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ge our mind with 기업시민

포스코그룹은 7월 24일 개최된 “기업시민 DAY”에서 그동안 포스코그룹이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기업가치 극대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 동참하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성과 및 발전방향에 대하여 공유했습니다.  이 날 진행된 특별포럼 세션에서는 ‘Change Our Mind With 기업시민’을 주제로 Business, Society, People 분과별로 지난 5년간 성과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염재호 총장(태재대), 곽수근 명예교수(서울대), 송호근 석좌교수(한림대), 문형구 명예교수(고려대)

 

염재호 총장

지난 5년간 포스코에서 기업시민이라는 개념을 통해 지역사회에 임팩트를 줬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개념을 정립했을 뿐만 아니라, ESG 경영의 실천을 넘어서 기업이 시민으로서 책임과 역할 그리고 권한을 발휘하는 ‘문명사적인 대전환’을 시도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윌리엄 바넷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20세기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로 인해 나타난 환경 문제들을 21세기에 풀어야 됩니다. 지금까지 기업이 대량 생산을 통해 우리 사회의 많은 소비가 가능하도록 해줬다면, 이제는 기업이 책임을 가지고 21세기를 새롭게 변화시켜야 합니다. 기업이 단순히 영업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사회구성원으로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국가에 법인세를 납부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역할을 충분했다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공헌을 해야 되는 주체로서 기업시민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기업시민으로서 포스코가 지난 5년간 어떤 성과를 얻었고, 앞으로 기업시민의 역할을 어떻게 확대·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지난 5년간 포스코의 기업시민의 역할이 어떻게 변했을까요? 그리고 만약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삼지 않았더라면, 지난 5년 동안 포스코의 경영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곽수근 명예교수

5년 전, 저희가 경영이념을 결정할 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과거 50년의 제철보국 정신을 담고, 또 미래 50년을 이끌어갈 경영이념으로서 ‘기업시민’을 선택한 일은 정말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의 핵심은 기업의 미래를 방향을 정하고,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많은 이해관계자의 협력을 얻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담 스미스는 “이타적 행위를 통해서 자기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경제적 행위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업시민 역시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높여줌으로써, 결국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ESG가 유행하고 있으나, 5년 전 포스코가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정할 때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파퓰러한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ESG는 약간 패셔너블한데 비해서, 기업시민 경영은 보다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이념을 가지고 있어도, 이것을 실천할 수 없으면 단순한 구호에 그치고 말것입니다. 하지만 포스코는 사업 전략에 기업시민 이념이 잘 반영되도록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예컨대 포스코홀딩스를 만들면서 미래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하였고,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에너지를 결합하여 친환경 기업으로서 기반을 다졌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거 3년 정도 시장의 반응이 조금 냉담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 내부에서도 기업시민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극적인 반전은 지난해 포스코가 수해를 입었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시민이라는 경영이념이 포스코그룹에 잘 체화되어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사, 지역사회 등 온 국민이 포스코의 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는 기업시민이 포스코에 잘 정착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시장 가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습니다. 포스코가 추구하고 있는 소위 장기적 기업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리얼 밸류(Real Value) 경영’이 보다 중요합니다.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면, 포스코의 기업시민에 대한 진정성과 방향성에 대해 시장은 물론이고,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미래의 꿈을 가진 건강한 기업 포스코의 미래는 앞으로도 밝다고 생각합니다.

 

염재호 총장

포스코에서 기업시민으로서 역할을 강조하면서, 포스코의 위상이나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고, 다른 기업들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주고 있는지, 나아가 기업시민 경영이념이 ESG를 넘어 기업의 책임과 권한에 대해 새로운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말씀부탁드립니다.

 

송호근 석좌교수

5년 전, 사실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시민적 행보라고 하는 시민적 이미지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때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포스코 임직원의 많은 노력 덕분에 지금은 보편화까지 아니지만 어느정도 일반화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앞서 염총장님과 바넷 교수가 ‘그레잇 트랜스포메이션(Great Transformation)’에 대해 얘기를 했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이걸 별로 믿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레잇 트랜스포메이션은 1920년대에 일어난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21세기를 가져온 그레잇 트랜스포메이션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전의 모든 생활양식에 대해 폐기처분을 요청받고 있으며, 새로운 양식으로 전환활 때입니다. 이때 기업시민이라고 하는 컨셉 속에 지금의 새로운 양식에 대한 모색과 길이 있으며, 지난 5년 동안 이를 탐험 또는 탐색해 왔다는 생각합니다.

요컨대, 20세기는 ‘성장에 기여’하면 세상이 잘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21세기는 ‘성장을 위한 여러가지 요건들에 기여’를 해야 생활양식이 제대로 정착이 된다는 거죠. 20세기의 문법은 완전히 다른 형태로 전환되었습니다. 즉, ‘과학독주의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과학독주의 시대를 우리가 지금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통제하느냐? 20세기에는 국가, 가족, 공동체가 주역이었습니다. 지금은 공동체가 대부분 다 무너졌으나, 기업이 공동체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공동체를 대체하면서 이제 이 질서가 전반적으로 변했다고 보면, 기업은 기업시민이라고 하는 보편적인 고유명사 속에서 앞으로 일을 찾아내야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5년 동안의 포스코 임직원들의 노력은 어마어마했다는 판단이 듭니다. 그러나 이게 ‘가슴 속에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하실 텐데, 사실 의미부여는 여러분들이 앞으로 기업과 가족이 원하는, 기업과 공동체가 원하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찾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스스로 찾아야합니다.

결론을 짓자면, 기업시민 경영이념 선포는 역사적인 행보이며, 시대적인 전환의 의미를 포스코가 지난 5년동안 실행했다고 하는 점에서 정말 높이 평가합니다.

 

염재호 총장

게오르규(Gheorghiu)가 쓴 『25시』라는 소설을 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잠수함을 탈 때 토끼 한 마리를 데리고 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산소가 부족해지기 시작하면 토끼의 눈이 점점 충혈되고 호흡이 곤란해져서, 이를 통해 산소가 부족함을 감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지성인들이 잠수함에서의 토끼 역할을 사회에서 한다’고 표현하는데, 포스코가 기업시민의 정신을 먼저 주창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기업이 무슨 역할을 해야 되는가’하는 것을 잠수함의 토끼처럼 먼저 감지하고 반응을 했다고 볼 수 있어, 사회적인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포스코 구성원들은 기업시민 이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내재화 했을까요? 지난 5년 간 기업시민의 이념이 내부 구성원들 또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떻게 받아 들여졌고, 또 이런 새로운 이념을 통해 구성원들의 행동이나 역할에 변화된 것이 있는지, 이런 변화가 경영 효과에도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 말씀 부탁드립니다.

 

문형구 명예교수

포스코 내부에서 구성원들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외부에서 들여다보는 평가’를 살펴보면 됩니다. 기업시민 활동과 유사한 개념으로 ESG나 SDGs 등이 있는데, 특히 ESG와 관련된 평가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포스코의 경우 외부 평가가 좋은 편이나, 기업시민 활동을 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이 ‘외부에서 우리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 강박관념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자기가 관찰자로서 볼 때 더 행복합니다. 남이 어떻게 우리를 보는 지에 몰두하게 되면 항상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부 평가는 GWP 점수의 변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평가항목 중 ‘기업시민을 얼마나 내재화 했는가’에 대한 점수가 있습니다. 2019년에서 2020년에는 점수가 높아졌으나, 2021년도에 약간 떨어졌습니다. 이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기업시민 활동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활동입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평가도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종의 ‘허니문 이펙트’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다 2021년도에 오면서 ‘현타’가 오는 겁니다. 기업시민은 참 좋은 생각이고 우리가 꼭 해야하는 것인데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하지’ 종잡을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점수가 약간 떨어진 겁니다. 저는 현타가 온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현타나 반성이 없으면 그냥 루틴하게 하던 일만 하게 되고, 성찰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이 결과가 성찰이 있음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기업시민 활동을 살펴보면서 파악한 것이 2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제 포스코 직원들이 ‘시스템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즉, 환경과 이해관계자, 협력사, 고객, 그리고 구성원 모두를 동시에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유엔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에서 주장하고 있는 기업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이냐에 대해 ‘혁신’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기여할 수 있다고 약속한 것이죠. 포스코의 스마트 세이프티 볼, 수출물류 합적, 패각 재활용 사례 등 이 모든 것이 시민단체 또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포스코가 가지고 있는 혁신 능력과 시스템적인 사고와 결합이 되어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5년 동안 구성원들의 생각 속에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더 확고히 해서 우리의 DNA를 만들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염재호 총장

100년 기업으로서 포스코의 미래를 전망할 때, 앞으로 구성원들이 어떻게 기업시민 정신을 내재화하고 구현해야 할까요?

 

문형구 명예교수

기업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의 법이나 규정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기업시민이 되려면, 시민사회나 정부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물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과 제도 등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시민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죠. 또한 사회적 어젠다가 무엇이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이슈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기업시민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이 기업시민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정답은 자발성, 일하는 방식의 변화, 상호 배려와 존중, 직원이 행복한 회사, 이러한 키워드에 진정한 의미의 기업시민이 되기 위한 조건이 들어 있습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조직행동 분야에서는 ‘조직기반 자긍심’을 뜻하는 OBS(Organizational Based Self-esteem)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포스코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갖게 되는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이것을 높이려면 몇 가지 것들이 필요합니다.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사람들은 부모님에 대해서는 대단히 둔감하지만, 자식에 대해서는 대단히 민감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를 조직 구성원에게 대입한다면, 지금까지 협력회사를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기후 변화를 위해서 많은 것을 해왔는데, 외부의 평가나 요구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하면서, 구성원의 요구에 대해서는 둔감까지는 아니지만 덜 예민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즉, ‘심리적 계약’이라는 게 있는데요. 누구나 조직에 들어올 때는 암묵적인 계약을 맺습니다. ‘내가 이런 일을 하면, 회사가 이런 일을 해줄 것이다’ 이런 계약을 맺는데 그 계약이 파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한,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이란 말이 있는데요. 변심했을 때 폼나게 변명하려고 흔히 하는 말이지만, 여기에 어떠한 진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사랑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상이 바뀌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기업시민이라는 철학은, 비전은, 이념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시민을 실현하는 방법과 대상은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바뀌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처음에 내가 포스코에 입사했을 때 이런 일을 하려고 들어왔는데, 지금 보니까 또 다른 걸 우리가 해결해야 하네’라고 생각하면, 거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내가 포스코에서 일한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같이 고민하고,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또한 기업시민을 이념으로 직원을 존중하고 희망을 부여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50년 신소재의 기업으로서 도약하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염재호 총장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인 소재 산업으로 탈바꿈을 한다든가 그 개념이 나온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기업시민으로서 책임과 고민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미래의 기업시민 개념이나 이념이라고 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과 경제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아이디어는 무엇입니까?

 

곽수근 명예교수

과거에 우리가 주주가치 중심 경영을 했다면, 이제는 이해관계자 가치 중심의 경영이 중요해졌습니다. 사실 주주가치 중심 경영은 오랫동안 해온 것이고 익숙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주주를 주인이라고 생각을 해서, 미국식 경영에서는 결국 주인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으로 생각을 해왔는데, 이러한 주주가치 경영에서 직원이나 협력업체나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비용에 불과하다고 보아,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비용을 줄이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주가치 중심 경영을 하다 보니, 결국은 그것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이제 이해관계자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주주가치와 기업 가치를 모두 높이는 것이 진정한 기업의 존재 이유가 되어야 한다고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주주가치는 쉽게 인덱스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 가치를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포스코에서는 이해관계자들에게 돌려주는 가치까지 모두 포함한 리얼 밸류 경영을 개발하고 있는데, 시장에서 우리가 이익을 내는 일들은 쉽게 측정할 수 있지만,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얼마나 높이냐에 대해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이해관계자가 모두 다 동등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해관계자가 더 중요하냐, 예를 들면 종업원의 가치를 얼마나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냐, 아니면 협력업체의 가치를, 지역사회의 가치를 어떻게 높이는 게 중요하냐 등 똑같은 파이를 어디에 얼마만큼 나눠줄 거냐의 문제가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이런 문제들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동일한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똑같이 대해야 할 것이냐, 예를 들면 협력업체인데도 불구하고, 똑같은 협력업체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전략적 파트너인 협력업체와 그렇지 않은 일종의 시장에서 우리가 물건을 사올 수 있는 협력업체는 차이가 있는 겁니다. 내부 구성원인 종업원들의 가치를 얼마나 높여줄 거냐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고, 앞으로 함께 이끌어갈 유능하고 창의적인 종업원들을 유치하고 유지하고 개발해내기 위해서 그냥 내버려둬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이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앞으로 우리가 디자인해야 할 경영 시스템은 과거의 경영 시스템하고 달리, 높은 수준의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여태까지 포스코의 조직 문화가 다소 경직되어 있었다고 하면, 앞으로는 보다 유연해져야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입니다. 노벨상 수상자 올리버 윌리암스 교수는 “문화가 바뀌는데 백 년부터 천 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가 좋은 제도나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문화는 10년, 20년 뒤에도 바뀔 수 있습니다. 포스코는 5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도 이렇게 좋은 기업 문화로 바뀌어 가고 있는데, 앞으로 10년, 20년 더 노력한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를 이끌어갈 선도적인 친환경 소재 기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염재호 총장

어떻게 보면 이해관계자들을 코스트(cost)로 보는 게 아니라, 더불어 함께 프라핏(profit)을 만들어내는 대상으로 봐야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고요. 또 이런 문화가 바뀜으로써 경영의 효과, 또는 기업 이익의 효과도 증대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포스코가 이제는 기업시민으로서 사랑을 넘어 존경받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 크게 보면 시민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구성원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와 그렇게 했을 때 기업시민의 이념이 우리 사회나 국제 사회에서 어떤 영향력을 미칠까요?

 

송호근 석좌교수

앞서 언급하긴 했지만, 이번에도 이 단어를 강조하고 싶은데요. 결국 ‘공동체’입니다. 기업으로 전환시켜 보면, 임직원들이 하고 있는 여러가지 사회공헌들이 있잖아요. 과거에는 봉사라고 했지만, 저는 공익활동 또는 공헌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하다 보면, 기업시민 또는 공동체라고 하는 경험의 귀중한 조각을 계속 갖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의 조각, DNA, 씨앗이 자꾸 뿌려지면서 사회공헌이 이루어지는데요. 공동체적인 경험의 조각, 씨앗들을 마음속에 갖게 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씨앗을 갖고 있어야 ‘21세기에 나타난 새로운 폐단들이나 인류의 위협을 방어를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제가 아까 과학 독주의 시대에 어떻게 할 거냐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21세기 과학에 대하여 항복 선언을 하고 싶어요. 도저히 그 양식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테크 기업의 경우 ‘사람들에게 공동체를 만들어 줄 것인가’에 대해 저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터넷 안에서 공동체가 만들어지긴 하겠지만, 그 공동체는 개별화된 공동체이지 사람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갖는 건 아닐 거라고 판단합니다.

또한 ‘공동체적인, 직접적인 경험을 하고 있는가?’ 저는 개인적으로 안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포스코 안에도 디지털 테크 기업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주력 사업인 기업이 아닙니다. 신소재 기업이거나 철강 기업이잖아요. 생활양식의 기반을 깔아놓는 거예요. 환경을 만들어내는 기업이죠. 따라서 조직 내부에 공동체라고 하는 DNA가 각인될 수 있었고,  지난 5년 동안 포스코가 했던 게 바로 그거입니다. 참여, 공여, 촉진이라고 하는 3가지의 통로가 있습니다. 이 통로가 정말 훌륭하게도 ‘기업시민 현장’에 모두 들어가 있습니다. 포스코에서는 공동체를 새롭게 21세기 문화에서 살려내고 있다는 거죠.

끝으로, 앞서 말씀드렸던 과학독주 시대에는 진화론적인 선순환이 발생하는 ‘Red Queen’s race(붉은 여왕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더 벌어지겠죠. 그러나 기업시민이라고 하는 공동체를 이끌어가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기업시민이야 말로, Red Queen’s race의 격차를 좁혀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염재호 총장

세 분 분과위원장님들께서 지난 5년 동안에 포스코가 해왔던 성과, 그리고 앞으로 포스코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 철학적인 관점,  거시적인 관점, 그리고 미시적인 관점에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사실 포스코를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철강기업으로 이렇게 급성장을 하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뛰어난 효과를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20세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효율성이 뛰어난 기업이라고 볼 수 있으나, ESG 경영 관점에서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음은 물론, 그것을 뛰어넘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문명사적인 전환기에서 하나의 시민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 상기 내용은 2023.07.24 개최된 “포스코 기업시민 DAY” 중 특별포럼 세션 내용을 요약한 것 입니다.

 

기업시민 교차점의 탐색

기업시민 리더들은 이해관계자와 지역사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회사의 평판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개선으로 가는 길이 환경과 사회적 책임, 거버넌스, 다양성과 포용성 분야에서 여러 목적지에 이르는 수 많은 도로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길이 종종 교차한다는 것도 발견했다.
이러한 모든 측면의 통합은 어려울 수 있지만, 변화를 파악하고 트렌드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적응하는 건 보람될 수 있다. 첫째, 직원과 이해관계자, 사회 전체에서 회사의 평판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회사가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자신이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수록 기업의 사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재무적 목표에 도움이 되고, 가치사슬에 추가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정부정책이 도입될 때 정책 탐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끊임없이 변하고 현재 진행형인 과정이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많은 일들은 회사가 자부심을 가져도 될만하다.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분야는 광범위하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을 때 어떤분야에 집중할지, 회사의 사회공헌과 지속가능성, 책임성 노력을 어디에 쏟을지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CSR은 만능이 아니다. 회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를 정할 때, 내외부 요소를 모두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 안에서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서 보는 지역사회의 니즈는 무엇일까? 회사나 업계가 역사적으로 특정 그룹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쳐 왔는가? 어디를 개선했는가? 계획은 잘 짜여졌지만 어떤 부분에서 왜 미흡했는가? 기업시민 최신 트렌드를 어떻게 따라가고 있는가? 자신의 능력을 감안하면서 이런 트렌드를 회사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기업은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어떻게 따라가고 있을까? ‘2023 글로벌 기업시민콘퍼런스’에 참여한 500여명 이상의 CSR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업계 현황과 성과, 준비 정도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업무 영향력에 대한 판단

많은 기업시민 전문가들은 회사와 회사가 한 일이 사회와 지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자신의 일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자부심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에 대한 질문에 35% 이상의 CSR 전문가들은 직원들의 개인적 가치와 목적이 회사의 가치와 목적에 반영된다고 느낄 때라고 답했다. 회사의 가치와 직원의 개인적 가치를 연결함으로써 직원들은 회사의 미션과 연관되어 있고 이를 향상시킬 권한이 있다고 느낀다.

 

자신의 일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자부심을 언제 느끼는가?

  • 회사의 가치와 목적이 직원의 개인적 가치 및 목적과 연결될 때
  • 회사의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미칠 수 있도록 지원할 때
  •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협업할지 동료들이 크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때
  • 본사 지역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미칠 수 있도록 지원할 때
  • 모든 직원들에게 수용적이고 포용적인 회사를 만들 때

 

시대의 흐름 따르기

업계 담당자로서 SEC 규칙과 EU 그린딜과 같은 새 규정이 본인의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질문에 50%에 달하는 응답자가 성과 측정과 계량화, 실적공시의 이해, 인종 및 성평등 지원을 위한 추가 방법 모색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규제가 시작되면 이미 비즈니스와 전반적인 기업 환경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현재 부족한 점을 고려해 새 규정을 충족시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규정(SEC, EU 그린딜)이 향후 본인의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 성과 측정과 계량화, 실적공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
  • 인종 및 성평등 지원을 위해 노력할 것
  •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
  • 전 세계 각지의 직원과 공급업체를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
  • 공급망의 지속가능성과 인권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
  • 전 세계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할 것

 

소셜 임팩트 목표를 기업문화에 일치

CSR 이니셔티브를 비즈니스 목표에 맞추는 것은 이니셔티브의 성공뿐 아니라 비즈니스의 성공에도 중요하다. 회사의 소셜 임팩트 노력이 비즈니스 전략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란 질문에 응답자들은 직원 참여 등 사무실 차원에서의 노력에서부터 공급사가 위치한 먼 지역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답을 했다. 회사와 직원에 맞는 자원과 역량을 사용하는 것이 상호 호혜적인 소셜 임팩트 프로그램을 만드는 핵심 요소다.

 

회사의 소셜 임팩트 노력이 비즈니스 전략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 직원을 우리 일에 참여시킴
  • 본사 지역에 투자
  • 미래 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파이프라인 프로그램을 지원
  • 회사 기술 전문가의 전문지식과 전문성을 재능봉사를 통해 활용
  • 우리가 달성하려는 긍정적인 사회적, 환경적 결과를 증진하기 위한 정책 지지
  • 공급사가 위치한 지역에 투자

 

회복탄력성 구축

회사가 가치사슬에 걸쳐 회복탄력성을 어떻게 창출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60% 가량의 응답자가 접근성과 포용성 개선을 위한 소셜 프로그램 투자가 회사의 가장 큰 기여라고 답했다. 이는 소셜 임팩트 이니셔티브에 큰 진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다른 기회가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영향력을 확장하거나 다양화하려면, 회사의 특별 관심과 파트너십, 고유 기능을 활용해 어떻게 지역사회를 더욱 탄력적으로 만들지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직원과 고객, 지역사회를 위한 회복탄력성 구축에 회사가 한 가장 큰 기여는 무엇인가?

  • 현장의 접근성과 포용성 개선을 위한 소셜 프로그램에 투자
  • 일이 잘못되었을 때 글로벌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함
  • 디지털 접근성과 포용성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에 투자
  •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을 선도적으로 채택
  • 물 관리에 앞장서기
  • 의료 접근성을 해결하고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주도

 

만반의 준비

끊임없이 변하는 기업시민 세계에서 따라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분야가 어디인가에 대한 질문에 30%에 이르는 CSR 전문가들은 다양한 공시 요건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답했다. 추가 교육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 해당 주제에 대한 기본 지식을 구축하기 위한 첫 단계다. 다음 단계가 확실하지 않은가? BCCCC는 언제나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기업시민과 ESG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가장 준비가 미흡한 분야는 어디인가?

  • 다양한 공시 요건
  • 지역사회의 소셜 임팩트 측정
  • ESG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범기능적 노력 주도
  • 직원 간 포용성과 소속감 측정
  • 환경적 영향력 측정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8호

생성형 인공지능과 사회적 책임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은 이미 1950년도에 제안됐지만, 첫 60년동안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기술이다. 2010년도 인간의 뇌를 모방한 “심층학습(Deep Learning)”이라는 기술이 도입되며 드디어 인류는 세상을 알아보는 기계를 가지게 되었고, 지난 10년동안 얼굴인식과 자율주행 같은 분야에 적용된 인공지능을 우리는 “인식형 인공지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10년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자연어처리”였다. 그런데 2017년 구글사가 “트랜스포머(transformer)”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이후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트랜스포머 알고리즘을 활용한 “초거대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들은 질문을 입력하면 완벽한 문법, 논리적인 문맥, 그리고 의미 있는 내용의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비슷한 모델을 사용해 문장과 그림, 그리고 문장과 동영상의 확률관계를 학습시키면, 기계는 새로운 그림과 동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미 있었던 것들만 알아보고 구별하는 “인식형 인공지능”과는 다르게 없었던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사회, 경제, 정치적 영향은 그렇다면 과연 무엇일까? 크게 4가지 영향을 상상해볼 수 있겠다. 우선 생성형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미래는 참과 진실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운 사회가 될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진짜와 구별하기 불가능한 가짜 기사와 사진과 영상을 대량생산 할 수 있다. 물론 참과 진실 역시 대량생산 해볼 수 있겠지만, 참과 진실은 언제나 하나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동일한 정보를 대량생산하면 지루함과 따분함을 유도하지만, 거짓은 대량생산될 수록 다양성과 흥미로움이 늘어난다. 챗GPT를 개발한 OpenAI사 CEO 샘 얼트만이 내년 미국 대선 결과가 처음으로 유권자가 아닌 생성형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결정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미래만이 아니다. 모든 기록이 디지털화된 미래에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로 무장한 독재국가가 기존 기록을 언제나 새로운 “과거” 기록으로 대체할 수 있겠다. 과거를 최대한 보존하고 기억하려던 시대를 넘어, 과거를 언제든지 “업데이트”할 수 있는 역사 2.0 시대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두번째, 대부분 지적노동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대량생산 될 수 있다면 작가, 디자이너, 아티스트 만이 아닌 개발자, 엔지니어, 변호사, 그리고 교수라는 직업 역시 위험해질 수 있다. 물론 산업혁명의 역사는 언제나 기존 직업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진 역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만은 다르지 않을까? 과거 산업혁명은 인간과 동물의 육체적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과정이었다. 기계에게 육체적 노동을 넘겨준 인류는 이제 대부분 지적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만약 지적노동력 역시 대량생산되기 시작한다면 미래인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육체적 노동과 지적노동 외에 인류가 할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이 있을까? 생성형 인공지능은 국제질서와 사회안전에도 큰 위험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이세상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 범죄자, 테러단, 그리고 불량국가들은 이런 지식을 어떻게 악용할까? 작년 11월 챗GPT가 처음 소개된 후 입력된 질문 몇개로 새로운 바이러스 개발과 핵무기 디자인 방법 같은 위험한 지식 역시 챗GPT가 알려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돼 큰 문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위험한 지식을 검열하고 차단할 수는 있지만, 모든 지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비현실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핵무기 개발기술과 비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핵무기 개발은 지식이 있어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반인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장비와 소재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은 다른다. 지식과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세상, 참과 거짓의 차이가 허물어지는 미래, 역사가 매번 새로 업데이트될 수 있는 미래…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의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는 어쩌면 이 기술이 인류멸망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유발 하라리가 최근 주장했듯, 현대문명의 “운영체제”는 언어를 기반으로 한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순간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기계도 할 수 있다는 잠재적 가능성을 의미한다. 더구나 우리는 사실 챗GPT에게 문법과 논리적 사고를 가르쳐준 적이 없다. 단순히 다음 단어를 예측하도록 학습된 기계의 크기가 수 천억 단위를 넘으며 뜻밖의 “창발적”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기계가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율성”과 “생존본능”까지 학습한다면? 지구 역사상 언제나 더 뛰어난 종의 등장은 다른 종들의 멸종과 노예화를 의미했었다.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이 네안데르탈인에게 멸종을 가져다 주었듯, 생성형 인공지능에서 “범용적 인공지능AGI”으로 진화한 기계의 등장은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을 의미하지 않을까?
우리 인간의 상상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특히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걸 상상하는 건 사실 거이 불가능하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기계, 새로운 것을 생성하고 창작할 수 있는 기계. 30만년 호모 사피엔스 역사 중 그런 기계를 경험할 수 있었던 시기는 지난 몇 개월에 불가하다.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그 누구도 정답을 알지 못한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변화와 리스크, 그리고 사회적 책임 모두 우리가 직접 상상하고, 준비해야할 피할 수 없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숙명적인 숙제라는 말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8호

포스코의 기업시민 가치측정 성과와 향후 과제

 

 

 

기업시민가치 측정 5주년

ESG가 글로벌 트렌드로 기업의 정책과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는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경제적 가치와 함께 이해관계자와 상호작용을 통해서 창출되는 사회적 가치가 통합되어 결정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포스코는 이러한 흐름 보다 조금 앞선 2018년부터 기업시민가치 측정을 시작하였다. 기업시민가치란, 회사의 경영활동 및 기업시민활동으로 인해 창출한 경제/환경/사회적 영향을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화폐화 가치로 환산할 경우 활동 성과에 대해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으며, 성과 창출 및 분석, 결과 예측 수준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지향점을 갖고 측정을 실시한지 5주년이 되었다. 회사의 경영이념으로 출발한 기업시민이라는 가치가 투자자 및 사회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내부적으로는 회사의 기후변화 대응, 사회공헌 활동들의 가시적인 성과를 직접 확인함으로써 얻는 긍정 인식 제고 등 좋은 영향들을 가져오게 되었다.

 

측정 체계 및 방법

기업시민 가치측정은 기업시민 활동으로 이해관계자에게 발생한 긍정적 및 부정적 결과(outcome)와 영향(Impact)을 중심으로 한다. 초기 기업시민 가치 측정 체계는 기업시민헌장의 실행 원칙에 따라 Business, Society, People의 3대 영역으로 활동을 구분하여, ESG 그룹에서 주도하여 환경, 사회, 인사, 노무, 마케팅 등 관련 현업 부서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200여개에 수준의 활동들을 발굴하였다. 각 활동별로 결과 중심의 측정 원칙에 따라 수혜자가 얻은 혜택의 화폐 가치를 측정하는 산식을 수립하였고, 해당 연도를 기준으로 한 성과 값을 입력하여 측정값을 도출하였다. 2020년부터는 글로벌 기후변화 이슈 대두 등 환경 회계 중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Green Reporting 체계를 도입하여, 기업시민가치측정에 환경분야 비용/수익/오염(실질영향)/성과(잠재영향)를 따로 분류하여 측정 체계에 추가하였다. 2021년에는 VBA(Value Balancing Alliance)에 가입하여 VBA의 방법론을 적용하여 기존 BSP 영역의 체계를 보완하여 글로벌 표준을 도입하였다. VBA 방법론은 경제/환경/사회 영역 측정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경제 부문에는 경제간접기여성과로 순이익/감가상각/납세/배당/임금 등이 포함된다. 환경부문에는 온실가스/대기오염/수질오염/자원순환/친환경제품/용수사용, 사회영역에서는 동반성장/지역사회공헌/직원봉사활동/안전보건/복리후생/고용다양성 부분이 포함되는데, 기존의 BSP 영역 활동을 재 분류하고 VBA의 proxy와 산식을 적용하는 등 글로벌 표준화 작업을 시도하였다. 2023에는 산업별 사회적 가치 측정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제품/서비스 영역과 고용 효과(사회) 부문에 대한 측정 체계를 도입하고 철강산업에 적합한 지표를 선정하여 포스코의 기본 측정 모델을 보완하였다.

 


지속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의 모범

2022년 포스코는 유례없는 포항 냉천범람이라는 수해를 겪으면서 비상경영 상황에 돌입하였고, 전 직원이 복구작업에 매진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은 한 해였다. 기업시민가치측정 중 경제 부문의 성과가 전년도 대비 많이 감소하였고,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및 환경 부문의 (-)마이너스 성과도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사회 공헌이나, 공급사/협력사들과의 동반성장 활동에 있어서는 활발한 활동을 지속하면서 사회적 가치 최대 성과를 달성하게 되었다. 특히 스페이스워크가 개장하면서 포항시 경제활성화에 기여하였고, 직원 재능봉사단의 활동이 20주년을 맞으며 최대 111개 봉사단이 사회 교육 환경 등 각계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가져왔다. 동반성장 활동으로는 포스코와 협력기업이 공동으로 개선활동을 수행하여 성과를 공유하는 성과공유제, 포스코 현업 및 전문 인력 노하우를 활용하여 중소 협력기업의 경영안정, 품질개선/관리, 조직문화 개선 등을 지원하는 동반성장지원단 컨설팅 분야의 성과가 대표적인 사회적 가치창출 사례로 선정되었다. 2018년 측정 초기 대비 사회적 가치창출은 2배 이상 성장하면서 포스코의 기업시민 활동이 다양하고 활발해지면서 지역사회와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더욱 긍정적이고 의미있는 가치를 창출하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화폐화 협의체 참여와 기업시민으로의 사회적가치 확산 주도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의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어 가면서 2021년에는 국내 10개 기업이 화폐화 협의체를 결성하여 사회적 가치측정 방법론과 측정 방안에 대해 협의하기 시작하였다. 2023년 상반기까지는 학계 및 기존 측정 기업의 사례를 함께 연구하며 공동 측정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였고, 하반기에는 공동 측정 지표를 발굴하고 측정식을 개발하여 국내 대표기업들의 사회적 가치 측정 성과를 모아 함께 대외 소통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포스코는 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포스코의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론을 보완하고 공동측정을 통하여 표준화 작업을 지속해 가면서, 향후 철강업과 포스코 그룹의 공통 모델로서 확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경제/환경/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창출하며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는 기업시민으로써 앞으로도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소통하며 가치측정의 모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8호

기업 활동과 사회적 가치 측정

 

 

 

 

시장, 기업, 그리고 사회적 가치

전 세계적으로 기업사회와 자본시장에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뜨겁다. 기업활동의 사회적 가치란 규범적 관점과 공리적 관점에서 정의할 수 있다. 먼저 규범적 관점에서 가치란 정의, 공정, 관용, 공존, 호혜성 등 인간 삶의 바람직하고 마땅한 기준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치와 현실의 괴리가 사회문제인데, 이를 해결하여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을 사회적 가치라고 한다. 한편 공리적 관점에서 가치란 인간의 욕망, 필요, 효용이며, 주로 시장기제를 통해 효율적으로 충족된다. 그러나 구조적인 시장실패 요인 때문에 시장에만 맡겨 두면 사회적으로 필요한 양만큼 생산이 일어나지 않는 가치가 있다. 외부성, 공공재, 공유재, 가치재, 환경재 등과 관련한 가치이다. 이러한 잔여 가치를 경제적 가치와 대비하여 사회적 가치라고 한다. 결국 기업활동의 사회적 가치란 기업활동을 통해 관련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실패를 넘어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활동의 결과물로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회계적으로 ‘사회성과’라고 한다.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성과’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국 사회적 가치 측정이란 기업 활동의 사회성과를 회계적으로 계상하는 것이다.
기업의 활동은 주로 시장에서 이루어진다. 시장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효율적인 자원배분 기제이다. 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고전적인 설명은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지만, 최근 진화경제학에서는 시장이 생명세계와 유사하여 시장에서도 변이, 선택, 복제의 진화원리가 작동한다고 본다. 일종의 디자인 알고리즘으로서 시장은 새로운 기술, 재화, 조직이 끊임없이 출현했다가 사라지는 ‘혁신의 전시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효율성과 혁신성은 시장에서 가격기구가 진화의 ‘선택’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사실은 ‘보이는 손’인데, 가격이 시장에서 교환되는 가치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고, 거래 당사자들은 가격이라는 정보에 반응하여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의사결정을 한다. 그 결정의 집합적인 결과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혁신을 촉진하게 된다. 문제는 외부성externality 때문에 이 가격이라는 정보가 불완전하여 실제 발생한 사회적 편익과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가치는 과소 공급되고, 해로운 가치는 과잉 공급되는 시장실패가 일어난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시장기제에 내부화internalize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ESG는 기업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자본시장의 가격기구에 통합하기 위한 노력이라 볼 수 있다. 사회적 가치 측정을 통해 기업은 활동의 사회적 편익과 비용에 관한 정보를 자본시장에 제공할 수 있다. 최근 국제적으로 제정하고 있는 지속가능성 ESG 공시기준은 사회적 가치 측정의 대상, 범위, 방법을 안내한다.
2019년 8월, 미국의 200대 기업 CEO 181명이 경제계 연례 행사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 참석하여 기업의 목적을 주주 중심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새롭게 선언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기업의 본질nature of the firm에 대한 기본 인식이 바뀐 것이다. 계약주의적 기업이론에 따르면 기업은 대리인비용과 거래비용을 극복한 조직적 진화의 결과이다. 기업은 실체entity가 아니라 생산요소를 제공하는 이해관계자 간 ‘명시적, 묵시적 계약의 결합체nexus of contract’이다. 현대 기업은 생산요소에서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각종 관계특유자산firm-specific asset과 신뢰자산의 소유자까지 일정한 ‘청구권claimant’을 갖는다. 결국 기존의 투자자, 종업원을 넘어서 고객, 협력업체, 지역사회, NGOs, 정부, 국제기구 등까지 기업의 이해관계자 범위가 확장한다. 이제 이해관계자는 기업의 경제활동에 필요한 핵심자원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각종 위험을 공유하는 주체이다. 때로는 기업에게 파국적 결과를 가져오는 내·외부 위험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래서 모든 이해관계자는 기업의 준準소유자quasiowner로서 기업활동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충분히 설명 받을 권리가 있다. 기업은 사회적 가치 측정을 통해 기업활동으로 발생한 이해관계자별 편익과 비용을 구체적으로 보고함으로써 이해관계자가 설명 받기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그 결과 기업은 이해관계자에 대한 선응적인proactive 대응과 관리가 가능하다.

 

사회적 가치 측정 대상과 방법

사회적 가치 측정은 기본적으로 그림 1과 같이 논리모형의 개념적 틀을 따른다. 최근에는 임팩트impact의 측정을 강조하지만, 임팩트는 인과관계가 복잡하고 조직과 제도간 상호작용에 따른 장기적, 간접적 효과인 경우가 많다. 실제 측정하기가 어렵고 관련 조직별로 성과를 할당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주로 당사자의 직접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결과outcome를 측정하고, 이를 임팩트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결과의 측정이 어려울 경우 산출, 활동, 투입을 대리지표로 측정하기도 한다.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은 지표의 형태에 따라 표 1과 같이 정량적 측정과 정성적 측정으로 구분한다. 정량적 측정은 화폐화 여부에 따라, 정성적 측정은 점수화 여부에 따라 더 세분화할 수 있다. 정량적 측정은 측정의 신뢰성은 높으나 내용적 타당성이 낮을 수 있다. 정성적 측정은 질적 분석이 가능하여 내용적 타당성을 확보하기는 용이하나, 측정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 있다.

 

시장 부문에서는 그동안 지속가능성보고서 등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기업의 사회, 환경성과를 보고하는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왔다. GRI, SASB, TCFD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ESG 자본시장이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기존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EU의 ESRS6,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의 ISDS7 등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또한 투자자에게 기업의 ESG 성과정보를 제공하는 다양한 지수 index와 가치평가도구analytics가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 공시기준, 지수, 가치평가도구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정량적, 정성적 측정법을 활용하고 있다.
기업활동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체계와 범주는 개별 도구마다 각각 다르지만 그림 2와 같이 일반화할 수 있다. 먼저 ESG의 원리에 따라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로 구분하고, 다시 기업 활동에서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는 위치에 따라 가치사슬인 제품/서비스, 프로세스, 공급사슬, 비가치사슬인 커뮤니티로 구분하여 분류할 수 있다. 환경성과는 크게 자원소비 절감, 환경오염 저감,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보전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가치사슬의 전 영역과 커뮤니티에서 모두 측정 가능하다. 최근 강조하고 있는 Scope 3는 공급사슬에서 환경성과를 측정하자는 것이다.

반면 사회성과는 가치가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성과 유형과 측정방식이 달라진다. 제품/서비스의 사회적 가치는 주로 이용자의 삶의 질이 개선된 효과를 의미한다. 단 일반적인 경제적 후생을 제외한 사회문제와 관련한 성과만을 인정한다. 접근성, 빈곤, 장애인, 고령화, 생명안전, 보건의료 등의 문제와 관련한 사회적 약자의 후생 개선을 사회적 가치로 인식한다. 이 외에 전통적인 소비자 책임 이슈인 품질, 안전, 정보문제도 포함한다.
고용, 노동, 인적자원관리 등과 관련한 사회성과는 주로 기업 내부인 조직과 프로세스에서 발생한다. 간접고용과 비정규직 등 고용관행의 개선, 조직 내의 젠더/장애/학력/연령/지역/인종 등 각종 차별 해소8, 종업원의 복리후생, 교육, 보건/안전 등의 사회성과를 다룬다. 사회 구성원의 절대 다수가 근로자이므로 종업원 성과의 사회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 공급사슬 성과는 주로 공급망과 유통망의 공정거래, 동반성장, 공급망 사회책임 실사 이슈 등을 다룬다. 커뮤니티 사회성과는 주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관련 성과로 지역사회 기여, 시민사회 및 공공 협력 등과 관련한 이슈를 포함한다. 최근에는 기업의 전문성을 활용해 커뮤니티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생태계의 경쟁우위를 높이는 전략적 사회공헌 관점에서 측정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거버넌스G 성과는 주주권익보호, 의사결정구조, 회계투명성, 윤리경영 등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성과이다. 지배구조가 우수한 기업은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 기업가치 극대화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창출 활동에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사회적 가치의 화폐화 측정

최근 사회적 가치의 화폐화 측정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활발하다. 무엇보다 현행 ESG 평가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MSCI와 톰슨로이터 간 기업 ESG 평가의 상관계수는 2020년 현재 0.38인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계적으로 지지받을 수 있는 상관계수 기준인 0.5보다 한참 아래이다. 반면 재무적 기업가치평가의 경우 평가기관 간 상관계수는 0.95 이상이다. 이렇게 평가기관 간 ESG 평가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아직 표준이 없어서 기관마다 평가 체계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긴 하지만, 개별 성과 범주 간 측정 단위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재무적 기업가치평가는 화폐가치라는 단일한 단위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반면, ESG는 이질적인 가치를 서로 다른 단위로 측정하여 평가한다. 만약에 ESG 성과를 화폐가치로 환산하여 측정단위를 통일한다면, 이종 가치 간 비교가 용이하여 일관성 있는 가치평가가 가능해진다.
사회적 가치를 화폐화하여 측정하면 시장의 가격기구에 기업의 ESG 성과를 반영하는 것이 용이해진다. 화폐가치가 가격기구의 기본 정보단위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가치는 외부성을 띄는데, 사회적 가치를 화폐화하면 외부성을 시장에 내부화하기가 쉬어진다. 그럴 경우 자본시장은 물론 B2C, B2B, B2G 상품시장에서도 구매자의 구매의사결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와 통합하여 반영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시장에서 사회적 가치 관련 자원배분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에서도 재무분석에 준하는 비율 분석이 가능해진다. ROIreturn on investment와 같은 논리로 사회적 가치를 화폐화하여 분자에 두면, 사회적가치 관련 투자 및 운영 의사결정을 경제적 투자 의사결정과 동일하게 할 수 있다. 사회적 가치에 관한 NPVnet present value, IRRinternal rate of return 등의 분석도 가능하다. 기업이 전략적 사회가치 분야를 선정할 때도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객관적인 재무분석에 기초하여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 주목하여 국제적으로는 ‘임팩트 가치평가impact valuation’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가치의 화폐화 측정이 시도되고 있다. 임팩트를 자연/사회/인적자본으로 구분하고 화폐가치로 측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Capitals Coalition, 화폐화 측정의 기술적 표준을 제시하고자 설립된 Value Balancing AllianceVBA의 시도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SK, 포스코, 삼성전자, 신한은행, 하나은행, KB금융, LH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사회적 가치의 화폐화 측정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주요 회계법인도 화폐화 측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의 화폐화 측정은 5가지 원리를 따른다. 먼저 ‘이해관계자 회계’의 원리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사회란 관련 이해관계자의 집합이다. 이해관계자별로 계정을 만들고 편익과 비용을 계상하고 합산하면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 둘째, 보수성의 원칙이다. 사회적 가치 측정은 일종의 회계 활동이므로 과다계상 방지가 관건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회적 가치는 누구나 합의할 수 있는 최소 수준만을 인식하고, 일반적인 경제적 후생은 제외한다. 셋째, 준거시장 기준의 원칙이다. 사회적 가치의 현실적인 시장가격을 추정한다. 준거시장에 명확한 기준값proxies이 있는 경우만 사회성과로 인정한다. 시장가격을 추정하는 방법은 표 2와 같이 크게 가격기반 추정과 비용기반 추정의 두가지 방식이 있다.

가격기반 추정법이 비용기반 추정법에 우선한다. 공공정책 분야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경제성분석economic analysis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넷째, 추가성additionality의 원칙이다. 경제성분석의 기본 가정으로 기존 활동에 의해 자동으로 창출되었을 사회적 가치는 총 성과에서 차감한다. 차선의 대안, 시장 평균, 법적 요건 등이 ‘베이스라인baseline’으로 차감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할당attribution의 원칙이다. 기업 간 협업이나 공급사슬 거래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경우, 대상 기업의 기여도만큼 사회성과를 할당한다.
아직 사회적 가치의 화폐화 측정은 초기 단계로 여러가지 한계와 과제가 있다. 제도적으로는 규제기관이나 금융기관이 화폐화 측정을 강제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아직 화폐화 측정에 대한 개별적인 유인incentives이 부족하다. 향후 지속가능성과 ESG공시기준의 적용 과정에서 사회, 환경 문제가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인 재무적 중 대성financial materiality에 대한 보고가 활발해지면 화폐화 측정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술적으로 보면 가치 추정 방법론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데이터 신뢰성 또한 문제이다. 추정 방법론과 측정 절차를 정교화하고 화폐화 계수 등에 관한 기술적인 표준화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해결이 가장 어려운 것은 사회적가치 간 비교의 등가성 문제다. 다양한 화폐화 추정법을 적용하는데, 서로 다른 방법으로 추정한 사회적 가치를 등가로 비교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 동일한 가치도 추정법에 따라 값의 차이가 크다. 방법론 간 적절한 전환계수가 필요하지만,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가능하다. 그 전에는 이종 가치 간 합산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목표달성도 등의 개선 관리용 지표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외에도 기술적인 문제는 베이스라인, 기여도 할당, 사회적 할인율, 보고와 검증의 신뢰성 확보 문제 등이 있다.

 

나가며

사회적 가치 측정은 ESG 자본시장과 지속가능성 회계의 핵심 인프라이다. 기술적인 측정의 표준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합의와 공감 위에 공동의 실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부와 경제계가 공동으로 사회적가치평가원(가칭) 설립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 평가원은 사회적 가치 측정의 표준을 제정하고, 각종 데이터를 축적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자본시장에서 회계기준원과 신용평가기관의 역할을 떠올리면 된다. ESG 공시제도의 도입과 함께 관련 생태계의 육성도 필수적이다. 측정 전문조직과 전문가 양성, 각종 인증/교육/컨설팅 프로그램의 도입도 필요하다. 기업활동의 사회적 가치 측정은 일종의 ‘사회적 회계’이다. 기업 회계기준이 정립되는 데도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마찬가지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회계기준을 정립하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8호

기업시민의 문명사적 과제

 

 

 

인사이트 코리아, 2023 기업시민 포럼 리뷰

2023 Corporate Citizen Forum:
기업시민이 ‘사회의 품격’ 높인다

지난 6월 20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인사이트 코리아가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동반성장연구소가 후원하는 「2023 Corporate Citizen Forum(기업시민 포럼)」이 열렸다.
인사이트 코리아는 2020년부터 기업시민을 어젠다로 정하고 꾸준히 관련 보도를 해왔다. 2021년부터는 세계적으로 경영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확산하는데 기여하기 위해 매년 기업시민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 기업시민 포럼 주제는 ‘기업시민이 사회의 품격 높인다’이다. 우리 사회는 압축성장과정에서 물질적 풍요를 이뤘지만, 사회적 자본을 습득하는 데는 조급했다. 이번 포럼이 기업시민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사회의 품격을 높이는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하며, ESG 중에서 사회적 책임(S)에 초점을 맞추어 포럼이 개최되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해진 국회의원의 축사에 이어 한림대 도헌학술원의 송호근 원장이 ‘기업시민-문명사적 의미와 사회적 기초’에 대하여 기조강연을 하였다. 이어진 첫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사회투자 이종익 대표, 스타트업 공공공간 신윤예 대표, 그리고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의 김동수 소장이 비스니스 현장에서 축적한 ESG 실천 노하우를 공유하였고, 두 번째 세션에서는 LG전자와 SKT의 ESG 경영 사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은 더불어 살 본능을 갖고 태어났다.
더불어 사는 삶에서 감성과 정서가 발아하고, 그 사회적 관계망에서
시민적 공공성이 싹튼다. 한국인은 국가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쳤다.
이제는 동시대를 사는 시민들을 배려할 시간, 동행의식은
개별 시민과 기업이 배양하고 실천할 시대적 과제다.

– 송호근(2015), 나는 시민인가 中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랜드에 민감하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개성 넘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다. MZ세대는 우리나라 인구 전체의 30%를 차지하지만, 기업 구성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MZ세대는 우리 사회의 생산과 소비의 주체이자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 세대이기에 이들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이러한 MZ세대에게 국가에 대한 헌신만을 강조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고 할지 모른다.
2023 기업시민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한림대 도헌학술원 송호근 원장은 “이제 기업은 위만 보지 말고 옆을 바라볼 때”이며, “사회 전체, 기업의 임원들이 MZ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 경영전략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송호근 원장은 2015년 집필한 『나는 시민인가』의 키워드인 ‘시민적 공공성’을 언급하며, 가족과 국가의 이익에만 집중하는 행태를 지적했다. 피륙2이 씨줄과 날줄로 짜지듯, 사회는 ‘국민(국가에 대한 헌신)’이라는 씨줄과 ‘사회(공동체적 연대)’라는 날줄로 엮어져야 하며, 이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허술해질 것이라고 말하였다.
송 원장은 시민의 공공성의 핵심으로 ‘동행의식’과 ‘공감’을 꼽으며, 함께 사는 지혜를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계속 심화되는 사회공동체 문제해결을 위한 대기업의 역할로 상호호혜적 시장 형성, 기업 이윤과 공익 기여, 21세기 문명의 문법 적용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21세기 자본주의가 ‘영생’에서 ‘동행’으로 변화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국가, 공동체, 시장인데 ‘기업’은 시장의 위치에서 국가, 공동체, 시장의 가운데로 이전해야 하며, “기업은 시민이 아니지만 시민으로서 행동해야 하고, 시민권은 없지만 시민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기업시민의 개념을 설명했다.
기업시민의 역할에 대해서는 공여provider, 참여participant, 촉진promoter을 꼽았다. 먼저, ‘공여’는 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데 제공하는 공여자의 역할을 의미하며, ‘참여’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발적 참여를 통해 문제해결에 나서는 중재자의 역할을, 그리고 ‘촉진’은 시민권의 증진을 통하여 성숙한 시민사회로의 도약을 선도하는 촉진자의 역할을 뜻한다. 송 원장은 이러한 기능을 통해 사회경제권 권리socioeconomic right 증진에 기여한다고 보았다.
송 원장은 엑슨모빌, 포드, 나이키 등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채택한 글로벌 사례를 언급하며, “이제 기업이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더이상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따라서 ESG 경영은 이제 기업의 생존과 기업가치 제고의 필수요건이며, 기업시민은 ESG를 포괄하는 선제적 경영이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기업시민의 문명사적 과제는 한국형 뉴딜을 문명 전환의 관점에서 디자인 해야하고 기후 위기, 불평등에 대비한 AI, 나노과학, 유전자과학, 신소재, 동행의식, 탄소중립, 경제혁명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연설을 마쳤다.
문명 대전환의 여행이 이제 시작되었다. 시대 변화에 걸맞은 기업시민 개념을 발전시켜나가고, 이를 통해 더불어 함께 발전하고 배려와 공존, 공생의 가치를 구현하여 사회의 품격을 드높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8호

세계로 뻗어가는 K-기업시민

 

 

 

2023 ICCC, 회복탄력성을 다시 생각하다

지난 4월 말, 미국보스턴칼리지 기업시민센터(Boston College Center for Corporatie Citizenship, 이하 BCCCC)에서 2023 국제기업시민 컨퍼런스(International Corporate Citizenship Conference, 이하 ICCC)가 개최되었다. ICCC는 BCCCC가 매년 개최하는 국제 행사로 1995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으며, 올해는 후원사 타겟(Target)의 본사가 위치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3일간(4.30~5.2) 진행되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전례없는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 급변하는 세상에서 ‘회복탄력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재고해보자는 취지에서 ‘회복탄력성을 다시 생각하다(Rethink Resilience)’라는 주제에 대하여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와 실무자 500여 명이 모여 이에 대한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컨퍼런스는 메인 스테이지 이벤트와 일일 브레이크아웃 세션 외에도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기업시민 이노베이션 어워즈(Corporate Citizenship Innovation Awards) 시상식이 함께 진행되었다. 올해는 세계 각국의 뛰어난 기업들이 제출한 혁신적인 솔루션 50여 개 중 포스코가 실천하고 있는 ‘인공어초 트리톤(triton)을 활용하여 바다숲을 조성하고, 패각을 철강 부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한 사례’가 바다 생태계 보호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아시아 기업 최초로 환경 혁신 부문 상(Eco-Innovator)을 받았다.

BCCCC 캐서린 스미스 센터장은 “포스코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며 기업시민으로서 다양한 목표를 설정해 도전해 나가는 기업이며, 이는 대한민국을 넘어 모든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포스코가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구체화하여 경제적, 사회적 가치가 선순환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음을 알렸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 기업 최초로 혁신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K-기업시민으로서의 위상을 드높였다.

 

ICCC에서 소개된K-기업시민 사례

올해 개최된 ICCC에서는 K-기업시민을 글로벌 차원에서 알리기 위해 포스코, 포스코경영연구원, 현대차정몽구재단, 그리고 사회적가치연구원에서 참여하였다. 최영 포스코 기업시민실장은 ‘임팩트의 성장(Grow Your Impact: Expand Your Team)’ 세션에서 포스코 1%나눔재단의 주요 활동과 어떻게 포스코그룹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소개했다. 최 실장은 임직원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핵심 요소로 ‘직원과의 소통’과 ‘투명성’을 꼽았다. 즉, 기부자들(임직원)과 수혜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기부자들과의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고준형 원장은 이번 컨퍼런스의 전체 주제이기도 한 ‘회복탄력성을 다시 생각하다’ 세션에서 포스코그룹의 리얼밸류2 경영과 기업의 회복탄력성에 대해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그는 포스코경영연구원에서 분류한 리얼밸류 경영의 3단계를 소개하며, 리얼밸류 경영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회복탄력성 확보에 기여한다고 보았다. 또한, 환경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까지 포괄하는 리얼밸류는 계량화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며, 데이터 중심 보고서보다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래 환경 트렌드’ 세션에서는 현대차정몽구재단의 최재호 사무총장이 ‘온드림소사이어티’의 사례에 대하여 소개하였다. 온드림소사이어티는 지난해 4월 재단이 미래 인재를 육성하고 사회문제 해결을 논의하기 위해 조성한 공간으로,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기후기술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이들이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최 사무총장은 “사회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체인지메이커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단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임가영 수석연구원은 사회적 기업의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화폐가치로 측정하고 보상하는 프로젝트인 SPC(Social Progress Credit, 사회성과인센티브)와 기업의 경영활동 전반에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모두 추구하는 DBL(Double-bottom line)에 대해 소개하는 등 소셜임팩트 측정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그리고 기업 재단의 임팩트 측정을 위한 학습공동체 ‘임팩트 파운데이션 러닝커뮤니티’ 사례도 공유했으며,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오준환 실장은 SK사례를 통해 스코프3(Scope3) 측정에 관한 현실적인 문제에 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8호

리얼밸류 경영으로 회복탄력성을 높이다

 

 

 

 

기업시민 체화가 지속가능성장의 열쇠

지난 4월 말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회복탄력성을 다시 생각하다(Rethink Resilience)’라는 대 주제로 2023 국제기업시민컨퍼런스(ICCC, International Corporate Citizenship Conference)가 개최되었다. 동일한 주제로 열린 첫 번째 패널은 포스코그룹의 ‘리얼밸류(Real Value) 경영’을 소개하고, 기업시민의 비즈니스 체화(Embedding)를 통해 어떻게 ‘회복탄력성’을 제고할 것인지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이었다.
지난 수 년간 ESG가 강조되면서 전세계 많은 기업들은 과거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형태의 사회적 기여에 더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ESG 정보 공시와 새로이 등장하는 규제 등에 관심을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팬데믹을 경험하고 기후변화가 지구 환경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이 시대에는 기업의 존재 목적(Purpose)과 본질적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주주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확장되면서, 기업은 그 존재 및 활동의 경제적 타당성과 사회적 정당성을 갖추어야만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이 본업을 통해 어떻게 환경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느냐가 바로 기업시민 실천의 본질적인질문이다.
포스코그룹은 2018년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선포하고, 기업시민헌장을 통해 밝힌 ‘인류의 번영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기여한다’는 회사의 목적을 어떻게 비즈니스에 구현할 것인지 고민해 왔다. 그 결과물이 바로 리얼밸류 경영 모델이다. 이번 ICCC 컨퍼런스를 통해 소개하는 리얼밸류 경영모델이 동일한 고민을 가진 다른 많은 기업들에게 기업시민의 철학을 본업에 담아 실천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팬데믹과 초(超)불확실성의 세계

2019년 12월 발생해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세계 경제와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불러일으킨 코로나19 팬데믹은 이제 공식적으로는 끝났다. 올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공식 해제했고 각국 정부에 이어 우리도 6월부터 방역체제 해제에 동참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 일상적으로 통제 가능한 범위에 접어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과 예측기관들은 엔데믹(Endemic) 시대에도 세계 경제의 앞날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언제 또다시 미지의 감염병이 등장할지 알 수 없는데다 미-중間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경학적 불안 요인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기후 현상도 더 이상 예외적인 이벤트로 볼 수 없을 만큼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그때마다 사회 곳곳에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수준은 예측을 통해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하다. 바야흐로 불확실성의 크기와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는 초超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업시민 경영이념과 회복탄력성

불확실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할 수 없다면 불확실성이 가져온 위기를 얼마나 빠르게 이겨내고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즉, 회복탄력성이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태풍이 휘몰아칠 때 건물은 끄떡없지만 나무는 흔들린다. 하지만 폭풍우가 심해지면 건물은 무너져도 나무는 대부분 살아남는다. 회복탄력성은 이처럼 위기 상황을 잘 버텨내어 피해를 빠르게 극복할 뿐 아니라(Quick Recovery), 위기 이후에 원래보다 더 나은 상태로 회복하는(Bounce Forward) 능력까지를 포함한다. 즉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담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이 두 개념, 즉 회복탄력성과 지속가능성은 최근 기업의 가장 중요한 생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무 건전성,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애자일 조직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우선,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의 재무 실적이 악화되고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평소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춰 놓으면 회복탄력성에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면 비즈니스의 기복(Cycle)을 완화할 수 있고 트렌드 변화에도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위기의 타격 강도를 줄여준다. 조직의 민첩성을 높이는 것 또한 정보 흐름과 대응 속도를 높이기 때문에 외부의 위기를 조기에 감지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에 더해 그 근간에는 기업이 회복탄력성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는데, 바로 기업시민 경영철학이다. 우선, 기업시민 경영철학은 트렌드나 유행에 관계없이 변하지 않는 ‘본래의 가치’를 설명하는 것으로, 위기 상황에서 조직과 임직원들을 결속시키는 구심점이 되고 일관된 극복 방향을 제시해 준다. 회사의 목적이 단순한 제품 판매나 매출 발생이 아니라 보다 중요한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세상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직원들의 업무 의욕과 몰입도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임직원들은 기업시민 경영을 실천하는 회사를 보면서 회사의 결정과 활동이 올바른 일이라는 믿음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회사가 최단 시간 내에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내리라는 희망의 기반이 된다. 따라서 위기가 닥쳤을 때 조직 구성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긍정적 태도로 역량을 회복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경영철학을 신뢰하고 우호적인 태도를 지닌 이해관계자들은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특히 여러 다양한 버팀목을 확보하게 되면 개별 버팀목이 지탱할 수 있는 압력보다 훨씬 큰 압력도 버텨낼 수 있으며, 어느 한 방향에서 위기가 오더라도 다른 여러 이해관계자 집단이 받쳐주어 기업이 쉽사리 흔들리지 않도록 해준다.

 

리얼밸류 경영, 가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포스코는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선포한 후 지금까지 조직 내에 체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 과정에서 진정으로 기업시민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즈니스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2022년 3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그룹이 추구할 진정한 가치를 담아 리얼밸류 경영을 선언했는데, 이는 기업시민 경영이념으로부터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해지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가시적 경영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리얼밸류’란 회사가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총가치를 의미하는데, 재무적인 성과나 주주 가치만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적 가치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익(Profit)뿐 아니라 환경(Planet)과 사회(People)적 측면을 함께 고려하는 UN의 트리플 보텀라인(TBL, Triple Bottom Line) 원칙에도 부합하므로 현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맞는 진정한 가치 개념이라 하겠다.
또한 사회가 회사의 비즈니스에 주는 가치(V2B, Value to Business)뿐 아니라 회사가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에 미치는 가치(V2S, Value to Society)와 영향을 함께 고려하므로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의 관점을 잘 반영하고 있다. 포스코 그룹은 리얼밸류 경영을 통해 V2B와 V2S의 선순환 고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단순히 투자자를 위한 정보 공시로서의 ESG를 넘어 진정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비즈니스로 변혁(Transform)하고자 한다.
리얼밸류 경영은 가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통해 회사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또한 외부 환경이나 사회적 이슈를 기업이 방어하고 관리해야 하는 위험 요소(Risk)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 요소(Value Driver)로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 전략과 계획을 수립할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경과 사회적 가치 측면을 비즈니스에 통합하고자 시도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회사가 보유한 유무형 자산을 기반으로 사회와의 관계 자산을 구축하여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으로 축적하게 된다. 사회적 자본을 축적한 기업은 외부 충격에 직면했을 때 위기 극복에 필요한 사회적 지원과 협력을 잘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더 잘 이겨내고 빠른 회복이 가능하며 그 결과 비즈니스의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리얼밸류 경영을 위한 3단계 추진 전략

리얼밸류 경영은 크게 3단계 과정을 거쳐 구현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회사가 보유한 다양한 유무형 자산을 바탕으로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수순을 거치게 된다. 우선 1단계에서는 회사가 보유한 모든 유무형 자산을 검토해서 회사의 TBL 목적에 부합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을 선별한다. 이 때 특히 무형 자산이 가진 잠재력을 간과하지 않도록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2단계는 선별된 자산들을 강화(+), 결합(x), 재발견(!)하여 경제·환경·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로를 Map으로 그려보는 단계이다. 이를 위한 프레임으로 3×3 매트릭스인 리얼밸류 캔버스(RVCC, Real Value Creating Canvas)를 설계했는데, 이는 통상적인 CSR의 틀이 아니라 회사가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방식, 사업의 이유, 그리고 회사가 만들어내는 진정한 가치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일종의 전략적 틀에 해당한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이렇게 창출되는 ‘리얼밸류’를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존의 보고서 스타일이 아닌 스토리 형태로 커뮤니케이션한다. 리얼밸류는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환경, 사회적 가치까지도 포괄하기 때문에 계량적으로 측정하여 화폐화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 중심의 보고서보다는 서사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게 하고 이를 향한 과정을 이해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요약하면, 리얼밸류 경영은 외부 환경 및 사회적 측면을 리스크가 아닌 가치 창출의 또 다른 원천이자 기회로 인식해 기업이 가진 유무형 자산에 레버리지 효과를 일으킨다. 이는 기업이 미래 전략을 구상할 때 이미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여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추진하게 하며 시장이 인식하는 기업의 경제적 가치 또한 상승시킨다. 금융위기, 팬데믹의 재발이 가능하고 지정학적 불확실성마저 높은 요즘에는 위기들이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고, 그 파장이 2차, 3차까지 연쇄적으로 확산되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시기에 리얼밸류 경영은 기업이 가진 자산기반의 내실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와의 축적된 관계자산을 버팀목으로 외부 충격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지탱해 줄 것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8호