만한 적절한 인구수를 고려할 때 당시의 높은 출산율이 정부에게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이 될수록 출산율이 감소한다는 점과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의 수명이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하고 저출산 정책을 시행하였다.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던 과도한 정책은 당시의 미래인 현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금처럼 인구가 줄어든다면 2100년도 대한민국의 인구는 1600만 명 정도로, 구한말 당시 인구인 1500만명 수준이 된다. 누구도 원하는 방향의 결말은 아니겠지만 서두르지 않아도 탄소중립은 넉넉히 달성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엔트로피와 탄소중립의 차이는 무엇일까? 엔트로피와 같은 열역학적 함수는 경로와 상관 없이 처음과 마지막 상태에 의해서만 변화량이 결정되는 상태함수state function 이지만, 탄소중립과 같은 정책적 함수는 과정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 경로함수path function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저명한 해양전문가 중 한 분은 탈원전을 하면서 탄소중립도 달성하는 대안으로, 대류가 거의 없는 성층권과 같이 안정한 동해의 심해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하지만 현재의 의사결정 구조로는 채택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회적·경제적 엔트로피 증가를 억제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여러 경로들을 배제하고, 한 가지 경로만을 고집하며 과속하는 대한민국을 지켜보면 안타깝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2호

 

탄소중립, 반드시 가야 할 길 : 도전과 기회

 

 

 

[탄소중립 : 생존을 위한 시대적 화두이자 국제 사회 규범]

21세기는 바야흐로 기후위기시대다. 세계 곳곳에서 극단적인 기상 이변에 따른 다양한 피해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단지 가난한 국가들에서만이 아니다. 올해 여름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을 강타한 집중 호우와 홍수로 18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 몇 년동안 캘리포니아에서는 연례행사처럼 대형 산불이 발생해서 고속도로가 폐쇄되고 전기공급이 끊겼으며 주택 등에 피해가 발생하고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그야말로 비상사태가 연이어 일어난 것이다. 중국 허난성에서 발생한 폭우로 사망·실종자가 278명에 7,373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지난 1~10월 폭우로 가옥 20만 3000채가 무너졌고 직접적인 경제 손실만 2406억 위안(약 44조 37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서유럽이나 중국의 지난 여름 폭우는 천 년 빈도의 폭우로 알려졌다. 이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진행 중인 오늘의 문제다. 가난한 사람들이나 개발도상국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누구도 기후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기에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나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은 광범위한 공감대와 합의가 이루어진 하나의 국제규범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30년이 다되어가는 1992년에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예상하고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로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UNCED)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을 채택하였다. 기후변화 문제는 국제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이기에 모든 국가의 참여에 대한 합의를 마련했음에도 UNFCCC는 느슨한 수준의 합의로 이후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1997년에 채택되고 2005년에 발효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는 부속서 I 국가들로 불리는 선진국들에게만 의무 감축 목표를 부여했고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성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개도국의 참여 없이 세계 배출을 감소시키기는커녕 늦추는 것조차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2015년 국제사회는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Parties, COP)에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하였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 훨씬 아래로well below, 더 나아가 1.5℃를 넘지 않게 노력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선진국들만이 아니라 개발도상국들도 포함해서 모든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해서 온도 목표를 달성해가기로 했다. 이후 2018년 10월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발표하여 온도 상승 억제 목표를 1.5℃로 권고하였다. 이를 위해 2050년까지 세계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 중립Net-zero 을 달성해야 하는데, 특히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을 45% 줄이도록 요청하였다. 이후 2019년 9월에 국제연합UN이 개최한 기후행동 정상회의Climate Action Summit 이후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져 2021년 10월 현재 140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이제 탄소 중립은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화두이자 누구나 지켜야 할 국제사회 규범이 되었다.

[2050 탄소 중립 선언과 국제사회의 2030 NDC 상향 흐름]

스웨덴과 독일(2045년), 아이슬란드와 오스트리아(2040년), 핀란드(2035), 우루과이(2030) 등 2050년보다 더 빠른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들도 있고 중국(2060년), 인도(2070년) 등 더 늦은 목표연도를 선언한 국가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2050년을 탄소 중립 목표연도로 선언하였다. 이러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예전에 제출했던 2030년 국가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로는 달성이 어렵기에 다수의 국가들이 2030년 NDC 목표 상향에 나섰다. 지난 4월 22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개최한 기후정상회에서 주요국들은 2030 NDC 상향 목표를 발표하였다. 미국은 기존 2025년까지 26~28% 감축을 50~52% 감축으로, 일본은 26% 감축에서 46% 감축으로 높였다. 영국은 2030년까지 68% 감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035년까지 78% 감축을 약속했다. 한국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상향된 2030 NDC를 연내 발표할 것을 약속하였다. 이후 5월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 공동 선언문을 통해 COP-26에서 상향된 2030 NDC를 발표하기로 하였다.
UNFCCC는 9월 17일에 지난 7월 30일까지 제출된 164개국 2030 NDC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그에 따르면 84개국이 새로 또는 강화된 NDC를 제시했지만 2030년 배출량은 IPCC의 권고치인 2010년 대비 45% 감축에 전혀 미치지 않은, 16.3% 증가로 예상되었다. 현재 2030 NDC대로라면 1.5℃ 목표 달성을 위해 배출량을 제한해야 하는 탄소 예산의 89%(약 445억 톤)를 2030년 이전에 소진할 전망이다. 지난 10월 31일에서 11월 13일 사이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 이전까지 제출된 감축목표를 모두 달성한다해도 2050년까지 2.7℃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어 보다 많은 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우리나라 2050 탄소중립 선언과 2030 NDC 상향 목표 발표]

우리나라는 2020년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가진 2021년도 예산안 시정 연설을 통해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였다. 이후 12월 7일 정부 부처 합동으로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2021년 5월 29일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추진체계로 민관합동 거버넌스 기구인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가 출범하였다. 당시까지 관련 기본법이 마련되지 않아 “2050 탄소중립위원회 설치 및 운영규정”이라는 대통령령에 설치 근거를 두었다. 탄중위는 탄소중립정책의 관제탑control tower이자 참여와 소통 중심의 사회적 대화의 소통창구이다. 지난 8월 31일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는데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 중립을 법제화한 국가가 되었다. 탄소 중립의 법적 기초가 마련된 것이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심의의결기구로 100인 이내 위원으로 구성된다. 현재 탄중위 위원은 당연직 위원인 18명의 장관과 77명의 민간위원, 국무총리와 민간1인의 공동위원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탄중위 내에는 8개의 분과위원회와 총괄기획위원회가 있으며 전문적 검토한 필요한 쟁점이나 주제가 있을 경우 탄중위 위원과 외부 전문가들로 전문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탄중위는 출범 후 10월까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수립과 2030 NDC 상향안에 대한 심의 의결을 가장 핵심적인 작업으로 진행하였다. 보다 전문적인 검토를 위해 전문위원회와 함께 시나리오 작업반과 NDC 작업반을 구성해서 정부가 마련한 각각의 안에 대해 수정 의견을 제시하고 분과회의와 총괄회의를 진행하면서 정부와 꾸준한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였다.
우선 8월 초에는 세 가지 안으로 구성된 2050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하였고 이후 이해당사자 단체와 기관들을 대상으로 구성한 협의체와의 간담회와 일반시민 대표로 구성된 탄소중립 시민회의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애초 정부가 제시한 2030 NDC 초안을 수정한 수정안에 대해서도 협의체 간담회와 온라인 대중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모든 관심 있는 단체와 기관, 일반 시민들까지도 탄중위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러한 입장문에 담긴 다양한 제안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최종안을 구성하였다. 지난 10월 18일 탄소중립위원회는 전체회의을 열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NDC를 심의·의결하였고 정부는 11월 27일 국무회의를 열어 탄중위 심의 원안을 최종 국가 목표로 확정하였다.
탄소 중립 시나리오란 서로 다른 전제와 가정을 기반으로 해서 탄소 중립의 미래 사회상을 그려본 것이다. 시나리오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기후위기의 심화, 기후인식의 변화, 국제 여론 흐름과 국제 시장 변화 등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 탄소중립기본법에도 5년에 한 번씩 재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2021년에 수립된 2050 탄소중립 최종 시나리오는 두 가지 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론 수렴 결과 석탄발전은 적어도 2050년 이전에는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어서 석탄화력발전을 포함하고 있었던 초안의 제1안을 제거하였다. 그리고 남은 두 초안을 보다 강화해서 국내에서 순 배출량이 0이 되도록 구성하였다. 초안의 경우 3안만 국내 순배출량이 0으로 1, 2안의 경우 국내 잔여 배출량인 25.4백만 톤과 18.7백만 톤은 국제협력을 통해 상쇄함탄소중립으로써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방식이었다.
최종 시나리오인 A안과 B안은 크게 전환부문과 수송부문에서 차이를 보인다. B안에서는 유연성 전원으로 LNG 이용이 5.0% 가량 남아 있으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A안과 B안에서 각각 70.8%와  60.9%를 차지한다. 수송부문에서는 전기·수소차 비중이 각각 97%와 85%로 B안에서는 탄소중립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가 포함되어 있다. 수소의 경우 A안은 그린수소만 이용하는 것으로 가정한 데 비해 B안은 일부 추출수소와 부생수소를 포함하고 있다. 탄소 중립은 단순히 흡수와 배출을 동일하게 만듦으로써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방식이 아니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그래도 발생하는 배출은 우선 자연기반 흡수원을 통해 최대한 흡수하고 그럼에도 남는 잔여량은 탄소포집이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를 통해 흡수 제거함으로써 순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최종 시나리오 A, B안의 경우 시나리오 초안의 2안과 3안에 비해 CCUS 처리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과학적 불확실성과 경제성을 고려할 때 되도록 배출을 줄이고 자연기반 흡수를 늘리는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2030년 NDC의 경우,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상향 전 현재의 2030년 NDC는 2018년 대비 26.6% 감축하는 것이었으나 40%로 대폭 상향되었다. 이는 탄소중립기본법에서 35% 이상 감축하도록 한 규정과 함께, 선진국이자 현재나 역사적인 배출량이 많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당사국으로서의 책임성과 이행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이었다. 국내 감축에 주력해서 35.4% 이상 국내에서 감축하되 국제협력을 통해 나머지를 줄일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국제협력의 경우에도 우리만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협력 당사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기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
<표 2>에 제시된 것처럼 주요국들의 2030 NDC 상향 목표는 기준년도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기준년도 대비 40%를 넘었으며 배출 정점년도로부터도 40%를 넘었다. 국가마다 배출 정점이 다르기에 우리나라의 기존년도인 2018년 배출량과 2030 NDC 수준을 비교해보면, 대개 30%대 후반이거나 40% 이상이다. 시민사회에서 따르도록 요구하고 있는 IPCC 제안(2010년 대비 평균 45% 이상 감축)을 만족시킨 국가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온실기체 누적배출량으로 세계 11위 국가이자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세계 7위 국가이지만 다른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산업화가 뒤늦게 진행되었고 UNFCCC 상 부속서 I 국가가 아니어서 1990년부터 감축해야 하는 의무를 지지 않았던 탓에 1990년 이후 배출량이 149%에 달할 정도로 급증한 상태다.

2018년이 배출 정점으로 탄소중립 목표연도인 2050년까지 남은 기간이 상대적으로 더 짧은 데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제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40%라는 NDC 목표는 상당히 도전적인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을 향한 변화를 연기하거나 지연시킬 경우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로 인해서만이 아니라 탄소중립을 향한 세계 경제질서의 변화로 인해 우리에게 닥칠 고통이 더욱 커질 수 있기에 보다 빠른 대응이 필수적이다. 국가 전체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40%이지만 부문별 감축목표는 같지 않다. 폐기물 부문과 전환부문은 각각 46.8%와 44.4%로 평균 이상의 감축이 필요한 반면 산업부문은 14.5%로 가장 낮다. 산업부문의 경우 연료만이 아니라 원료를 전환해야하고 공정의 변화가 필요한데, 기술개발이나 시설 교체에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게 투입되어야 할 뿐 아니라 고용과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허용한 것이다. 산업부문은 기술과 설비, 연·원료 교체가 이루어질 경우 점진적 감축이 아니라 계단식 감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국내 목표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사회가 모두 추구하는 목표인만큼 전환에 뒤쳐질 경우 해당 기업이나 산업이 맞이하게 될 피해와 고통은 상당할 것이다.

[글래스고 기후 합의가 남긴 것과 탄소중립의 도전과 기회]

2050 탄소 중립은 이제 담론이나 선언의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반드시 달성해야 할 실질적인 목표가 되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글래스고 기후 합의Glasgow Climate Pact를 채택하였다. 여러 가지 한계나 부족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의미 있다고 평가 받는 부분은 지구평균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안정화한다는 지구적 목표를 확인하였고 단계적 퇴출phase out이 아니라 단계적 감축phase down으로 약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탄소저감장치가 갖춰지지 않은 석탄unabated coal 발전”과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inefficient fossil fuel subsidies”을 단계적으로 줄여간다는 데 대해 국제 합의가 이루어져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40%가 석탄에서 비롯되기에 앞으로도 석탄 소비 감축은 주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COP-26이 열리기 전 국제사회의 2030 감축 목표가 모두 달성된다 하더라도 지구 가열화는 2.7℃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COP-26에서 새로운 목표가 더해지면서 기온 상승이 2.4℃로 낮춰질 것으로 보이나 이 수준 또한 여전히 재난에 가깝다. 인도가 2070년 탄소중립을 약속했기에 21세기 말 온도 상승은 1.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나 이 또한 가난한 사람들과 가난한 국가들에겐 가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1.5℃에 맞출 수 있는 NDC를 내년에 다시 제출하기로 합의하였기에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는 않았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참석해서 2018년 대비 2030년 NDC를 기존 2018년 대비 26.3%에서 40%로 상향, 2050년까지 석탄발전 폐지, 남북한 산림협력으로 한반도 온실가스 감축, 2030년까지 30% 메탄 감축 등을 발표했다. 한국의 2030 NDC는 IPCC가 요구하는 지구 평균 감축 목표에 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내 환경단체들의 상당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COP-26 연설에서 과감한 기후대응에 나선 국가 사례에 한국을 넣기도 하는 등 국제사회는 한국 행보를 환영하며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기후위기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기후위험은 크게 두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극단적인 이상기후에 따른 생명이나 재산의 손실과 손상이라는 물리적 위험이다. 다른 하나는 기후위기 대응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탄소중립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환위험이다. 우리의 경제질서는 탄소문명에 기초해 있는데 이미 세계 경제질서는 탄소중립을 향해 탈탄소 전환과정에 있다. EU가 도입을 천명한 탄소국경조정제(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나 미국 등이 시행하겠다는 탄소국경부담금carbon charge 등은 탄소 배출이 높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산업에 직접적인 위험요인이다. 100GWh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사용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전환하겠다는 자발적인 RE100 선언은 그런 기업들에 부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에게도 지켜야 할 ‘자발적이면서도 비자발적인’ 목표가 되고 있다.

2021년 11월 현재 총 342개 기업이 가입하였는데 국내 기업도 지난해 SK그룹이 최초로 가입한 이후 올해에는 아모레 퍼시픽, 한국수자원공사, 고려아연 등 13개 기업이 RE100에 가입한 상태다. 블랙록 등 세계적인 투자사들은 기후행동 100+Climate Action 100+룰 구성하여 투자기업들에 대해 단기적인 재무적 가치가 아니라 비재무적 가치를 중시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요구하며 탄소 배출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를 공언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위험인 동시에 기회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해당 기업과 업종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만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더 크게는 세계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경우 철강사 가운데 세계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만약에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구적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보다 많은 투자를 확보할 가능성을 높이게 되며 전환 실패에 따른 고용 위험을 해소하게 된다.
인류는, 좁게는 대한민국은, 지금 생존의 위험을 마주하고 있으며 이를 벗어나기 위한 역사적인 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제까지 아무런 비용 부담 없이 온실가스를 무분별하게 배출해온 결과이다. 그렇기에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이제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전환을 위한 투자이며 그러한 투자가 없을 때 발생할 피해 비용에 견주어 결코 무겁지 않다. 기후위기를 야기한 원인은 우리 인류에게 있다. 개인간 집단간 국가간 책임의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공통의 책임 또한 무시될 수 없다. 자연적 변동에 따른 기후체계의 변화가 아니라 인류가 문제를 야기한 원인이라면 문제 해결의 열쇠 또한 인류가 쥐고 있다. 문제가 되는 사회경제활동의 변화가 요청된다.
이제 더 이상 지구가 보내온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청구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지구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라는 청구서를 이미 제시했지만 이제껏 외면되거나 무시되었다. 이제는 그러한 비용 청구에 답해야만 한다. 문제가 되는 사회경제활동을 줄이고 변화시켜가는 것만이 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답하는 길은 결코 쉽지도 순탄하지도 않을 것이다. 산업과 에너지 관련 인프라를 포함해서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탄소 기반 생산과 소비를 모두 바꿔야 하고 지금 우리 삶이 기반하고 있는 탄소문명을 지탱해온 법과 정책, 제도를 바꿔야 하며 더 나아가 우리의 의식과 삶의 방식 모두 탈탄소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전환의 시험대 위에 놓여 있다. 기후위기 자체의 위험과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 위험 모두 우리가 풀어야 할 도전적인 과제로 탄소중립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된다.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2호

[3편] 기업시민과 BSP

[2편] 기업시민과 CSR의 차이점

[1편] 기업시민의 의미와 필요성

기업시민 포스코와 포스코 케미칼이 만든 패각의 새로운 변신

패각은 전국적으로 연간 30~35만 톤 정도 발생되나 그동안 활용처 제한으로 어촌 지역에 방치되기 일쑤였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경남 및 전남 어촌에 패각 폐기물 92만 톤이 수년째 방치되어 있으며, 이는 폐수와 분진, 냄새 등을 유발하여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그러나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 직원들이 함께 패각 재활용 아이디어를 제안하여 제철공정에서 패각을 재활용하게 됨으로써 지역 환경문제 해결은 물론 석회석 대체재 활용을 통한 자원 절약과 경제성 확보도 가능해져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었다.

패각 성분이 ‘소결공정’에서 사용되는 석회석의 성분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전남 여수 패각 가공 전문업체인 여수바이오와 함께 석회석을 패각으로 대체할 방안을 공동 연구해왔으며, 지난 15일 여수바이오가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패각 재활용환경성평가 승인을 획득함에 따라 패각을 제철 부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는 현대제철도 함께 참여하여 철강업계가 협업하기도 하였다.

* 재활용환경성평가 : 법규상 재활용 용도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신규 용도에 대해 환경과 인체 건강 영향, 기술 적합성을 평가하는 제도

소결공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고로에 투입하기 적합한 소결광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으로, 석회석은 소결광의 형태를 구성하고 성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제강공정’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부원료인 생석회를 공급하는 포스코케미칼에서는 패각을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하였다. 제강공정은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강철을 제조하는 공정으로, 황이나 인과 같은 불순물 제거에 사용되는 생석회의 원료로 석회석이 사용되어 왔는데, 포스코케미칼은 석회석 대신 패각을 활용하여 생석회를 제조하는 기술 개발이 완료 단계에 접어 들었으며, 해당 기술이 적용되면 포스코그룹은 제선부터 제강까지 철강공정 제반에서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21 7월 수산부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패각 폐기물의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나아가 산업 경제성 향상과 연안환경보호를 골자로 하는 5개년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제도, R&D, 인프라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포스코와 포스코 케미칼이 매년 버려진 패각 약 30만 톤을 제철공정에 활용할 경우 Biomass 인증 시 연간 13만톤의 CO2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와 포스코 케미칼은 향후에도 패각 공급업체뿐만 아니라 패각 산지의 지자체와도 긴밀히 협업하여 폐자원 선순환을 통한 기업시민 경영을 적극 추진하여 공생가치를 만들고 지역사회에 전파할 계획이다.

 

| 출처 | 포스코 뉴스룸 ‘포스코와 현대제철, 버려지던 굴 껍데기 제철 부원료로 재활용’ 2021 기업시민 컬처데이 발표자료

제2회 기업시민 연구공모전

기업시민 연구공모전 연구계획서 작성양식

MS word 서식 : 기업시민 연구공모전 연구계획서 작성양식

아래한글서식  : 기업시민 연구공모전 연구계획서 작성양식

제출 : ccri-postech@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